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맛 대결 ⑩ 커피전문점]
공룡 된 대형 커피전문점, 공급 과잉·경쟁 심화로 매출 하락
스타벅스·커피빈·카페베네·엔제리너스·할리스·이디야 등 다양한 브랜드

커피 외에 베이커리·파스타 등 수익 다변화… 영화관·미술관으로 변신도

탐앤탐스는 다른 커피전문점과의 차별화를 위하여 24시간 매장, 스터디나 업무 미팅을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가질 수 있는 비즈니스룸 설치, 노트북과 스마트폰 사용자를 고려한 무료 무선인터넷 서비스 등 누구나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진=탐앤탐스 제공
[데일리한국 장원수 기자] 그야말로 커피전문점 공화국이다. 누구 말대로 발길에 걸리는 곳마다, 골목마다 커피전문점 매장이다. 특히 점심 식사 후 커피전문점에는 삼삼오오 모인 직장인들이 서로 주문하느라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인다. 그야말로 인산인해(人山人海)다. 간혹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은 애꿎은 매장 직원에게 임대료이며, 원가가 얼마인지를 꼬치꼬치 캐묻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항상 커피전문점이 생긴다. 신사동 가로수길, 이태원 경리단길, 홍대를 끼고 있는 상수역과 합정역 등. 처음에는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전문점이 생기지만 이내 '박리 다매' 형의 소규모 커피전문점이 들어서고, 이들 업체들끼리 가격 경쟁으로 공멸할 즈음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손님들을 싹쓸이하며 일대를 장악한다.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들은 불과 5년 전과 비교할 경우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 이상 늘어났다. 이렇다보니 커피전문점 바로 옆, 또는 맞은편에 커피전문점이 생겨서 그야말로 고개만 들면 커피전문점 간판을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골목 후미진 곳에는 소규모 카페들이 자리를 잡고, 큰길가 옆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24시간 불야성을 이룬다.

커피전문점 우후죽순… 스타벅스·커피빈·카페베네·엔제리너스·할리스·이디야 등

여의도에서 직장은 다니는 이유진(26)씨는 점심 식사 후 직장 동료들과 커피전문점을 찾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녀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수가 아니다. 달짝지근하고 쓴 맛이 주는 입맛도 있지만 직장 선배 뒷담화나 자잘한 고민거리를 털어놓을 수 있는 스트레스 해방구이기도 하다. 커피값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밥을 굶지 않는 이상 커피전문점을 찾는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커피전문점 시장 구조 및 실태’ 자료에 따르면 커피전문점 매장 수는 2011년 기준 1만2,000여개로, 스타벅스·커피빈·카페베네·엔제리너스·할리스 등 상위 5대 브랜드의 점포수가 3,000여개에 이른다. 매출액 규모는 총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가히 커피전문점의 ‘춘추전국 시대’이다.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커피전문점은 크게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 형식의 커피전문점과 직영점 방식의 외국계 커피전문점, 가맹점 방식의 국내사 커피전문점으로 나뉠 수 있다. 가격은 전자가 아메리카노 한 잔에 2,000∼3,000원을 받는다면 후자들은 평균 두 배 이상을 받는다. 소규모 카페 형식의 커피전문점이 규모가 작고 커피 맛으로 승부한다면 후자들은 사이즈(매장 크기와 매장수, 자본 등)와 마케팅으로 승부한다. 특히 외국계 커피전문점과 국내사 커피전문점은 영토 확장(매장 출점)과 가격, 새 메뉴 등을 비교하며 치열하게 경쟁한다.

집계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 5월 기준으로 해외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커피빈은 직영점만 각각 670개, 220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브랜드인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할리스는 직영과 가맹점을 포함해서 각각 970개, 880개, 420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 탐앤탐스가 410개, 투썸플레이스가 500개, 파스쿠찌가 370개, 드롭탑이 206개, 커핀그루나루가 120개 정도이다. 가장 많은 커피전문점 매장을 갖고 있는 곳은 이디야로 전국에 1,30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사 커피전문점들은 외국계 커피전문점보다 가맹점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는 국내사 커피전문점들이 가맹점 인테리어, 초도물품, 경영 지원 서비스 제공 등 프랜차이즈 사업과 커피 제조를 위한 재료 사업과 컵 및 컵홀더 등 부재료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물류 사업에서 주요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맹점이 늘면 수익도 자연적으로 증가한다. 때문에 이디야, 할리스 등 유명 국내사 커피전문점들이 가맹점을 모집하면서 창업 비용을 실제보다 축소하거나 수익을 과장하는 등 거짓 광고를 하다가 지난 11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경주에 들어선 할리스커피 경주보불로점은 경주 고유의 지역 분위기에 어울릴 수 있도록 가장 한국적인 건축 방식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사진=할리스커피 제공

