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동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혹 떼려다 더 큰 혹 붙인 야합" 날 세워

한겨레·경향, "논쟁거리 남아 있으나 사회적 타협이란 점에 의미 있어..첫발 뗐을 뿐"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여야의 연금 개혁 합의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비판적 시각을 취했지만 보수 매체와 진보 배체의 비판 강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일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에 서명했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가 내놓은 합의안을 받아들여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해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실무기구 합의안의 골자는 2016년부터 공무원이 퇴직 후 받는 연금을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고, 공무원이 내는 돈은 5년에 걸쳐 늘리는 것이다. 지급률(공무원 임금 대비 연금액 비율)은 1.9%에서 1.7%로 낮췄고, 기여율(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은 7%에서 9%로 높였다. 이를 통해 향후 70년 간 약 333조원의 총재정 부담(정부 보전금·부담금·퇴직수당)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공적연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의 재정 절감분을 국민연금에 일부 투입하는 데 대해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성향 언론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큰 우려를 표시하면서 강하게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언론들도 이번 개혁안에 대해 논쟁거리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으나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한 사회적 타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조선일보는 '공론화 없이 국민연금 더 준다 합의'라는 제목의 4일자 1면 톱 기사에서 이번 연금 개혁 타결안이 국민연금이라는 더욱 큰 사회적 논쟁거리를 던졌다고 비판했다. 조선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기 위해선 월급에서 국민연금으로 떼는 돈의 비율을 현행 9%(본인 4.5%, 사용자 4.5%)에서 16.7%로 두 배 가까이 올려야 한다"며 "공무원단체가 자신들의 연금 삭감을 막기 위해 내걸었던 '공적연금 강화'란 명분에 정치권이 대책 없이 말려들어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대권 카르텔’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정치적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선은 해설 기사를 통해 "이번 합의로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자신의 ‘정치적 상품’으로 만들었고, 문 대표는 ‘공적연금 강화’라는 야권의 목소리를 관철했다”고 분석했다. 조선은 '공무원연금 개혁 한다더니 국민연금까지 개악한 여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공무원연금을 논의하면서 엉뚱하게 국민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내용을 끼워넣은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여야가 정치 결단을 가장해 야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재정 적자를 막아 보겠다는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가 후세대의 어깨에 더 큰 재정 부담을 얹어놓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중앙은 '공무원 연금 70년 간 333조 혹 떼려다 국민연금 1,669조 혹 붙인 연금 개혁'이라는 제목의 1면 톱 기사에서 "이번 개혁으로 2085년까지 333조원을 줄이는 대신 여야의 소득대체율 50% 약속을 위해 드는 국민 부담은 2083년까지 1669조원에 이른다"면서 "공무원연금 절감분과 국민연금 재정은 돈 주머니가 다른데도 공무원연금 개혁의 재정 절감분으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쓸 것처럼 호도했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대책에 대해 "보험료가 올라가면 국민 부담을 초래하며 적립금을 쓰게 되면 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4년 앞당겨질 수 있다"며 여야는 '국민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을 '합의'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함부로 건드리면 대혼란 온다'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여야 합의안이 문제투성이지만 너무 많이 진행돼 되돌리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 "본회의 통과 이전에라도 가능하다면 손을 봐서 심각하게 문제가 있는 부분은 손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도 이번 합의가 '졸속 타결'이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동아일보는 '배보다 배꼽 더 키운 연금 담합'이라는 제목의 1면 톱 기사에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 올리기 위해 향후 45년 간 약 1300조 원의 추가 국민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야당은 구체적인 부담액을 밝히지 않았다"며 "여야가 당파적·정략적 이익만 좇느라 공무원연금 개혁의 원칙은 훼손되고 더 큰 숙제만 국민에게 지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담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하라는 공무원연금 개혁은 안 하고 국민연금만 거덜 내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공무원연금을 줄여서 국민연금에 보태주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희석시키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대로 (합의안이) 시행되면 공무원연금과 더불어 국민연금이 국가 재정 파탄의 또 다른 뇌관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면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빚 폭탄을 떠넘길 수는 없다고 시작한 일이 정치인들의 무책임과 포퓰리즘으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한겨레는 '공무원연금 개혁, 타협 의미 살려 실천 힘써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개혁안에 대해 "정치권과 이해당사자들이 오랜 진통 끝에 ‘대타협’의 모양새를 띠게 됐다는 점은 일단 다행스럽다"면서 "재정 절감 효과가 애초 정부·여당안에 미치지 못하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도 근본적으로 이뤄내지 못했다고 해서 ‘안 하느니만도 못한 개혁’ 따위로 무조건 폄훼할 건 아니다"고 평했다. 사설은 그러나 단일안이라는 한 고비를 넘어섰을지라도 여전히 숱한 과제가 남아 있다며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높이는 문제만 해도 머잖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지원과 명목소득대체율 10%포인트 인상 카드 모두에 쓰이기엔 이번 개혁안에 따른 재정 절감분이 부족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앞으로 여야 정치권이 얼마나 진지하고 성의있게 머리를 맞대느냐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경향신문은 ‘공무원연금 개혁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개혁안에 대해 “하위직이 고위직보다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받는 소득재분배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하기로 하는 등 눈에 띄는 내용도 있으나 비판의 목소리에 묻히고 있으며, 이해당사자가 모두 참여한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도 의미가 크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어 빛이 바랜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기에는 많은 시간을 두고 국민적 토론과 협상을 통해 도출해야 할 공무원연금 개혁을 불과 몇 개월 만에 졸속 추진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기여율 인상 및 지급률 인하의 폭과 시기 문제는 연금의 수지 개선이나 재정 절감 차원에서만 조정하기 어렵다”면서 “보험료를 얼마나 더 많이 걷고 연금을 얼마나 덜 지급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답은 없는 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