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체감실업률 23%…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을 가능성 높아져

경제 전문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하고 성장률 높여야 근본적 해결"

사진=유토이미지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새누리당이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노동개혁 추진을 위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집중하면서 '청년 고용'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에 대한 고찰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우리 경제는 저성장과 일자리 부족이라는 늪에 빠졌다. 23.0%(6월 기준)에 달하는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젊은 세대의 노동시장 유입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청년 실업 문제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중·장기적으로는 복지·재정 수요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이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고 판단될 만큼 최악“이라며 “유럽처럼 청년 실업자를 강제로라도 노동시장에 진입시키는 극단의 처방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변 실장은 또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하면서 좌절을 맛본 청년들의 경우 나이가 들어도 실업 신세를 면하지 못하거나,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너도나도 공무원 준비생' 심각한 청년 실업률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청년층 실업자는 44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2,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10.2%를 기록했다. 올해 2월 청년층 실업률이 11.1%까지 치솟은 이후 3월 10.7%, 4월 10.2%, 5월에는 9.3%로 한 자릿수까지 진입했다가 이번에 다시 두 자릿수대로 복귀했다. 특히 6월 기준으로는 1999년(11.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청년층이 첫 직장을 갖기까지 1년 가까이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60세까지 정년이 늘어나는 민간 기업들의 채용이 줄어들면서 공무원시험 준비생만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가운데 취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400만명이 최종학교 졸업·중퇴 후 첫 취업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은 11개월이다. 지난해 5월 11.4개월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11개월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대기업 정년 60세로 연장되면서 최소 6년 간 '고용 절벽'이 닥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소 6년 간 대학 졸업생이 대기업·금융권 취업이 어려운 고용 절벽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정년 연장에 따라 현재 평균 53세인 대기업·금융권 직원의 은퇴 시기가 6년 이상 미뤄지기 때문이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경우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간 총 115조902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분석이다. 대기업이 37조1168억원, 중소기업이 77조9734억원에 이른다. 기업들이 부담을 줄이려면 신규 채용을 억제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올해 대졸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줄이거나 아예 뽑지 않을 계획(대한상공회의소 조사)이다. 10대그룹 대졸 채용 규모는 2012년 3만2440명에서 2013년 3만400명, 지난해 2만9400명으로 급감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15년 상반기 청년 실업 문제는 벌써부터 악화하고 있다. 지난 6월 청년실업자는 45만여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만 명가량 늘었다. 청년실업률은 10.2%로 6월 기준으론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 부담 증가→투자 및 고용 축소→생산 감소→성장률 둔화’라는 악순환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기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정년만 연장되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청년실업자가 73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 대책’에 따르면 청년을 신규 채용한 기업에 상생고용 1쌍 또는 청년 신규채용 1인당 연간 1080만원(대기업ㆍ공공기관 540만원)을 2년 간 지원한다. 규모는 연간 1만명 정도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가 지나면 임금이 줄어드는 제도다. 임금피크제가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는 인건비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청년 고용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고 요건이 완화되면 기업은 성과가 좋지 않은 종업원을 내보내는 대신 양질의 신입 직원을 고용할 수 있다. 이에 경총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내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18만2,339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노동계는 “정년 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임금만 삭감될 가능성이 크고, 임금 삭감비용으로 기업들이 청년 신규 채용을 늘린다는 보장도 없다"면서 "각 사업장 특성에 맞게 노사 자율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년 실업' 해법은?… 노동시장 구조 개혁하고 성장률 높여야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현재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통해서 청년 실업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데 틀린 얘긴 아니다"면서 "하지만 청년 고용을 명분으로 기존 고용자의 처우만 하향 조정해선 안 된다”고 짚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통계연구실장은 "중소기업 인턴제를 우량 기업으로 확산하는 것도 인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새로운 인턴 수요를 찾고, 인턴 경험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이번 정부 대책은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는 측면에서 잘 짜였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근본적인 청년 고용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더라도 30대에는 좋은 일자리로 옮길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면서 "정책의 초점을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맞추고 기존 일자리를 재구성해 정규직-비정규직 등의 계층 간 격차를 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청년고용의 근본적 해결은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근태 LG경제 연구위원은 "최근 청년 고용 증가를 주도하는 고졸 인력에 대한 채용 유인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면서 "여전히 학력 과잉에 따른 미스매치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청년 고용 대책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청년 고용의 근본적 해결책은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청년고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청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청년 고용 할당제 확대 ▲상시 지속적 업무, 안전생명과 관련된 업무의 정규직 직접 고용 원칙 확립 ▲소득 주도 성장을 통한 수요 및 일자리 창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 등의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를 개혁하는 한편 경제 성장률을 높여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이다. 또 이를 위해서는 교육 개혁을 통해 창조적 발상과 뛰어난 기술을 지닌 인력들을 키워내는 게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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