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액면 금액이 30∼50만원 이상인 고액 상품권의 발행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회수율이 점점 떨어지는 5만원권과 함께 이들 상품권이 지하경제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유통사·정유사·전통시장·기타 등 전체 상품권 시장에 공급한 50만원권 상품권은 365만4,000장으로, 2009년(42만1,000장)보다 768% 증가했다. 4년 만에 9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30만원권 상품권 발행은 지난해 112만6,000장으로, 2009년(26만4,000장)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만원권 상품권이 2배 늘어나고, 5,000원권 상품권이 30%가량 줄어든 것과는 대비된다.

백화점, 대형마트 상품권이 전체 상품권 발행량 증가를 주도했다. 유통업체들이 지난해 발행한 30만·50만원권 상품권은 478만장으로, 1년 전보다 110.6%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상품권 발행량은 전년보다 22.6% 증가한 2억6,038만장이었다. 금액으로는 8조2,796억원어치다. 이처럼 고액상품권 발행량이 증가하는 데는 기업 입장에서 상품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미리 쓸 수 있고 신규 매출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로선 상품권의 사용처가 갈수록 확대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데다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의 경우 액면가보다 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고액상품권 발행 증가가 지하경제 확대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구매자와 사용자를 파악할 수 없는 상품권 발행량이 많아지면 기업 비자금 조성, 뇌물 등 불투명한 자금 거래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고액 상품권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1만원권 이상 상품권을 발행할 때 인지세를 내는 것을 빼면 당국의 감독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고액 상품권이 리베이트나 기업 비자금 조성 등 불투명한 자금 거래나 '상품권깡' 등에 활용될 여지가 크다. 상품권깡은 상품권을 구매하고 수수료를 뗀 뒤 되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5만원권 회수율이 저조한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이야기다. 5만원권 환수율은 지난 3분기에 10%대로 떨어졌을 정도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고액상품권은 뇌물이나 탈세 목적의 지하경제 수요 등 불법적 자금 유통에 악용될 여지가 매우 높다. 초고액 상품권의 발행 현황 파악, 유통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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