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식품 및 주류 업체들이 '복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사진=뚜레쥬르 제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영화 '국제시장',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토토가' 등 각종 미디어를 타고 복고 열풍이 이어지면서 식품업계도 소비자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각종 식품 및 주류 업체들이 옛 맛과 분위기를 살린 제품들을 잇따라 출시하거나 단종된 과거의 히트 상품을 부활시키는 추세다.

CJ 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복고풍 도넛 제품인 '그때 그 도나쓰'를 23일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해 추억을 선사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옥수수 가루로 반죽한 작은 도넛 5개를 종이봉투에 담고 가격도 1,000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고객들이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재래시장에서 도넛을 사먹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도넛을 튀길 때 사용하는 검정 솥을 매장에 비치하고 그 안에 설탕을 담아 고객들이 원하는 만큼 묻혀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부천상동점·대전둔산점을 비롯한 전국 7개 점포에 옛 방식으로 두부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즉석 두부 전문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는 전문 직원이 직접 국내산 생콩을 6시간 이상 불리고 기계로 간 후 응고시키는 방식으로 매일 5차례 두부를 만들어 선보인다. 두부가 나오는 시간에는 직원이 종을 울려 옛 장터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고객 호응도가 높아 현재 전국 7개 점포에 들어선 매장을 올해 안에 10개 점포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체들은 복고 열풍에 맞춰 이미 단종됐던 제품까지 부활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주류업계다. 백세주를 생산하는 국순당은 2002년도 출시 당시 제품을 '백세주 클래식'이라는 제품으로 재출시해 지난달부터 10만병 한정으로 판매 중이다. 백세주는 1992년 처음 출시됐지만 한·일 월드컵이 개최된 2002년 전성기를 맞았다. 이 제품에는 찹쌀, 구기자, 인삼, 황기 등 당시 사용했던 원재료와 배합비율이 그대로 적용돼 13년 전 백세주의 진하고 강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순당 측 관계자는 "복고 마케팅의 일환으로 지난달 백세주 클래식을 10만 병 한정 출시했는데 도매상에서는 한 달 만에 완판됐고, 현재 일부 업소와 점포에만 재고가 남아있는 상태"라며 "반응이 좋아 추가 생산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했다. 하이트진로는 최근 1924년 창립 당시의 '원조 진로'를 복원한 제품을 내놨다. 1924년에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소주는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 '진로'로 알코올 도수는 35%였다.

KGC인삼공사 정관장의 경우에는 1912년 출시한 국내 최초의 홍삼정 브랜드인 ‘내용삼정’을 최근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 '입으로 먹는 홍삼농축액'이라는 뜻의 내용삼정은 1908년 7월 경기도 개성에 홍삼공장이 설치되면서 개발되기 시작해 1912년 처음 선보인 제품으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업계의 마케팅에는 최근 각종 미디어를 통해 복고 콘텐츠가 다루어지고 있는 것과 더불어 경기 불황의 영향도 있다. 한 소비자학 전문가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1980년대 복고 상품이 유행했듯이 소비자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보며 위로받고 싶은 욕구, 오래되고 안정된 것을 찾는 성향이 더욱 강해진다"면서 "업계가 소비자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해 얼어붙은 지갑을 열려는 것"이라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복고 콘셉트가 기성세대에게는 과거의 문화가 담긴 제품을 통해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보다 어린 소비자들에게는 부모 세대의 문화를 경험하는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해 소비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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