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전염 우려로 시민들 외출 꺼려 경제에 악영향

동탄·평택 경제 직격탄…한산한 거리에 지역 상권 울상

메르스 발병 이후 가장 먼저 휴업령을 내린 동탄 금곡초등학교. 사진=동효정 기자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메르스 확진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경기도 전체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람들이 외출을 극도로 꺼리면서 시민의 건강뿐만 아니라 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식당가는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고, 사람들이 붐비던 대형 마트나 재래시장 등지에는 아예 오가는 사람을 구경할 수 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지역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지역경제에 가장 타격이 큰 경기도 화성의 동탄 신도시와 평택을 <데일리한국> 기자가 5일 찾았다.

이날 오후 찾은 동탄 금곡초등학교의 운동장은 학생들이 거의 등교하지 않은 탓에 썰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금곡초등학교는 메르스 발병 이후 가장 먼저 휴업에 들어간 학교다. 정문의 출입구에는 "메르스 예방을 위해 휴업을 실시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자 행정실 직원이 나와 통제했다. 그는 취재차 왔다는 기자의 설명을 듣고서야 말문을 열었다. 등교한 학생은 각 학년 1반으로 가라는 안내문에 대해 묻자 직원은 "맞벌이 가정의 자녀나 등교 시간에 돌봄이 필요한 어린이는 학교에 등교하고 있다" 면서 "학교에서 보육 및 학습지도를 통해 안전히 있다가 귀가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발병 이후 가장 먼저 휴업령을 내린 동탄 금곡초등학교의 안내문. 사진=동효정 기자

동탄 내 메타폴리스의 거리도 한산했다. 아파트 밀집지역인 메타폴리스의 홈플러스에도 장을 보러 나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소독약으로 카트의 손잡이를 여러 번 닦은 후에야 고객에게 카트를 넘겨줬다. 전 직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직원에게 소독 분무기를 받아 직접 카트를 꼼꼼히 닦고 매장으로 들어가는 손님도 보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보통 맞벌이 하는 부부들이나 혼자 사는 직장인들이 퇴근 시간 이후 많이 찾는 편인데 메르스 발병 이후엔 아무래도 배달이 늘어나고 매장을 찾는 고객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간간히 눈에 띄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쇼핑을 하고 있었다.

동탄 다은마을의 한 아파트에 산다는 30대 부부는 "찬거리가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마트에 오게 됐다"면서 "보통 마트 데이트를 즐기는 편인데 아내가 임신 중이라 필요한 물건만 빨리 사고 떠나려 한다"고 말했다.

한산한 동탄 홈플러스 매장. 사진=동효정 기자

마트 내 시식행사도 모두 잠정 중단됐다. 시식대 앞에서 손님을 끌던 아주머니들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평택의 6개 매장 모두 시식행사를 중단한 것으로 안다"면서 "배송하는 직원 유니폼도 수시로 소독하고 직원들 위생 교육도 강화됐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평택, 수원, 화성, 오산 등 메르스 위험지역 13개 매장에서 운영중이던 강좌도 모두 휴강했다. 홈플러스 옆 어린이 놀이시설인 '플레이타임'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홈플러스 매장에서 카트를 소독하는 모습. 사진=동효정 기자
메르스 사망자가 나온 동탄 한림대성심병원을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 지하 3층으로 된 주차장은 모두 텅텅 비어있었다. 병원 입구에는 '메르스 의심환자가 있는 분은 바로 응급실로 가십시오'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한림대 성심병원에 붙어 있는 메르스 관련 안내 문구. 사진=동효정 기자

병원은 응급실에서 초진 후 출입증을 받아야만 병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 병원 근처로 산책을 나온 20대 환자는 "병원에 있다가 오히려 옮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상황"이라면서도 "돌봐 줄 가족이 모두 여기 있는데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가는 것도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여기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동탄 한림대 성심병원 주차장. 사진=동효정 기자

