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공익재단·문화재단 이사장…호암상 시상식 참석 예정

삼성 사업구조 재편…최근 이건희 회장 대신한 활발한 행보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모자의 야구 관람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 안팎에서는 실질적인 '이재용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 오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삼성가의 최고 어른이라고 볼 수 있는 홍 관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것은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홍 관장의 모자 간의 사이가 워낙 좋다"면서 "이 부회장과 가족들이 모처럼 여유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지만 평범한 모자 나들이 정도로 보기에는 이 부회장은 최근 들어 이 회장이 참석하던 자리를 챙기며 유독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부사장은 다음달 이 회장을 대신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고 지난주에는 삼성공익재단과 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삼성 문화재단은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이 직접 설립해 이건희 회장이 그 뒤를 이어온 앞선 두 회장의 손때가 묻어 있는 기관이다. 의료 및 복지사업을 담당하는 삼성 공익재단과 함께 삼성가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룹 후계자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게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두 기관은 삼성의 핵심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지분 4.68%(936만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분 2.18%(43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0.06%에 불과하기 때문에 두 기관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우군이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진행된 삼성의 사업재편은 사실 이재용 체제를 염두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한화와의 '빅딜'을 통해 삼성종합화학, 삼성테크윈 등 방위 산업 및 석유화학 분야 4개 계열사를 정리하고 삼성은 전자와 금융, 건설·중공업 등의 사업군으로 깔끔해졌다. 특히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주식시장에 상장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 11.25%, 제일모직 지분 23.24%를 보유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건강 이상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1년이 넘었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신체기능이 정상적인 상태로 휠체어에 앉아 재활치료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병상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경영복귀는 힘들어 보인다. 재계에서는 지배구조상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기반은 거의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 승계 시점을 결정할 일만 남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계획에 대해서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