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전 전쟁 ② 에어컨 편]
에어컨 시장 점령한 삼성·LG "우리가 국내 1위" 주장
국내외서 소비자 니즈 파악…다기능·고효율로 승부수
두 회사가 국내 85% 차지… 캐리어·동부대우·위니아도 분투

국내 에어컨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민형 기자 urbanity@hankooki.com
[데일리한국 신수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 간의 가전 전쟁은 여러 전선으로 확산되고 있다. 베를린의 삼성 세탁기 파손 사건을 놓고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최근 LG전자 전 간부가 삼성의 에어컨 기술 유출 논란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두 회사의 싸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에어컨 분야에서 두 회사는 서로 "우리가 국내 1위"라고 주장하면서 옥신각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논란이 된 에어컨 시장점유율 문제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삼성전자가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가정용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광고를 내보낸 것이 문제였다. 삼성전자는 이 광고에 시장조사기관 GFK의 조사 결과를 인용했는데, LG전자 측에서 “통계자료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이 싸움은 삼성전자가 광고 문구를 '소매용 국내 에어컨 시장 1위'로 수정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이처럼 삼성과 LG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어서 국내 에어컨 시장의 점유율을 구체적으로 점수 매기기가 어렵다. 삼성전자 측은 "국내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사실상 우리 쪽 시장 점유율이 더 높다고 본다"면서 "4년째 GFK에서 받아보는 자료에서 우리가 앞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LG전자 측은 "GFK 자료는 전체 유통 채널의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은 자료이므로 믿을 수 없다"면서 "업계에서는 시장 참고용으로만 활용하는 정도"라고 설명한다. 전자제품 판매업체 관계자들도 에어컨 분야 판매율에 있어서는 삼성과 LG 중 어느 한쪽 제품의 손을 들어 주기 어렵다고 말한다. 성능도 마찬가지다. 양측 에어컨의 냉방 성능은 현재 우열을 가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양측의 에어컨은 기본 기능 외에도 각각 다양한 특징점을 가지고 있다.

광고 모델 경쟁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삼성전자가 '빙상퀸' 김연아를 내세워 시원한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LG전자는 '체조 요정' 손연재와 축구 스타 손흥민을 모델로 세워 제품 이미지를 높였다. 두 회사의 제품은 각각 '김연아 에어컨', '손연재 에어컨' '손흥민 에어컨'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치열한 양강 구도가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내 에어컨 업계 양대 산맥인 두 업체의 경쟁으로 매해 더 나아진 성능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어서 반길 만한 상황이다. 과거 두 제조사는 실외기 소음 및 백색가루, 기기 꺼짐 현상 등의 문제로 나란히 논란을 일으켰으나,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이러한 성능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군에는 ▲에어컨의 기본인 강력한 냉방 기능에 ▲절전 기능 ▲실내 공기 청정 기능 ▲제습 기능 ▲건강 기능 등이 함께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14년형 '삼성 스마트에어컨 Q900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LG에어컨이 삼성보다 낫다'는 말은 옛말인가… 대표 상품은 '김연아 에어컨'

서울 목동에 사는 이모(44)씨는 지난 여름 남편과 함께 전자제품 매장을 찾았다. 낡은 에어컨을 새 제품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기존에 LG전자에서 나온 제품을 사용해 왔고 '에어컨은 LG가 좋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내심 LG전자 쪽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직원의 설명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모델은 올해 인기라는 삼성의 2014년형 '김연아 에어컨'. 필요에 따라 바람문을 따로따로 조절해 여닫을 수 있는 기능과 높은 전력소비효율, 멀티 기기로 사용 가능한 편의성이 마음에 들었다.

