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해외가 저렴" vs 템퍼 "비교 품목 달라"

해외 직접구매(직구) 가격을 둘러싸고 소비자원과 업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한국소비자원과 미국의 매트리스 제조·판매사 템퍼가 매트리스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가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템퍼는 신혼부부들이 혼수 제품으로 선호하는 매트리스를 제조하는 업체로, 이전에도 직구 가격이 저렴하다는 주장에 대해 수입 당사자들이 엄연히 따지면 비교 제품이 다르다고 반박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의 귀추가 주목된다.

소비자원은 지난 27일 가전제품 등을 해외 직구로 구입하면 국내가보다 저렴하다고 발표하며 템퍼의 매트리스 '타퍼 3인치 퀸'이 국내에서 160만 원에 판매됐지만 직구를 이용하면 이보다 62.8% 저렴한 59만4,444원에 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템퍼는 곧바로 소비자원이 조사한 국내 판매 제품과 직구 제품은 서로 다른 모델이라며 소비자원 측에 발표를 정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소비자원은 템퍼 측의 요청에 따라 조사 제품의 정확한 명칭이 국내 판매 제품의 경우 '타퍼 7', 직구 제품은 '타퍼 3인치 슈프림'라고 정정했지만 해당 제품을 국내 가격이 비싸다고 발표한 품목에서 제외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템퍼코리아는 "국내 판매 제품인 '타퍼 7'의 경우 덴마크에서 생산됐고, 직구 제품인 '타퍼 3인치 슈프림'은 미국에서 생산됐다"며 "템퍼와 템퍼 페딕은 별개의 브랜드이고 전혀 다른 제품이라 비교 대상 자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템퍼코리아 관계자는 "두 제품은 소재 구성비가 다르고 한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더 고급 원단을 쓰는 등 차이가 있는 제품"이라며 "특히 직구 제품의 경우 템퍼 페딕에서 저가 라인으로 분류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두 제품의 소재 구성비 등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는 "영업기밀이라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고 밝혔다.

템퍼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소비자원은 국내 판매용 제품과 해외 판매용 제품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 같은 브랜드의 유사 사양 제품을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7센티미터 두께의 '타퍼 7'과 3인치(약 7.62센티미터) 두께의 '타퍼 3인치 슈프림'은 두께가 6밀리미터 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사양도 비슷해 소비자들에게 유사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상세 페이지를 보면 메모리폼 같은 매트리스 고유 소재를 '템퍼'라고 칭하는데 두 제품 모두 템퍼소재 100%인데다 두께도 비슷하다"며 "가격 차이를 설명할 만한 기능과 구조상의 이유를 문의했으나 '레시피'(성분비)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템퍼와 템퍼 페딕이 다른 브랜드라는 주장에 대해 소비자원은 '템퍼코리아는 템퍼 페딕 인터내셔널의 한국 현지법인'이라는 문구가 템퍼코리아 홈페이지에 실려 있는 점을 볼 때 전혀 별개의 회사와 브랜드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템퍼코리아 측은 홈페이지에 오류가 있어 수정 중이라고 해명했다. 템퍼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원 발표에 대한 추가 대응 여부에 대해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앞서 소비자원은 매트리스 등과 같은 주요 혼수용품을 해외 직구로 장만하면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을 평균 37.5% 절감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매트리스, 전기레인지, 캡슐커피머신, TV 청소기, 압력솥 등 주요 혼수용품 6개 분야 9개 제품을 대상으로 해외 직구가와 국내 판매가를 비교한 결과, 8개 제품의 직구 가격이 배송비 및 관세·부가세 등을 전부 포함해도 국내보다 저렴하다고 것이다.

그 중 가장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품목은 템퍼사 매트리스 '타퍼 3인치 퀸'이었다. 이밖에도 독일 아마존에서 '지멘스 3구 전기레인지'는 국내가(110만 원)보다 59.9% 저렴한 44만982원에 살 수 있었고, 커피머신 역시 해외에서 구매하는 것이 절반 이상 저렴했다. 심지어 국산 가전제품인 삼성전자의 65인치 텔레비전과 LG전자의 65인치 텔레비전도 국내 가격이 해외 직구 가격보다 각각 8만6,000원, 65만2,000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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