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도시락 규모 약 7,000억원대
지난해 각 업체 50% 이상 성장
연예인 내세운 마케팅·양과 품질 강화 등으로 치열한 경쟁

GS25·세븐일레븐·CU가 내놓은 도시락 제품. 사진=각 업체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편의점 업계의 '도시락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연예인을 정면으로 내세워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거나, 제품 구성과 양을 강화하는 등 업체들의 경쟁이 대단하다. 편의점 도시락은 해마다 매출이 약 40% 이상 증가해 최근 관련 업계에서 가장 힘을 쏟는 부문 중 하나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조원 규모의 국내 도시락 시장에서 편의점 도시락 규모는 약 7,000억원으로 전체의 3분의 1 정도다. 1인 가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편의점 도시락의 매출은 업체별로 매년 40~50%가량 오르고 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지난해 도시락 매출이 전년 대비 51.8% 늘어났고, GS25와 세븐일레븐은 각각 61.3%, 58% 증가했다.

GS25 '혜자' 위협하는 세븐일레븐 '혜리'

현재 편의점 도시락 1인자는 탤런트 김혜자의 이름을 내건 GS25의 '김혜자의 맘 도시락'이다. 지난 2010년 10월 처음으로 출시된 김혜자 도시락은 2010년 260만개, 2011년 910만개, 2012년 930만개, 2013년 1,130만개, 지난해 1,300만개가 팔리며 해마다 판매량이 증가, 누적 판매량 4,600만 개(지난해 기준)의 주인공이 됐다. 회사 측은 이 제품 출시 전 김혜자가 제조업체를 방문해 직접 맛을 보고 자신의 이미지와 맞는 상품인지 확인한 뒤 이름과 사진 사용을 허락했다고 밝혔다. 제품 품질과 반찬 구성 등의 향상에 주력한 김혜자 도시락은 “편의점 도시락은 부실하다"는 인식을 깨는 데 일조했다.

특히 2013년 12월 출시된 ‘김혜자 진수성찬 도시락’은 3,500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고기산적, 돼지 불고기, 달걀말이, 볶음 김치 등으로 구성된 풍부한 반찬이 사랑받으며 출시 1년 만에 200만개 이상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온라인에서 '혜자푸드'('구성이 알찬 음식'이라는 뜻)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판매량은 급속도로 늘어 지난 10월에는 전달 대비 38.7%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고, 탤런트 김혜자에게는 ‘마더 혜레사’ 등의 별칭도 생겼다.

하지만 최근 '김혜자 도시락'의 1인자 자리를 위협하는 제품이 등장했다. 지난 3월 12일 세븐일레븐이 걸그룹 걸스데이의 멤버 혜리를 내세워 출시한 ‘혜리 도시락’인데, 출시 약 6주 만에 총 112만 개 판매를 기록했다. 덕분에 세븐일레븐 전체 도시락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0.7%나 증가했다.

특히 '혜리 7찬 도시락’과 ‘혜리 직화 소고기덮밥’이 인기인데, 사측에 따르면 두 제품 모두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될 수 있도록 맛과 양에 신경을 썼다. 더불어 혜리 역시 김혜자와 마찬가지로 도시락 시제품을 맛보고 의견을 전달하는 등 본인의 이름을 내건 도시락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고 알려졌다. 덕분에 혜리를 좋아하는 남성팬들과 더불어 알찬 구성의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들의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상품 개발 과정에 반영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일반 고객 대상 ‘도시락 레시피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다.

CU도 '푸짐한 구성' 신경 쓴 신제품 출시…윤두준 앞세워 마케팅

상황이 이렇다보니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도 지난 4월 ‘국민밥상 도시락’을 출시하고 도시락 제품 강화에 나섰다. 다른 업체들처럼 연예인의 이름을 제품명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집밥’처럼 푸짐한 구성을 선보이기 위해 힘썼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CU가 선보인 ‘국민9찬밥상’은 구이, 전, 튀김, 볶음 등 기본찬을 포함한 9가지 반찬으로 구성됐으며 ‘국민7찬밥상’의 경우 전, 조림, 절임, 밑반찬 등 가정식을 대표하는 7가지 반찬으로 이루어졌다.

CU는 메뉴 구성 외에도 차가운 반찬과 따뜻한 반찬을 구분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해 반찬을 따로 데울 수 있도록 분리 용기를 사용했으며, 기존 도시락과 달리 젓가락 외에도 숟가락까지 동봉하여 고객 편의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배우 윤두준이 출연하는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2'에 공식 협찬사로 참여하면서 도시락 구매 고객 대상으로 윤두준 스티커를 증정하는 등 마케팅도 벌이고 있다.

도시락 상품 개발에 대한 각 업체들의 연구와 투자도 적극적이다. GS25는 업계 최초로 식품연구소를 설립, 호텔 조리장 출신 연구원들이 레시피를 개발해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40억원을 들여 경기 용인시 푸드공장에 밥 짓는 기계인 취반기를 설치했다. 한 솥씩 개별 취사하고, 수확한 지 1년 이내인 국산 햅쌀만 사용해 밥맛이 더욱 좋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CU는 간편 식품을 만드는 공장 6곳에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으며, '밥소믈리에'를 채용해 밥맛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인구통계적 변화와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할 때 향후 국내 도시락 시장은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각 업체들이 꾸준히 신 메뉴를 내놓으며 도시락 상품 강화에 나서고 있어 '전통 강자' 대 '신흥 강자'의 흥미로운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15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도시락 이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이 앞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며(69.9%), 바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하다(72.6%)고 바라보고 있었다.

소비자들은 편의점 도시락이 과거보다 개선되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7.8%가 '요즘 편의점 도시락이 예전보다 다양해진 것 같다'고 응답했으며, '과거 대비 편의점 도시락의 질이 좋아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69%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64%가 최근 편의점 도시락을 이용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며, 젊은 층과 1인가구(76.4%)의 편의점 도시락 이용경험이 좀 더 많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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