삼성 스마트에어컨은 과거 LG전자 휘센에 다소 뒤지는 듯한 이미지로 인식되었던 것과는 달리 브랜드스탁이 조사·평가한 ‘2014 대한민국 브랜드스타’에서 2년 연속 에어컨 부문 브랜드가치 1위에 선정됐을 정도로 최근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브랜드스타는 국내 부문별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 발표하는 제도다. 브랜드스탁 고유의 평가 모델인 BSTI(브랜드스탁톱인덱스)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2일 현재 삼성 스마트에어컨의 BSTI는 1,000점 만점에 856.37로 1위다. 항목별 소비자조사 지수에서는 인지, 호감면에서 LG의 휘센을 따돌렸고, 브랜드 주가지수도 700점 만점에 613.4점을 차지해 LG 휘센보다 우위를 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에어컨을 출시하면서 국내 가전제품 구매자들이 가장 크게 관심을 기울이는 전기요금 인하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번 여름 인기를 모은 2014년형 스마트에어컨 'Q9000', 일명 '김연아 에어컨'은 여타 기능 외에도 높은 전력소비효율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Q9000은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한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inverter compressor)를 탑재했는데, 이는 에어컨에 탑재된 가변형 압축기를 뜻하는 말이다. 실내 온도 등을 인식해 에어컨 사용량을 스스로 조절해 주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확연히 줄어든다. 또 이용자가 목표 전력량을 직접 설정해 놓으면 해당 전력량에 도달 시 음성안내가 흘러나오며, 수시로 사용 전력량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사 제품에 대해 “기존 정속형 에어컨과 전기 소비량을 비교했을 때 1달 사용 기준으로 약 74%가량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12시간씩 30일, 한전 전기 계산기 기준이다. 그는 "요새 에어컨 기술이 많이 발전돼 '다른 가전제품과 비교해 에어컨이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말은 옛말"이라고 덧붙였다.

이 제품은 사용편의성을 극대화시키는 데도 주력했다. 제품에 탑재된 바람문 3개는 각각 원하는 대로 개폐할 수 있어 상황에 따른 냉방 조절이 가능하다. 강력한 냉방이 필요할 때에는 바람문을 모두 열고, 절전을 원할 때는 1~2개만 여는 식이다. 이 밖에도 강력한 제습 기능과 초미세먼지를 잡아내는 미세먼지 필터, 유해균을 제거하는 바이러스 닥터 등의 기능도 갖췄다.

현재 제품을 사용 중인 이씨는 "실제로 제품을 써보니 편리한 냉방 기능과 기타 다양한 기능이 매우 마음에 든다"면서 "요즘은 초가을이어서 주로 제습 기능 위주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설치 후 집안 인테리어 변경 때문에 에어컨을 옮길 일이 있었는데, 성수기여서 그랬는지 서비스 신청 후 설치 기사 방문까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에어컨은 최근 동남아, 중동,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3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국제 공조 전시회 '2014 모스트라 콘베뇨(Mostra Convegno)'에서는 벽걸이형 에어컨 'AR9000', 'AR7000' 2종, 스마트에어컨 'Q9000' 등 4개 제품이 '고효율 혁신제품'으로 선정되며 에너지 절약 제품을 선호하는 유럽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벽걸이형 제품이 다수 포함된 것은 국내 소비자들과 해외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스탠드형 제품을 많이 찾지 않는다. 벽걸이형 제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LG베스트샵 매장에서 고객들이 LG전자 '휘센 손흥민' 에어컨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부동의 에어컨 강자는 LG전자인가… 대표 주자는 '손흥민 에어컨'

청주 우암동에 얼마 전 신혼살림을 차린 김씨(35) 부부는 혼수 목록에서 빠져 있던 에어컨 구입의 필요성을 느껴 매장을 찾았다. 이 부부의 눈에 들어온 제품은 축구선수 손흥민이 광고하는 LG전자의 에어컨. 냉방 성능과 제습 기능도 그렇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무드 조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토출구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LG전자 에어컨의 강점은 차별화된 디자인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기반으로 한 생산 혁신,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를 통한 제품경쟁력이다. LG전자의 에어컨 브랜드 휘센은 2일 현재 BSTI 수치에서 1,000점 만점에 832.86점으로 856.37점을 차지한 삼성의 스마트에어컨을 근소한 차이로 뒤쫓고 있다. 항목별 소비자조사 지수에서는 신뢰와 만족, 구매 의도 부문에서 삼성전자의 제품을 앞섰다.