과열 경쟁으로 제 살 갉아먹기

커피전문점이 워낙 많다보니 동전의 양면처럼 호불호가 엇갈린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같은 업종의 점포가 늘어나면서 성장이 정체된 ‘레드 오션’으로 들어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 대표적인 커피전문점 카페베네는 정부의 출점 규제와 경기불황, 업체 간 경쟁 과열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도막이 났다. 매장 수익이 떨어지는 경우 직영 매장만 개설하는 스타벅스나 직영 매장 비중이 높은 가맹본부는 본사 손실로 끝나지만 가맹점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업체들은 점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커피전문점 시장 자체가 커질 수는 있어도 이렇듯 경쟁적으로 출점이 지속되면 ‘매출 나눠먹기’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커피프랜차이즈 가맹 본부가) 한국에서 잘 되는데 왜 굳이 중국으로 진출하겠느냐”며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커피전문점이 입점할 수 있는 지역, 소위 말하는 '목'(상권)이 좋은 곳이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커피전문점의 경우 임대료가 가장 비싼 건물 1층 외에는 입점할 수 없다. 또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의 경우 임대료와 인건비, 본사 가맹비 등을 내고나면 실질적으로 건지는 수익이 없이 ‘빛 좋은 개살구’ 꼴이 되기 십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 가맹점을 늘리면 본사는 돈을 벌지만 가맹점주들은 손해만 입는다”며 “커피전문점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월 예상 수입이 1,000만원이 넘는다, 순이익(마진)이 매출액의 35%라는 등의 본사의 감언이설에 놀아나지 않도록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아직까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커피 문화의 확산에 따라 소비가 늘고 있다며 아직 출점 여력이 있는 지방에 매장을 확대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커피전문점들은 커피뿐 아니라 샌드위치와 각종 파이, 요거트 음료 등 메뉴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계속해서 발굴하고 있다”며 커피전문점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커피 한 잔이 4,000원 넘어… 점심 한 끼와 별 차이 없어

부천에 사는 직장인 김정근(34)씨는 점심시간이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커피전문점을 찾는다. 오전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커피 한 잔의 여유로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수다를 떨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그는 오후에도 짬을 내 테이크아웃 커피를 자주 마신다. 하루 평균 두 잔 이상,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데 일주일에 평균 4만원 정도를 쓴다.

점심 후 사람들이 모이는 상가마다 ‘커피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전문점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많은 점포가 경쟁하는 구조에서도 커피 가격은 떨어질 줄 모른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서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아메리카노 한잔의 값은 웬만한 점심 식사 한 끼 가격과 맞먹는 4,000~5,000원이 기본이다. 심지어 1만원이 훌쩍 넘는 고급 커피까지 등장했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만큼이나 ‘값’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커피 주재료인 생두와 원두의 수입 가격이 떨어지고 환율이 많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커피전문점들은 최근에도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 게다가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 값이 본고장 미국보다 2배나 비싼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내에서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4,100원. 스타벅스보다 비싼 커피전문점은 폴바셋(5,100원)과 커피빈(4,500원), 엔제리너스(4,400원), 아티제(4300원) 등이다. 카페베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등은 스타벅스와 같은 4,100원이다. 심지어 이들 네 업체 중 투썸플레이스(4,400만원)를 제외하고는 카페라떼의 가격도 4,600원으로 동일하다.

자연히 가격 담합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들이 올해 하반기에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가격 인상 현황을 살펴보고 담합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만큼 논란이 많은 부분이 로열티와 매출 및 출점 비용이다. 최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7개 브랜드 가맹점포의 평균매출 및 초기 창업비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엔제리너스 커피가 순매출액의 5%로 가장 높았고 이어 카페베네가 3.5%, 할리스커피와 투썸플레이스가 3%, 파리크라상이 2.5% 순이었다. 또 이디야는 월 27만5,000원, 탐앤탐스커피는 80만원으로 고정해 놓았다.

