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중공업에 악재가 겹쳐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정몽준 전 의원의 주식 평가액도 크게 하락했다. 사진=데일리한국DB
현대자동차 노조에 이어 19년 연속 노사협상 무쟁의를 기록한 현대중공업 노조도 파업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2분기 실적 쇼크까지 더해지며 현재 중공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도 크게 떨어졌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1일 울산 본사에서 35차 임단협을 열었다. 조합원과 노조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노조는 오는 2일 조합원 보고대회를 연 뒤 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하는 등 파업 절차를 밟기로 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조선, 플랜트 부문의 영업 손실 확대에 환율 하락이 겹치면서, 2분기 영업손실 1조 1,037억원으로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 당초 현대중공업이 2분기에 250억 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한 것을 고려하면 '어닝쇼크' 수준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매출감소와 대규모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은 환율이 하락한데다 조선, 해양, 플랜트 대형공사에 약 5,000억 원의 공사손실 충당금을 쌓아 앞으로 발생할 손실을 미리 반영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며 "현재 추진 중인 발주처와의 계약변경을 통해 이미 발생한 손실을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10대 그룹 중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시총은 지난해 말 23조 8,825억원에서 13조 9,625억원(7일 기준)으로 41.54% 감소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의 주식 771만 7,769주(10.15%)에 대한 가치가 현대중공업의 주가 하락으로 동반 감소했다. 가장 크게 떨어진 8일 종가액인 14만 1,000원을 기준으로 정 전 의원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1조 882억 원이다. 현대중공업의 2분기 실적 발표 전 보유 주식 평가액이 1조3,159억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주일 사이에 2,277억 원이 날아간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EBITDA)은 2010년 4조 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1조 5,000억원으로 60% 이상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6,134억원의 적자가 났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재조정했다. NICE신용평가는 현대중공업 신용등급(AA+)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올렸고,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등급전망을 각각 ‘부정적’, ‘부정적 검토 대상’으로 변경했다. 금융업계는 현대중공업의 자산매각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향후 원활한 시장 자금 조달을 위해선 신용도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선 비부채성 자본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약 1조원 규모의 매도가능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현대자동차 주식이 9,800억원 규모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보유자산을 매각한다면 그 대상은 현대차 지분일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2년에도 현대차 주식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충한 전례가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현대차 지분 320만3420주를 7,463억원에 처분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현 상황에선 자산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만기가 돌아오는 CP 등을 차환발행 하는데 문제가 없고, 차입금 규모도 당장 줄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차입금 규모를 줄이기 위한 계획은 현재까진 없으며, 부채비율도 여타 조선사 대비 높은 편이 아니어서 당장에 자본 확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적부진에 이은 성장 불투명과 노조 파업까지 겹치며 이날 오전 현대중공업의 주식은 전일종가(14만 4,500원)에서 2.08%포인트 하락한 14만 1,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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