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부모와 자녀가 힘을 합쳐 공동창업하는 사례 늘어

어머니와 아들이 창업 시장의 핵심으로 떠올라 눈길

입대 취업 이어 해외취업까지 젊은 청춘들 "아프다 아파"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십장생(10대에 장래 백수가 될 생각을 한다) 등 신조어가 피부에 와닿는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에 냉기류가 감돌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 청년 실업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10.2%라고 발표했다. 이 마저도 공무원 준비생, 취업 준비생 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취업이 어려워진 청춘들 사이에서는 군대를 가기 위한 입대 경쟁이 치열해지는가하면 20대 생계형 사장님부터 4년제 대학졸업한 후 취업이 안돼 기술을 배우기 위해 2년제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학사 새내기'등 다양한 형태의 구직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취업 무서워 창업…생계형 '20대 사장님' 급증

5일 업계에 따르면 청년실업이 증가하면서 은퇴한 부모와 자녀가 힘을 합쳐 공동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프랜차이즈 투자형 창업 시장에 부모와 아들, 어머니와 아들, 어머니와 딸 등 가족형 2대 공동창업이 대폭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BBQ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2년간 6개월간 신규로 오픈한 투자형 매장(배달형 매장 제외) 121개 BBQ 점포 가운데 2대가 함께 오픈한 경우가 32개점으로 5년전에 비해 26%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2대간 창업 중 어머니와 아들, 부모와 아들 창업은 약 25개점, 78%를 차지해 어머니와 아들이 창업 시장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비비큐 왕십리 행운점의 이순영 사장(50)은 아들 엄태율씨(22)와 함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들이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않고 바로 창업에 뛰어든 경우다.

부모가 먼저 창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던 자녀가 합류한 경우도 있다. 비비큐 과천점의 경우 초기 창업은 부모가 시작했고, 2011년부터 아들이 합류해 함께 운영하고 있다.

BBQ 왕십리행운점을 운영하는 이순영(오른쪽), 엄태율 모자. 사진=제너시스 BBQ 제공
실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전국 사업체 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20대가 차린 사업체 수는 2013년 6만7,365개에서 지난해 8만3,230개로 1만5,865개(23.6%)나 늘었다.

20대 창업을 업종별로 보면 한식음식점 4,500개, 호프집과 소주방 2,700개, 커피숍 2,400개, 옷가게 2,100개였다. 취업난 때문에 생계형 창업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20대가 창업하는 업종은 음식점, 주점, 카페, 옷가게 등이 많다”면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의 창업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시생·취준생 방황하는 청춘들

공시생.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의 줄임말이다. 재수생으로 가득찼던 노량진의 학원가는 어느새 공시생들이 점령했다. 지방에 살던 재수생들을 위한 기숙학원이 즐비하던 이 곳은 어느새 공무원 시험 대비반이 급증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7급 공채시험 평균 경쟁률은 81,9대 1로 집계됐다. 지원자의 평균 연령도 29.8세로 지난해 29.9세보다 0.1세 낮아졌다. 대학을 굳이 졸업하지 않고 준비하거나 더 어린 나이부터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등 공시생들의 '미로찾기'도 길어지고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3년째 하고 있다는 최 모씨(27)는 "올해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나니 좌절감과 함께 가족들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이제는 공무원을 포기하고 일반 기업 면접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이 또한 막막해서 시작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대학가에 따르면 상당수 대학들이 7,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지원하는 ‘공무원 준비반’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생과 취준생 사이를 반복하는 경우는 취업률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을뿐더러 대부분이 졸업생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 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공시생과 취준생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안정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대학창조일자리센터(이전 청년고용플러스센터)’ 선정대학을 최종 선정 발표했다. 이 사업은 극심한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학 자체의 취업지원 강화와 대학을 통한 종합적인 취업지원서비스를 청년층에 제공하고자 마련된 신규 사업이다.

김우동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지원과장은 “최근”다음달부터 본격 운영되는 센터에서 전문 프로 파일러들이 공시생과 취준생들을 오가는 학생들의 진로 상담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록금 내느니 차라리 군대로

당장 먹고 살기조차 힘든 '배고픈 청춘'들은 군대에 지원하고 있다. 휴학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복학ㆍ취업에 유리한 시기를 노린 청춘들을 중심으로 입대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군대가 취업대란의 도피처로 인식되면서 '입대 고시'란 단어도 등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를 보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 당시에도 불경기에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낼 수 없게 되자 군대부터 다녀오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바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 1~7월 육ㆍ해ㆍ공군, 해병대 입대 지원자는 63만427명으로 이 중 입대에 성공한 인원은 8만4,224명밖에 되지 않았다. 9명 중 1명만 붙고 8명 정도가 떨어진 셈이다.

특기병의 경우 훨씬 경쟁률이 높다. 음향장비 운용ㆍ정비 특기는 6명 모집에 288명이 몰려 4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사진운용ㆍ정보(41대 1), 포병탐지레이더(36대 1), 야전공병(34대 1), 전자전장비 정비(31대 1) 특기도 들어가기 힘든 분야다. 입대경쟁률이 무려 200대 1, 300대 1이 넘는 곳도 있다.

여성들의 직업 군인 지원률도 증가했다. 지난해 여군 학사장교 경쟁률은 육·해·공군 전 병과 평균 6.4 대 1이었으며, 해마다 경쟁률이 치솟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군대를 가기위한 ‘입대 사교육’까지 등장했다. 서울 강남이나 노량진 학원가에선 장교·부사관 선발 시험 대비반 강좌가 개설됐으며 면접 요령을 강의하는 학원도 있다.

예비 사병들도 학원을 찾는다. 특히 통역병(어학 부문), 정보보호병(IT 부문) 등 인기 모집병의 경우 해당 준비반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서 못 살겠다" 해외 취업 결심한 청춘들

유학·이민 박람회를 찾는 방문객들도 급증하고 있다. 가족·친구와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한국내 취업난에 좌절한 나머지 외국행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에서 취업에 실패하고 고민한 끝에 유럽행을 결정한 한 여성 취업준비생은 "국내에서 치열하게 사느니 조금 외롭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해외에 나가 취업한 청년들은 국적을 포기하고 이민까지 결심하기도 한다. 지난 9월29일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한국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3년여간 한국 국적 포기자 수가 5만2,093명에 달했다.

기술 배우려 학교로 돌아간 '늙은 신입생'

취업이 수월한 학과로 다시 입학하고자하는 청년 취업난이 빚어낸 '유턴 입학생'도 증가 추세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이 안 되자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전문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최근 4년 사이 무려 5,000명이 넘는다. 일반대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직업교육을 강화한 전문대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연도별로는 2012년 1,102명이었던 유턴입학생은 2013년 1,253명, 지난해 1,283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1,379명으로 집계됐다. 2012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3년 만에 25%(277명)가 늘어난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간파하고 대책마련에 부심이다. 하지만 청년 일자리문제는 정책이나 제도 도입으로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청년 실업으로 역동성을 잃은 사회에 '긴급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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