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나 정기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유가 하락에 이어 러시아 경제 위기까지 가중되자 시중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금이나 정기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부자들만 찾던 안전자산에 중산층과 서민까지 몰리면서 이같은 현상은 전방위로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저금리 추세로 인해 '중위험·중수익' 투자가 유행이던 재테크 양상이 최근 들어 러시아 경제위기 등으로 인해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이중 골드바 투자가 단연 대표적이다.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판매량은 9월 126㎏에서 10월 132㎏, 지난달 137㎏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다, 이달 들어 하루 판매량이 지난달의 두배로 늘어나거나 보름 사이에 무려 160㎏의 골드바가 팔려나가는 등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판매량은 250㎏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금거래소는 예상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부터는 중산층과 서민들의 구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바 투자는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시가 5,000만 원 상당인 1㎏ 골드바 판매가 주류를 이뤘으나, 지난달 중순부터는 소액 판매가 급증해 지금은 37.5g과 10g골드바 판매가 전체 판매건수의 70%를 차지한다. 37.5g 골드바의 가격은 200만원, 10g 골드바는 50만원 가량이다.

한국금거래소의 송종길 이사는 "러시아 경제위기와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가치 보전과 환금성이 뛰어난 금 투자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달 중순부터 소액 골드바 판매가 급증하는 것은 전에 없던 특이한 모습"이라며 "중산층, 서민들도 안전자산인 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은행의 상품 판매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의 정기금리 인하 후 예금 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정기예금에서는 8월 2조4,000억원, 9월 7,000억원 등 두달 새 2조원을 훌쩍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10월에 두 번째 금리 인하가 단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에는 돈이 다시 몰리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무려 3조7,000억 원에 달하는 시중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여겨져 올해 들어 정기예금의 대안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신탁(ELT)과 주가연계펀드(ELF)의 신규 유입액은 급격히 줄었다. 신한, 우리, 국민, 하나,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대 은행의 ELT·ELF 유입액은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 10월에는 판매액이 7,610억원까지 치솟았으나, 지난달에는 206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올해 월평균 판매액 6,000억원의 30분의 1에 그치는 수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두세달 전까지는 '0.1%포인트라도 수익률을 높이자'는 분위기가 지배했다면, 지금은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무조건 내 돈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펀드 시장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위험자산인 주식형 펀드 유입액은 10월 2조1,000억 원에서 지난달 5,000억 원으로 급감했지만,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로의 유입액은 지난달 3조2,000억 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는 아예 주식형 펀드에서 3,000억 원에 달하는 돈이 빠져나갔다. 국민은행 대치동PB센터의 신동일 팀장은 "유가 폭락, 러시아 경제위기 등으로 재테크가 쉽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무조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자산 지키기'를 최우선으로 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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