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다 수입 줄어든 ‘불황형 흑자’
원화 가치 상승·수출 경쟁력 약화 초래

[데일리한국 장원수 기자] 경상수지가 37개월 째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이 늘어난 흑자가 아니라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하는 가운데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이른바 ‘불황형 흑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3월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올 3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03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1.9% 늘어났으며 월간 실적으로 따지면 작년 11월의 113억2,000만달러, 2013년 10월 111억1,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다. 이렇게 되면 경상수지는 2012년 3월부터 37개월 째 흑자 행진을 기록 중이며 1986년 6월부터 38개월 동안 이어진 최장 기간 흑자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된다.

국제수지 기준으로 3월 수출은 495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4% 줄었다. 수입은 16.8% 감소한 383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통관 기준으로 수출은 4.3% 감소한 469억3,000만달러, 수입은 15.3% 줄어든 385억8,000만달러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수출입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 경제에 바람직하다. 경상수지가 흑자가 되면 국민소득이 늘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여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면 달러가 들어오는 것이므로 원화 가치가 상승한다. 이는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수출이 타격받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최근엔 수출이 타격을 받고 수입이 늘면서 달러가 유출돼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균형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 수입 감소 폭이 더 커지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2.8% 절상돼 세계 32개국 중에 대만 달러와 스위스 프랑에 이어 상승률이 3번째로 높다.

반면에 엔화는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 정부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달러 대비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어서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 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원·엔 재정 환율이 7년 2개월 만에 100엔당 900원 선 밑으로 떨어진 이후에도 엔저(원화 강세) 현상은 추세 전환 없이 여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 당국의 개입도 견제를 받고 있다. 주요국들은 한국이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비해 원화 가치가 낮게 평가돼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9일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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