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행 트렌드 ⑪ 오지 여행]

대륙 깊숙이 아직 문명이 닿지 않은 '오지'에 대한 호기심 늘어

도쿄·홍콩·방콕·파리가 지겹다면 색다른 지구촌 여행지로 가자

여행업체들, 알려지지 않은 '인기 예감 여행지' 선정하기도

볼리비아 우유니사막. 사진=이민형 기자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평소 여행을 꽤나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명소가 지겹게 되는 경우가 있다. 괌이나 발리 같은 휴양 도시도 싫증이 났다면 이젠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은 '오지'(奧地)로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오지라는 단어는 정확히는 대륙 깊숙이 아직 문명이 닿지 않은 땅을 가리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쉽사리 갈 수 없거나 여행길이 고된 곳을 오지로 떠올린다. 지구 반대편 페루의 마추피추나 볼리비아의 우유니사막, 네팔의 히말라야나 아프리카의 사파리 등이 대표적이다.

단어의 정의가 어떻든간에 오지는 누구나 쉽게 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낭만을 배가시킨다. 바쁜 일상 속에서 홀연히 떠나 범상치 않은 황무지를 밟는다든가, 낯선 동·식물과 마주하는 상상만으로 짜릿해질 정도다.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속에서 막연히 '언젠가'를 기다리는 오랜 꿈이기도 하다. 그 꿈은 잊혀졌다가 정글 속 연예인들의 악전고투를 그린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SBS)이나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며 배낭을 짊어진 청춘들이 나오는 '꽃보다 청춘'(tvN)을 볼 때면 꿈틀거린다.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던 파울로 코엘료의 말마따나 어쩌면 일단 무작정 짐부터 꾸려 발을 내딛는 것이 꿈을 이루는 궁극적 방법일 수 있다. 오지로 떠날 계획이라면 철저한 계획이나 확고한 결심보다는 뜻밖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게 여행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오지를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적다는 것이다. 10여 년을 망설인 끝에 40대가 되어 남미를 다녀온 김모(42)씨는 "멀리 떠나기로 결심한 뒤부터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와 한국에서 이동 경로부터 투어까지 사소한 것 하나도 계획을 세워 예약하고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씨는 현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후회했다고 한다. 김씨는 "숙소는 물론 이동 방법이나 투어까지 현지의 상황에 따라 직접 보고 결정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저렴하다"고 조언했다.

볼리비아 쪽의 아마존 초입 도시 루레나바께. 사진=이민형 기자

보통 오지에서의 여행은 여러 명이 전용 차로 다니는 투어 형태로 이뤄진다. 값비싼 패키지투어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여행사별로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따로 다니는 것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이어서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에게도 실속 있는 여행법으로 여겨진다. 거기다 가이드가 안내하고 배경 설명도 하기 때문에 자칫 몰라서 지나칠 뻔한 풍경이나 명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투어는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국내에서 예약을 마치고 갈 수도 있지만 현지에서 결정하는 것이 훨씬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아마존에서 3박4일 동안 투어를 했던 채모(23)씨는 "투어를 미리 예약해 놓을까 싶었지만 아마존 초입 루레나바께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거리에 즐비한 여행사들을 보자 잘했구나 싶었다"면서 "현지에서 흥정해서 결정하는 것이 가격과 내용, 모든 면에서 좋다"고 밝혔다.

여행사를 방문하기 전에 호스텔에 머문다면 다른 여행자들에게 가격과 내용 등의 정보를 얻거나, 인터넷에서 후기를 미리 한번 살펴보기를 권한다.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이 추천하는 투어의 실제 만족도가 높다. 가능한 비수기는 피하는 것이 좋고, 출발 시간이 임박해 흥정할 경우 유리할 수 있다.

