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계에는 극심한 불황이 찾아왔다. 수주 물량 감소로 대부분의 해운사들이 실적 부진에 빠졌으며, 일부는 유동성 위기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수주잔고와 수주량이 지난 200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 역시 올 2분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현대중공업의 19년 무파업 신화도 깨질 위기에 처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 2분기 실적은 매출액 1조8,115억원, 영업손실 1조1,037억원, 당기순손실 6,16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5.2%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무려 484.3%, 577.6% 늘었다.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래 최대 적자’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데에는 주력사업인 조선·해양·플랜드 분야에서 발생한 손실이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조선부문 5,540억원, 해양부문 3,740억원, 플랜트부문 2,369억원 등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증권가에서 예측했던 적자 규모인 250억원에 비해 무려 40배 이상 큰 금액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사측과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을 결의했다. 18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임시대의원회에서 전체 175명 중 153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쟁의 발생 결의 안건이 만자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는 23~26일 전체조합원 1만8,000여명을 상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이는 지난 1994년 이후 20년 만의 파업이다.

창사 이래 최대 적자에 노조 파업까지 초읽기에 들어가자 현대중공업과 그룹 경영진들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을 현대중공업그룹 기획실장으로 내정하면서 그룹 기획실 산하에 경영분석TF(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경영분석TF의 과제로는 핵심 사업인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회복, 과거 저가수주로 인한 문제 해결, 원가절감 등이 꼽힌다. 경영분석TF의 혁신안에 따라 세부적인 사업 구조조정, 인사 태풍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대중공업에 다소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이 3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하반기 해양부문에서 계약금액 증액을 통한 이익개선과 조선 부문에서 대규모 충당금이 이미 반영되어 불안감이 해소됐다고 전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향후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수익 선박의 매출 비중이 늘어나고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라며 “3분기 현대중공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6.8% 증가한 14조330억원, 영업적자는 1,1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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