지난해 평균 매출액을 기준으로 각 가맹점주들이 본사에 지급하는 평균 로열티는 엔제리너스가 2,11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투썸플레이스가 1,538만원, 카페베네 1,483만원, 파스쿠찌 1,083만원, 할리스커피 1,068만원이었고, 이디야 커피는 330만원으로 가장 낮았다.

이디야커피 가맹점의 평균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2억4,788만원, 평균 창업비용은 1억855만원으로 비용 대비 평균 매출이 228%였다. 이어 파리크라상에서 운영하는 파스쿠찌가 191%,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가 185%로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파스쿠찌는 평균 매출액이 4억3,337억원, 평균 창업 비용이 2억2,747억원이었다. 3위인 투썸플레이스는 2억7,790억원을 투자해 평균 5억1,2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7개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 규모다. 이는 투썸플레이스가 커피뿐 아니라 디저트를 특화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 커피가 173%로 4위를 차지했고, 카페베네는 158%로 5위에 올랐다. 할리스F&B의 할리스커피는 118%로 가장 낮았다. 할리스의 경우 평균 창업 비용이 3억289억원으로 7개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 2013년 10월 국내 커피전문점 최초로 1,000호점을 돌파한 이디야커피는 최근 1,300호점을 개설을 돌파했다. 이디야커피는 타 브랜드 대비 30% 저렴한 가격의 커피로 가격경쟁력에서 앞서고 있다. 사진=이디야커피 제공

영업이익 감소에서 탈출하기 위해 커피 외 다양한 메뉴 개발

시청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영선(29)씨는 소공동의 탐앤탐스 매장을 즐겨 찾는다. 이곳에서 파는 베이커리 메뉴인 허니버터브래드에 필이 꽂혀 점심 시간이면 로스팅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과 함께 빵을 주문한다. 창가 옆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브런치 타임을 즐기는 이때가 가장 행복하다.

커피전문점이 탈바꿈하고 있다. 커피와 함께 생과일 음료수, 샌드위치, 베이커리를 팔지 않는 커피전문점이 없다. 여름이면 팥빙수, 겨울이면 따뜻한 유자차나 생강차를 파는 것은 기본이다. 심지어 커피전문점은 스파게티를 파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커피를 마시는 와중에 시각적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소규모 영화관이나 유명 작가의 미술품들로 매장을 꾸며 복합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탐앤탐스는 지난해 6월부터 매월 독립영화 상영회 '인디스카이데이'를 비롯해 음악, 영화, 미술 등 커피와 문화가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매장에서 전개해 나가고 있다.

카페베네는 지난 2010년부터 베네데이를 실시하고 있다. 멤버십 회원들에게 인기 문화공연 관람권을 정가보다 최대 50~60% 할인해 제공한다. 또한 매장에서는 클래식 공연을 연주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등 매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2011년부터 고객을 대상으로 ‘이디야 뮤직 페스타’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만명을 초청해 하루만 진행했던 규모를 확대해 올해는 이틀에 걸쳐 총 2만명의 규모로 늘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투썸플레이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점을 ‘아트 오브 투썸’이란 콘셉트로 재단장했다. 커피, 디저트와 함께 아티스트 작품까지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투썸플레이스가 커피와 예술을 접목했다면 디저트 카페 요거프레소는 ‘독서’라는 특별함을 담았다. 북카페 테마 매장으로 문을 연 요거프레소 의정부 행복로점은 출판사 작가정신과 손잡고 매장에 인문·교양·소설·아동 등 500여 권의 도서를 비치했다.

할리스커피 경주점은 기둥, 창문, 서까래 등에 목조를 활용하고 지붕에 기와를 쌓아 올려 한옥의 멋을 살렸으며 바리스타 공간을 제외한 모든 벽에 창호문을 배치해 커피를 즐기며 주변 경관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학동역점은 이탈리아 명품 디자인 가구 마지스와 협업해 선보인 가구 테마 매장으로 매장 내에 ‘마지스 존’을 설치해 고객들이 커피를 마시며 마지스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커피 맛뿐 아니라 공간 마케팅에 대한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커피숍이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함에 따라 한두 시간씩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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