한림대성심병원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마트를 찾는 사람도 급감했다.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이마트 동탄점과 평택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 12%나 매출이 줄었다. 이마트 역시 고객들이 주요 이용하는 쇼핑카트와 바구니 옆에 세정제 분무기와 종이타월을 비치하고 수시로 소득을 실시하고 있었다. 전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일을 하고 있었다.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근처 상가도 장사가 안돼 썰렁하기만 했다.동탄 한림대 성심병원 근처 먹자골목으로 향했다. 이곳은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밀집돼 있어 평일에도 인파가 몰리는 지역이지만 이날은 거리가 한산했다. J 치킨집 사장은 "날씨가 좋아지면서 테라스에서 치맥을 즐기는 손님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손님이 없을 뿐더러 간혹 오더라도 문을 닫자고 하거나 가게 안쪽 자리를 선호한다"면서 "병원이 폐쇄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예 손님 구경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D 돈가스 가게 운영자는 "메르스 때문에 내가 굶어 죽게 생겼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병원 근처 이 일대 상가가 특히 영업이 안 되고 있다"면서 "동탄역 복합환승센터 공사현장이 옆에 있어 인부들이 일 끝나고 항상 저녁을 먹는데 회사에서 지침이 내려 온 탓인지 그 사람들 마저도 발길이 뚝 끊겼다"고 푸념했다.

국내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평택역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탄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영화관과 백화점이 위치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평택역 광장은 인구 45만명인 도시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흐린 날씨까지 더해져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도시처럼 을씨년스러웠다.

평택역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이중 삼중으로 주차돼 있었다. 택시기사들은 삼삼오오 모여 메르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택시기사 김모씨는 "시내에 사람이 없을 뿐더러 혹시 있더라도 시민들이 대중교통은 안 타는 분위기"라며 "하루에 사납금 내고 가스 충전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상황이 이어질지 막막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택 거리를 오가는 시민 10명 중 8~9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을 정도로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이 높아 보였다. 시내 버스기사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거리에 나온 교통 경찰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슈퍼 전파자'가 입원해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도 평택시 세교동의 성모병원도 찾았다. 5일 오전 10시 경기 평택성모병원의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외래진료 출입문에는 '당 병원은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잠정 휴원하였으니 많은 양해 바랍니다' 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근처의 대형약국 두 곳과 편의점도 모두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다. 근처를 오가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방송사 카메라 한 대와 취재기자 몇 명 만 눈에 띌뿐이었다.

지역 거점 메르스 진료병원으로 지정된 평택 박애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꽤 있었다.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대다수였다. 병원 앞에서 만난 60대 여성은 "병원에 와서 오히려 옮는 것 아닐까 걱정이지만 뉴스에 나오는 메르스 증상이랑 비슷한 것 같아 정확한 진료를 받기 위해 왔다"면서 "아닐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자꾸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초조해했다.

인적이 드문 평택역 앞 광장 사진=동효정 기자

AK백화점 인근의 평택 번화가도 인적이 드물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로데오거리 역시 금요일 오후인데도 발길이 끊겼다. 확산되는 메르스에 지역경제까지 꽁꽁 얼어붙고 있었다. 경제는 심리인데 심리마저 분위기에 휩싸여 중심을 잃고 출렁이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가게 밖으로 나와 상황을 살피던 한 상인은 "식당 뿐만 아니라 목욕탕, 카페, 술집 업종 상관없이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며 "1분에도 수십명씩 사람이 지나다니는 거리인데 대학교까지 휴교하고 나니 거리가 텅텅 비었다. 나 역시 주인 입장이지만 손님이 혹시나 기침이라도 하면 메르스가 아닐까 걱정되기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한편 정부는 메르스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점검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메르스 쇼크로 실제 소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서비스업이 얼마나 타격을 받는지 내수시장 상황도 확인한 후 업종 맞춤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시민들은 메르스 첫 발병(지난달 20일) 보름만이고 사망자와 3차 감염(2일)이 확인된 지 이틀이 지나서야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경제적 타격을 논하는 정부를 '늑장대응'의 표본이라고 질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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