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과자 시장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SBS 캡처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국내 과자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가운데 수입과자 시장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여행 보편화로 친숙함이 높아진 데다 국산 과자가 ‘질소 과자'로 논란이 되며 반사 이익을 얻은 것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자의 66.5%가 올 한해 수입과자를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과자 수입액은 4억 3,630만 달러로 5년 전인 2009년(2억 1,629만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으며 시장 규모도 지난 5년간 매년 10%씩 성장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수입과자 매출 역시 상승세다. 실례로 롯데마트에서 올해 전체 과자 매출 가운데 수입과자는 26.5%를 차지했다. 지난해 20.9%보다 5%포인트 이상 비중이 뛴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롯데마트 내 수입과자 비중은 2010년 8.2%, 2011년 14.3%, 2012년 16.4%, 2013년 20.9%, 2014년 26.5% 등으로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수입과자 품목 수도 250여개로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었고, 수입 국가도 뉴질랜드, 터키 등을 새롭게 추가해 20여 개국으로 다양화됐다.

현재 롯데마트는 전국 90여개 점포에서 수입 과자, 초콜릿 등 수입 상품만을 모아 진열한 ‘수입상품 존’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세븐일레븐은 1개에 2,000∼3,000원짜리 수입 스낵과 초콜릿, 쿠키 등을 진열한 ‘수입 과자 존’을 전국 300곳의 핵심 점포에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에서도 수입 과자 매출이 올 들어 15% 가까이 늘었고,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수입 간식 매출이 작년보다 53% 뛰었다. 아예 수입과자만 취급하는 전문 로드숍도 인기다. ‘레드버켓’, ‘스위트파티’, ‘카카오칩’, '리틀코코' 등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수입과자 전문점은 출점 1년 만에 전국에 500여개 매장이 들어서는 등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수입과자는 어떻게 인기 상품이 됐을까. 전문가들은 먼저 유학, 여행 등을 통해 세계 각국의 수입과자를 접한 소비자들이 이를 국내에서도 맛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을 이유로 들었다. SNS 활성화로 맛있는 수입과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관세 부담 완화와 환율 효과도 영향을 미쳤다. 업체들이 앞 다투어 수입과자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기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구매 기회가 더욱 늘어난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FTA와 환율 효과로 인해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해외 소싱이나 병행 수입이 예전보다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과자 수입량 4억 3,630만달러 가운데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은 1억 118만달러에서 3억 4,311만달러로 3.4배 증가했다.

수입 과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정직한 포장, 다양성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마크로밀엠브레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수입과자를 구입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국산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많다(37.4%, 중복응답)는 점이 꼽혔다. 다음으로는 ▲마트나 매장에서 할인판매를 많이 하며(37.1%), ▲독특한 종류의 과자가 많아서(35.6%)라는 의견이 많았으며, ▲단순한 호기심(34.4%)과 과자의 맛(34.1%), ▲과자 종류의 다양성(20.3%)이 수입과자를 구입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명 제과업체들이 해마다 가격 인상을 단행하며 가격을 크게 올린 바람에 수입 과자의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졌다. 업체들이 해외 직수입과 병행 거래 등을 통해 수입 제품을 대량으로 들여와 할인 행사도 자주 벌이다보니 가격은 더욱 낮아지고, 소비자 선호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면서 "특히 국산 과자와 맛이 유사한 수입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웨덴의 한 수입과자 제품은 한 국내 업체의 과자와 맛도 비슷하고 중량도 220g으로 같지만, 가격은 500원가량 저렴하다. 버터와 코코넛이 들어간 필리핀의 한 과자는 비슷한 한국의 1,200원짜리 과자에 비해 중량이 20g 많은데도 가격은 200원 더 저렴하다. 또 아몬드가 들어가 있는 일본산 초콜릿볼은 국산 제품과 가격은 같으나 제품이 11개나 더 들어있다.

여기에 국산 과자의 과대 포장 논란이 더해지면서 열풍은 더욱 뜨거워졌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품 양에 비해 포장이 과한 국산 제품들과 한 두 겹의 포장 안에 빽빽히 들어 찬 수입 제과류를 비교하는 게시물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질소 과자 등으로 불리는 국내 업체들과 비교해 수입 과자는 비교적 포장이 정직하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생겨났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가격과 포장뿐 아니라 수입과자의 품목이 다양해 입맛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 말했다.

유통 업체들은 수입 과자의 품목 수와 수입 국가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산 과자들의 범람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사들이 과거의 영광에만 안주하다가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면서 "원가 절감과 포장 등 제품 품질 개선 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붙잡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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