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귀국 직후 대국민사과에 이어 현장 순시 등으로 숨가쁜 일정을 소화하며 '경영권' 굳히기에 들어갔다. 반면 신 회장 귀국 전(前)까지 잇따른 언론인터뷰 등 광폭 행보를 보이던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은 사흘째 두문불출하는 등 긴 침묵에 들어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5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계속 머물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귀국하기 직전까지 "신동빈을 용서할 수 없으며 모든 직위에서 해임한다"는 내용의 신격호 총괄회장 동영상과 지시서를 공개했다. 언론에도 직접 등장해 인터뷰까지 나눴던 그가 갑자기 잠잠해진 것이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별다른 외부 일정 없이 롯데호텔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안팎을 드나드는 모습도 목격되지 않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이자 거처인 호텔 34층에서 부친 곁을 지키면서 신동빈 회장을 견제하는 가운데 조용히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곁에서 신동빈 회장과의 만남을 견제하려는 방어적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내 분위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신격호 총괄회장 의 동영상은 '건강이상설'을 증폭시키며 신동빈 회장과 한국롯데그룹 측의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는 주장을 오히려 지지하는 모양새로 변했다. 언론과의 인터뷰 역시 내용 보다는 일본어로 진행한 점이 부각되는 바람에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당초 신동빈 회장이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해임지시서는) 법적인 효력이 없는 서류"라고 일축한데 대해 신동주 전 부회장이 나름의 반론이나 반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로서는 묵묵부답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비장의 카드를 남몰래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본 회사법은 발행주식 3%이상을 소유한 소수 주주라면 누구든지 임시 주총 소집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2%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도 비슷한 지분을 갖고 있고, 광윤사와 종업원 지주회가 각각 32%씩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주주인 광윤사와 종업원 지주회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지분과 일본 롯데 계열사 및 이사진이 분산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나머지 지분 중 약간만 우호세력으로 만들면 임시 주총을 소집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임시 주총이 개최되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주 제안권을 발동할 수도 있다. 또한 히든카드로 준비해온 이사 해임 및 선임 안건을 상정할 수 있게 된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향후 주총을 대비해 어떤 반격을 노릴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귀국하면서순식간에 판세가 뒤바뀌고 말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여론몰이도 실패한 것 같다"며 "현재 사장단 등 한국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조용히 주주총회를 대비하며 또 다른 반전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