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른 IT전문가·대기업 명퇴자 너도나도 프랜차이즈 뛰어들어

통계청 "최근 창업한 자영업자 중 3년 이내 폐업한 경우 46.9%"

찜닭, 불닭, 닭강정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사업아이템에 창업인구가 몰리면서 우르르 무너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권영민 인턴기자 multimedia@hankooki.com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하다 막히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치킨집 사장님에게 물어봐라”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경험 많은 IT 전문가들이 결국 은퇴 후 치킨집 사장이 되는 현실을 풍자한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도 명예퇴직 등이 맞물리면서 40대에 빠른 은퇴 후 치킨집같은 자영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은퇴자들이 치킨집을 한다고 모두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진입이 쉬운 ‘먹는 장사'에 손을 댔다가 영업환경악화로 문을 닫고 쓸쓸히 퇴장하는 경우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짝'수요와 함께 매장이 확산되는 속도만큼 폐업 속도도 빠른 것이 찜닭, 닭강정, 불닭이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창업한 자영업자 중 1년 이내에 폐업한 경우가 18.5%에 달하고 3년 이내에 폐업한 경우도 46.9%나 됐다. 식당 등 자영업을 시작하면 사실상 3년 안에 절반이 폐업하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레드오션이 돼 버린 골목 상권에서 하루를 버티기 어려울 만큼 열악해 진 것을 의미한다.

사업 아이디어가 안동의 찜닭 골목에서 나온 ‘안동찜닭’은 2000년 처음으로 서울 지역에 소개된 이후 최고의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2002년에는 50여개 브랜드, 3000여개 점포까지 늘어났다. 현재 남아있는 찜닭 브랜드는 11개로 대부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어 등장한 불닭도 열풍이 오래가진 못 했다. 2002년 신촌에 생긴 ‘홍초불닭’이 인기를 끌면서 유사 브랜드 이른바 '짝퉁'이 연이어 등장한 것. 홍초불닭은 그무렵 가맹사업을 시작해 매장 수를 150개까지 늘렸다. 자극적이고 자주 찾을 수 없는 맛에 소비자들의 발길은 금방 뜸해졌다. 현재는 전국에 33개 매장이 남은 홍초불닭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골목에 즐비하던 유사 브랜드는 대부분 소리없이 사라졌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닭강정도 찜닭, 불닭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2010년 60개였던 닭강정 전문점은 2012년 747개까지 늘었다. 1,000만원 정도면 문을 열 수 있는 소규모 아이템이라는 점이 더욱 발빠른 창업을 부추겼다. 실제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치킨 한 마리보다는 닭강정 한 컵을 사먹는 소비패턴의 변화까지 겹치면서 너도나도 닭강정 사업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업체들의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약 60%의 닭강정집이 문을 닫았다.

한 프랜차이즈 창업 전문가는 "은퇴자들의 투자 업종이 치킨집, 제과점, 카페, 호프집 등 생활밀착형 자영업에 집중되면서 수익성이 낮아진 것"이라며 "특히 진입이 쉬운 닭고기 관련 음식점이 가장 많이 생겨나고 경기침체까지 지속되면서 자고 일어나면 식당이 하나 둘 없어지고 또 다시 생기는 일이 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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