아마존 투어. 사진=이민형 기자

도쿄·홍콩·방콕·파리·런던 지겨워… 요즘 뜨는 색다른 여행지는 어디?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남미를 비롯해 인도나 네팔, 라오스, 캄보디아, 아프리카 등의 오지로 여행을 떠나는 젊은층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한다. 이런 여행 트렌드에는 앞서 언급된 해외 여행 프로그램들의 역할도 컸다. 실제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꽃보다 청춘' 페루편이 방영된 이후 2개월여 동안 페루로 향하는 항공권 발권이 전년 동기에 비해 2.1배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인터파크투어는 전년과 비교해 방문객이 확연히 늘어난 여행지를 중심으로 '인기 예감 여행지'를 선정했다. 선정된 곳은 크로아티아와 발칸반도, 캐나다 옐로나이프, 호주 울룰루, 베트남 푸꾸옥, 일본 다카마츠와 나오시마, 중국 장가계 등이다.

먼저 '꽃보다 누나'를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크로아티아는 올해도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나 성벽 투어로 유명한 두브로부니크, 천혜의 폭포와 숲으로 이뤄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이제 한국인들의 관광 명소가 되어 여행을 하다 보면 쉽게 한국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다.

페루 이카사막의 샌드보딩 투어. 사진=이민형 기자

그러나 발칸반도 인접 도시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크로아티아의 역사 유적지 트로기르는 중세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로 지정됐다. 아드리아 해안을 끼고 돌로 지어진 아름다운 집들이 해변을 장식하고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등의 건축 양식은 마치 중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동화 같은 여행지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는 사실 둘레가 6km밖에 되지 않는 작은 호수이지만 유럽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전통 나룻배를 타고 호수 안에 있는 블레드 섬을 방문하면 15세기 건설된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을 볼 수 있다. 성당 안에서 사랑의 종을 울리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전해져 블레드 섬에는 항상 종이 울려 퍼진다.

이국적인 북극 풍경과 신비로운 하늘을 경험하고 싶다면 캐나다의 옐로우나이프를 추천한다. 옐로나이프에서는 넓은 평지에서 최상의 시야를 확보한 채 오로라를 볼 수 있다. 개썰매나 스노우모빌을 타고 눈길을 가르거나, 자작나무로 제작된 스노우슈즈를 신고 숲속을 산책하는 체험 등 다른 곳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액티비티도 다양하다.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바위, 불룩 튀어나온 배꼽 모양을 하고 있어서 '지구의 배꼽'이라고도 불리는 호주 울룰루에선 태고적부터 이어진 종교·사회·윤리와 관련된 바위 그림들을 볼 수 있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바위의 둘레만 돌아도 4시간이 족히 걸리는데, 등반로는 딱 한 곳뿐이다. 바람이 심해 조심해야 하는데, 바람의 세기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등반 자체를 금지시키기도 한다.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유럽 사람들은 즐겨 찾는다는 베트남의 휴양지 푸꾸옥은 세계 10대 해변 중에 한 곳이다. 올해 2월 대한항공 전세기 취항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앞으로 국내 방문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이민형 기자

일본의 다카마츠와 나오시마 역시 예술이 숨쉬는 휴양지이다. 나오시마는 자연과 조화된 문화·예술 공간을 만들고자 건축가 안도타다오와 함께 남부에 나오시마 현대미술관을 건립해 예술의 섬으로 탄생했다. 다카마츠는 카가와현의 현청 소재지이자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서 상점가가 발달되어 쇼핑 관광지로 뛰어나다. 민가 박물관, 리쓰린 공원 등 옛 정취를 풍기는 볼거리부터 선포트 다카마츠, 기타하마 앨리 같은 현대적인 명소까지 다양한 즐거움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 장가계에는 '호남 서쪽의 제일가는 신성한 산'이라 불리는 천문산이 있다. 해발 1,518m의 산은 사방이 모두 절벽이고 봉우리는 하늘을 찌르는 듯한 풍경이다. 장가계에서 유일하게 수경을 감상할 수 있는 거대한 인공호수 보봉호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기괴한 봉우리들과 그윽한 호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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