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 지침 강화했지만 변화 없으면 "규제 나설 것"

마케팅 전문가 "오히려 제품 이미지를 반감 시킬 수 있다"

과도한 바이럴(viral) 마케팅에 불만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한국 이민형 기자] #1. 아이라이너를 구입하려는 A씨는 제품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 검색창에 '아이라이너 추천'을 입력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떤 아이라이너를 써도 몇 시간만 지나면 금세 번지더라구요. 그런데 친구의 추천으로 쓰자마자 딱 제 맘에 들어 지금까지 계속 쓰고 있는 아이라이너를 하나 소개하려고 해요"라는 한 블로거의 후기에 혹해 A씨는 처음 듣는 중소업체의 아이라이너를 바로 구입했다. 그런데 후기와 달리 아이라이너는 쉽게 번졌고, 심지어 닳는 속도도 빨라 A씨는 이제 어떤 블로그 후기도 믿을 수 없게 됐다.

#2. 친구와 여행을 계획 중이던 B씨는 인터넷으로 관광명소를 검색했다. 그러던 중 어느 블로그에서 벽에 그림이 그려진 운치있는 마을과 재래시장이 있는 지역을 추천받았다. '낭만, 힐링이 있는 유명한 마을'이라는 말에 B씨는 직접 그 지역을 찾았지만 블로그에서 소개된 모습과 달라 실망스러웠다. B씨는 "골목에 그림 몇 개 그린 것을 유명한 마을처럼 소개해 놨고, 시장을 찾아 둘러봤지만 인적도 드물고 분위기마저 어두웠다"며 "'여기 내가 왜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과도한 바이럴(viral) 마케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면서 정부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마케팅은 누리꾼이 이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기법이다. 즉 바이럴이란 바이러스(virus)의 형용사 형태로 보통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자발적인 소문을 의미하는데, 최근 기업이나 홍보대행사 등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바이럴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취지가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러한 바이럴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상품은 금융상품부터 화장품, 식당, 여행지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바이럴 마케팅은 자발적인 사용 후기가 아닌 돈을 받고 작성한 것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기업이나 홍보대행사에게 돈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SNS에 제품에 관한 정보를 허위로 올려 피해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홍보가 가열되면서 바이럴 마케팅은 점차 신뢰도를 잃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실제 사실과 다른 바이럴 마케팅이 오히려 제품의 이미지를 반감 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바이럴 마케팅이 결코 상품의 판매량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서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홍보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괴리감이 항상 따라 다니는데 나쁘다고 판단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인 이미지를 봤을 때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과도한 바이럴 마케팅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자 블로그 등 추천·후기 글을 작성할 때 광고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준문구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최근 개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런 식의 바이럴 마케팅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올해 안에 실질적인 규제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학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의 조사원은 "일반적으로 방송이나 신문은 실제 콘텐츠와 광고를 구분할 수 있지만, 블로그를 통한 광고는 특성상 광고인지 자신의 의견인지 구분을 할 수 없다"면서 "이번 지침에도 변화가 없다면 광고주를 기만 광고 혐의로 처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도 지난 8월 금융상품에 대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피해자가 늘면서, 광고 심의를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유의사항을 공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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