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명 현금영수증 규모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직장인 이모(32)씨는 얼마 전 직장 동료와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가 음식값 1만 원을 현금으로 지불했다. 번거롭기에 평소처럼 현금영수증은 받지 않았다. 이씨는 "주변 동료들만 보아도 평소 현금영수증을 꼬박 꼬박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비자가 챙기지 않아 불어난 무기명 현금영수증 규모가 지난 5년간 10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발표된 '2014년 세법개정안'에서 체크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40%의 공제율을 적용하기로 했음에도 현금영수증 발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다.

24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2013년 5년 동안 국민들이 실명으로 발급받지 않은 현금영수증 규모는 모두 102조 9,950억원이었다. 소비자가 요청하지 않을 경우에도 현금영수증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하는 업체들은 무기명으로 영수증을 발급한다. 무기명 발급을 하지 않으면 국세청이 미발급 금액의 50%를 과태료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기명으로 발급한 현금영수증에는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 5년간 발급된 현금영수증 규모는 총 393조 4,492억원으로, 이 가운데 실명 발급액 비율은 73.6%(290조 4,542억원), 무기명 발급액은 26.2%에 이른다. 무기명 현금영수증 금액은 2009년 15조 5,000억원(22.6%)에서 2010년 19조 4,000억원(25.5%), 2011년 22조 1,000억원(27.4%), 2012년 22조 6,000억원(27.5%), 지난해 23조 4,000억원(27.4%)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무기명 발급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소액 결제를 한 경우 현금영수증을 발급받는 절차에 비해 기대되는 소득공제 혜택이 미미한데다, 발급 과정을 번거롭게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5년간 발급된 현금영수증의 건수당 평균 금액을 계산해보면, 실명발급은 1건당 3만 원, 무기명발급은 7,000원이었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전용카드도 도입했으나 이 카드를 이용한 현금영수증 발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영수증 발급 건수는 2009년 2억 6,400만 건에서 2010년 2억 5,500만건, 2011년 2억 2,500만건, 2012년 1억 9,200만건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1억 6,600만건으로 5년 연속 발급 건수가 줄고 있다.

그러나 현금영수증이 무기명으로 발급됐더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국세청 현금영수증 홈페이지나 세미래콜센터를 통해 실명 전환 후 공제를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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