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시중은행 향한 대규모 담합 조사

박 대통령 '금융 보신주의' 질타 후, 불안감 증폭

대출 금리 인하·기술 금융 전면 확대 실시될까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에 대규모 답합 조사에 나섰다. 사진=SBS
은행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을 향한 대규모 담합 조사에 나섰기 때문. 이번 조사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전반을 조사하는 전례 없는 규모인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 보신주의'를 질타한 후 실시되는 조사라는 점에서 은행권의 불안감은 더해져 가고 있다.

이번 공정위 조사가 주목받는 것은 조사 범위와 강도가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점에 있다. 국민 하나 우리 신한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각각 6명의 조사관을 보냈으며 조사범위도 대출금리부터 수신금리까지 전반에 걸쳐있다.

지난 26~27일 이틀간 공정위 카르텔국 24명 직원들은 각각 6명씩 나눠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 금리관련 부서를 샅샅이 조사했다. 개인영업부와 개인금융부, 경영기획부, 자금부, 리스크부 등 여수신 금리와 관련한 부서들을 돌며 자료를 요구하고 해당직원들의 메일, PC 메신저 등을 통해 다른 은행의 담당자들과 대출·예금금리와 관련된 쪽지를 주고받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카르텔국 전체가 조사에 투입됐을 정도면 담합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잡고 나간 것이거나 담합증거를 잡기위한 것”이라며 “정확한 조사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금융 보신주의'를 질타했지만 시중은행들은 임시방편식 대책만 내놓고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정책", "기술금융은 벤처캐피털이 하는 것 아니냐"며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반응에 정부가 못마땅해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도 식품 가격 급등과 중소 납품업체 착취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자 공정위가 적극 나서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업체들을 대대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후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대폭 내렸다.

한은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연 2.25%로 0.25%인하한 후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최고 1.9%포인트 내렸다. 대출금리 인하는 고작 0.02~0.09%포인트 낮춰 '미운털'이 박히게 한 요인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번 조사는 아무래도 '다목적용' 인 것 같다" 면서 "은행들의 담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이렇게 대규모로 조사를 벌이니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가 별다른 수확 없이 끝나더라도 은행들이 받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지난 2012년 7월 단행됐던 공정위의 CD금리 조사도 지금껏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당시 금융사들은 'CD금리 인하'라는 조치로 정부를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공정위가 조사에 들어간 2012년 7월 17일 CD금리는 연 3.25%였지만, 석달 뒤인 10월 18일에는 그 금리가 연 2.87%로 석달 새 0.38%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고작 0.08%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공정위 조사 후 CD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은행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상응하는 대출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지 주목된다.

기술금융의 전면적인 확대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서가 반영된 대출을 시행하는 등 기술금융을 한다고 했지만, 기존 거래기업이 대출기업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사실상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기술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성화 하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등 '금융 보신주의'를 타파할 여러 조치들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여하튼 서민금융, 기술금융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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