오바마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 무역룰 써야"

중국 주도 AIIB vs 미국 주도 TPP 놓고 기(氣) 싸움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로 인해 미국과 중국간 G2 경제패권 전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5일 체결된 TPP로 인해 한국과 함께 TPP에서 '누락된' 중국은 아시아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이 떨어지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실효성이 약화되며 다른 지역 및 국가와의 무역협상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출 품목이 중국과 비슷한 베트남 등이 TPP에 속하면서 중국의 의외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TPP는 12개국이 참여하고 있지만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참가국 정상들에게 전화 통화로 합의를 요구하며 빅 브라더를 자처하고 있다.

TPP는 단순히 무역과 경제공동체의 성격을 뛰어 넘어 오바마 미정부의 핵심 외교안보정책인 '아시아 재균형'을 통한 미국의 패권 유지 수단으로 볼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TPP 협상이 타결된 직후 성명을 통해 다시 한번 "중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며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

실제 TPP는 무역을 통한 경제 성장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보호와 노동 환경 기준, 기업 지배구조 등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규칙과 틀이 적용되는 셈이다.

미중의 패권경쟁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출범을 계기로 격화됐다. 중국은 2013년 10월 시진핑 체제의 핵심 사업으로 AIIB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 질서를 새로 짜겠다는 의도였다.

미국은 AIIB출범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실패했고 이후 TPP 협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AIIB가 출범한 상황에서 TPP까지 장기 표류한다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TPP는 일본, 호주, 베트남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으로서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이웃 아세안 국가들과 주요 교역국인 호주가 포함됐다는 점에서 심적부담은 물론 경제적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TPP 타결로 미국이 아태지역의 경제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앞서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앞으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이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중국은 현재 한중일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인도, 호주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 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RCEP 진행 상황은 아직 지지부진하지만 중국이 TPP에 대한 대항마로서 협상에 더욱 가속도를 낼지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으로서는 빠른 속도로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TPP의 농산품, 지적 재산권, 노동, 환경 분야 의제가 중국의 경제전략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장 TPP 참여를 선언하기도 마땅찮다.

중국 내 통상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일을 둬가며 미국이 중국의 TPP 가입을 받아들이는 대신에 중국은 미국의 RCEP 참여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LA타임스는 미국은 중국을 TPP에 참여시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일례로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이 TPP가 타결된 뒤에 가입하는 방안을 문의해왔다고 밝힌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중국이 적절한 시점에 TPP에 가입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미 상황을 떠보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TPP에 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당장은 미국과 진행 중인 양자투자협정(BIT)을 타결해야 하며, 설사 BIT가 타결된다 해도 TPP가 BIT보다 더 많은 개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중국으로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여전히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많은 분야에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중국 역시 TPP 가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광야오 중국 재정부 부부장은 공개적으로 "중국이 없다면 TPP는 불완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주 부부장은 올해 초에도 "중국이 점차 개방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기준을 갖춘 글로벌 무역 체계 안으로 통합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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