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프로그램처럼 구성 바꾸고 야외로 나가기도

공중 촬영 장비까지 도입

홈쇼핑 방송이 다채로운 형태로 바뀌고 있다. 사진=GS샵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홈쇼핑 방송이 갈수록 파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홈쇼핑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업체들이 프로그램 형식을 바꾸거나 IT(정보기술), 모바일 쇼핑과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2014 유통산업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8조 7,800억 원으로 1995년 TV홈쇼핑 출범 첫해 매출(34억 원)의 2,582배에 달한다.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9% 늘어난 9조 5,300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산업 자체도 성숙기에 이르렀다. 2009년 20%였던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11%, 올해는 한 자릿수인 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최근 홈쇼핑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처럼 오락적 요소를 가미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는 등 과거의 방송 형식을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이전처럼 판에 박힌 상품 소개 방송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사진=CJ오쇼핑
GS샵은 최근 ‘동지현의 쇼미더트렌드 시즌2’ 방송에서 파워블로거와 모델, 연예인 지망생, 쇼핑호스트 지망생 등 100명을 방청객으로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방청객이 쇼호스트와 상품과 최근 트렌드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거나 즉석에서 무대에 올라 상품을 사용해보는 식이었다. 이 방송은 최고 시청률 0.46%를 달성, GS샵 평균 시청률의 17배를 돌파하고 28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등 높은 호응을 얻었다.

CJ오쇼핑은 '류재영의 아이러브 레포츠(부제: 101가지 꼭 해봐야 할 액티비티)’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여 인기몰이를 했다. 이 프로그램은 스튜디오에서 말로만 상품을 설명하던 쇼호스트가 야외로 나가 본인이 판매하는 레포츠 상품을 직접 사용하며 느낀 소감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ATV와 패러글라이딩, 승마 등 체험현장을 방문해 아웃도어 활동 시의 상품 디자인 및 성능, 다양한 코디법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더불어 지난 9월 말부터 진행된 시즌 2에서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통해 고객들의 고민을 받아 그 중 2인을 매주 선정하고, 선정된 고객들은 스튜디오로 나와 쇼호스트 및 패션 블로거들에게 맞춤형 코디법을 제안 받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남성 쇼호스트가 속옷 판매 방송에 출연해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 본 여성의 옷태(옷을 입은 자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더한 프로그램들이 방송되고 있다. 이 홈쇼핑 채널은 "예능인 못지 않은 끼와 스타성을 갖춘 쇼호스트가 필요하다"며 최근 진행된 쇼호스트 면접에 예능 프로그램 책임프로듀서(CP)를 심사위원으로 두기도 했다.

다양한 IT 기술의 접목으로 홈쇼핑 구성에 변화를 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POV(Point of view) 카메라, LTE 생중계, 헬리캠 등 영상 기술과 더불어 모바일 기기를 접목한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CJ오쇼핑은 최근 ‘돌직구 카메라’라고 명명한 POV 카메라를 의류 판매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POV 카메라는 촬영자의 시점으로 근거리의 사물을 촬영할 수 있어 주로 자연 다큐멘터리 등에서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을 촬영하는데 쓰였던 카메라다. 이 방송에서는 POV 카메라가 의류 원단의 상태를 시청자의 눈으로 세밀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LTE 중계 시스템을 통해 상품과 관련된 고객이 있는 현장을 찾아가 보여주는 홈쇼핑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이달 진행한 롯데홈쇼핑의 '찾아가는 홈쇼핑'이 대표적인데, 생방송 중 LTE 생중계로 현장을 연결해 고객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거나 푸드 박람회 등 현장에 홈쇼핑 방송을 중계하는 방송이다. 최근에는 가을 등산객들을 찾아 청계산으로 떠나거나 학생들이 있는 교실을 찾는 방송이 진행됐다. LTE 중계에는 스마트폰 크기의 소형 LTE 라우터(중계 장치)가 이용되는데, 이 작은 기기로 어느 곳에서든 풀HD(1920×1080) 해상도의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 심지어는 공중 촬영용 장비인 헬리캠도 홈쇼핑 방송에 등장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더 가깝게 소통하고 이들의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한 모바일 접목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ARS 연결 시 음성으로 안내되는 내용이 휴대폰 화면에 동시에 나타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이용해 고객과 방송서 바로 소통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카카오톡으로 “방송 중인 제품의 뒷면을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면 쇼호스트가 바로 제품을 뒤집어 보여준다. 인기 쇼호스트 동지현은 “방송 중 전송된 메시지가 3,000개 이상이면 춤을 추겠다”는 미션을 걸고 수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변화하는 홈쇼핑 방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평소 홈쇼핑 방송을 자주 시청한다는 주부 이모(39)씨는 "요즘 홈쇼핑 방송은 예능 프로그램처럼 재미있어 챙겨보게 된다"면서 "상품 정보를 상세히 알기도 쉽고 쇼호스트와 바로 바로 소통이 가능해 제품 구매 후 대부분 만족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 씨(28)도 "요새는 주말마다 좋아하는 홈쇼핑 방송 시간에 맞춰 TV를 틀어놓고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구매한다"면서 "즐겨 보는 홈쇼핑 쇼호스트의 팬클럽에도 가입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고객들은 뻔한 홈쇼핑 방송 형식은 식상해 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형식을 파격적으로 바꾸고 모바일, IT 기술 등을 접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어떤 상품을 파느냐도 중요하지만 상품을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앞으로 홈쇼핑 방송에서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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