올해의 효자 제품은 지난 3월 출시된 ‘휘센 손흥민 빅토리’ 에어컨이다. 월드컵 열기와 최근 주가를 올린 손흥민 선수의 이미지가 주효해 성공을 거뒀다. 뛰어난 제품력도 제품의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 LG전자의 휘센 손흥민 빅토리는 냉방 성능을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LG전자 측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제품은 트랙 형태로 연결된 토출구에서 바람을 내보내는 ‘포커스 4D 입체냉방’을 통해 지난해 출시된 제품보다 최대 20% 빨라진 냉방 속도를 구현했다. 또 일반 에어컨보다 4℃ 이상 낮은 바람을 내보내는 ‘아이스쿨 파워’ 기능을 적용해 공간 온도를 낮추는 속도가 빠르다.

삼성전자 에어컨과 비등한 전력소비효율도 갖추고 있다. 이 제품은 삼성의 ‘김연아 에어컨’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해 공간 온도에 따라 스스로 운동량을 조절한다. 전력소비효율 1등급을 획득하고 1등급보다 150% 더 효율이 높은 에너지 프론티어도 달성했다. 공기청정과 제습 기능도 눈에 띈다. 3M 초미세먼지 필터를 채용해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2,500배 작은 0.02㎛(마이크로미터) 먼지까지 제거하는 능력을 갖췄다. 상황에 따라 성능을 선택하는 ‘투웨이(2way) 제습’ 기능도 탑재돼 이용자 마음대로 강력 제습과 절전 제습을 선택할 수 있다.

디자인도 강점 중 하나다. LED 불빛이 들어오는 세련된 원형 토출구와 부드러운 몸체 등이 김씨 부부와 같은 신혼부부의 취향을 잘 잡아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제품을 현재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는 김씨는 "에어컨은 '잘못 뽑으면' AS 문제로 고생한다는 말도 있고 집안 구조에 따라 설치 추가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는 이야기도 들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직 그런 문제는 없었다"면서 “바람구멍(토출구)에 덮개가 없다는 점은 조금 신경 쓰이지만, 디자인과 그 외 다른 기능들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하이마트 판매 관계자는 “올 여름 출시된 제품 중 LG전자의 손흥민 에어컨은 제품 성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올해 날씨가 그다지 덥지 않아 에어컨 시장이 작년만 못한데다 최근 삼성·LG의 제품력에 큰 차이가 없어서 우위를 논하기는 어렵다”면서 “삼성의 김연아 에어컨과 LG의 손흥민 에어컨의 인기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LG전자는 해외에서도 에어컨 제품들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7월 말부터 유럽 시장에 디자인을 완전히 바꾼, 새로운 제품들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전언이다. 가정용 에어컨에 대한 평도 긍정적이지만, LG전자는 최근 주로 시스템 에어컨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멀티브이 워터 4’는 ‘모스트라 콘베뇨 엑스포 2014’에서 혁신성과 효율면에서 호평을 받아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다.

위니아·동부대우·캐리어… 시장점유율 높이려 고군분투

삼성과 LG전자의 정확한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지수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두 업체가 국내 에어컨 시장의 8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나머지 15% 정도를 위니아만도, 동부대우전자, 오텍캐리어 등이 나누어 갖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 업체는 삼성과 LG에 비해 저렴한 가격경쟁력 등을 내세워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위니아만도는 가전제품에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생소하던 1993년, 국내 최초로 에어컨 전문 브랜드 ‘위니아’를 출시해 잔뼈가 굵은 기업이다. 최근 위니아만도는 2014년형 위니아 에어컨을 출시했는데, 출고가는 스탠드형 제품이 130만 원대다. 기존 에어컨에 비해 풍량을 강화해 찬 공기를 더 많이, 더 멀리 보낼 수 있으며 ‘Q’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맞춤 운전을 하는 ‘스마트 Q쿨링 모드’를 적용해 사용자 맞춤형 냉방도 제공한다.

동부대우전자가 올해 출시한 에어컨은 냉방 및 제습 등 에어컨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되 부가 기능을 간소화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캐리어도 최근 립스틱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립스틱플러스 에어컨을 출시했다. 캐리어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캐리어 에어컨의 국내 인지도가 낮았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2016년까지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리고 매출도 3년 내 1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오텍캐리어 강성희 회장은 “일본의 경우 13개의 공조회사가 다양하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도 다양한 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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