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온라인 반품샵의 판매 페이지.
[데일리한국 동효정 기자]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리퍼브 시장'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리퍼브는 '새로 꾸미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리퍼비시(refurbish)'의 준말로 구매자의 단순 변심이나 미세한 흠집 등으로 반품되거나 진열장에 전시했던 제품을 새 상품처럼 손질해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것이다.

시중에서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노트북은 60만~70만원 대, 42인치 LCD TV는 90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판매 중이다. 청소기·밥솥·가습기·헤어드라이어 등 국내 유명 가전제품들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가방·벨트·지갑 등의 잡화류나 욕실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을 무조건 1만원에 파는 등 상품군도 가격대와 함께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24일 소셜커머스 티몬은 올해 상반기 리퍼브 제품의 판매 수량과 매출액이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각각 6배와 3배 씩 급증했다고 밝혔다. 리퍼브 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11번가도 중고상품 거래 코너인 '중고스트리트'의 매출이 올 들어 55%나 늘었다. 등록 판매자 수는 3,000여명으로 판매물품 개수만 100만개에 달한다. 중고스트리트에서는 가전·디지털 기기의 거래가 유독 활발하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은 하루 평균 4,000만원 이상 매출이 발생할 정도다. 최근에는 오토바이를 비롯해 명품 가방과 명품 의류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10조원 규모다. 이중 온라인 거래비중이 80%를 차지한다. 특히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 등 주머니가 가볍지만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20ㆍ30대를 중심으로 판매가 몰리는 리퍼브 노트북은 하루 매출만 4,000만원에 달한다. 옥션이 운영하는 '중고장터'의 올해(1~10월) 매출은 지난해 대비 120% 늘었다. 2~3년 전만 해도 TV와 냉장고 등 생활가전에만 몰렸던 옥션의 리퍼브 제품 수요도 최근에는 IT기기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격도 중요하지만 판매 조건도 꼼꼼히 따져봐야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한 IT제품 시장이 커지는만큼 소비자 보호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반품샵을 통해 의자를 구입한 A씨는 물건을 받고 깜짝 놀랐다. 쓰는 데 지장이 없는 새 것같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기대감에 물건을 풀어 봤지만 배송된 상자 안에는 사진에서 보던 의자와 다르게 깨져 있었다. 파손의 정도가 너무 심해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다시 반품을 신청했다. 하지만 샵에서는 반품샵 특성상 흠집이 있거나 작은 스크래치는 있을 수 있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또 다른 반품샵에서 노트북을 구매한 한 고객은 "구입처에서 살 때 분명히 6개월 A/S를 자체적으로 실시한다고 해서 보자마자 구입을 했더니 고장이 나서 들고가니 '나 몰라라' 하는 태도에 너무 화가 났다"면서 "차라리 제값을 주고 새 제품을 사는 게 더 나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퍼브샵에서 전자제품이나 IT 제품을 구매할 경우 매장별로 판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AS 잔여기간이나 제품 정보, 외관 상태 등을 사전에 반드시 점검해야한다. 온라인에서 구입할 경우 쇼핑몰 업체나 판매자의 정보를 잘 살펴봐야 미연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소비자 보호원 측은 "매장별로 판매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가전제품이나 가구의 경우 A/S 기간과 조건을 따져서 구매해야 하며 정확히 명시된 서류등을 확인해야한다"면서 "오프라인은 직접 볼 수 있지만 온라인의 경우 상품 확인이 쉽지 않기 때문에 사진을 요구하거나 믿을만한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 들어가서 구매자들이 남긴 상품평이나 구매 후기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