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인이 한국까지 와서 유니클로 옷을 살까요”

유니클로는 전세계 매장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옷을 파는 독특한 경영정책으로 유명하다. 명동 중앙점 내부 모습.
혹시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에 가보셨나요? 외국인 관광객이 바글바글하죠. 유니클로는 본거지인 일본을 비롯해 한국 홍콩 프랑스 등 전 세계 16개국에 1,467개의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너나 할 것 없이 유니클로를 찾습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일본인마저도 한국 유니클로 매장에서 옷을 사 간다는 것입니다. 외국인들은 왜 그 많은 브랜드 대신 유니클로를 선택할까요.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까지 와서 유니클로 옷을 사 가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한국에 올 때 가방도 안 들고 왔습니다. 유니클로에서 사면 되니까요." 왜 일본에도 유니클로가 있는데 굳이 한국까지 와서 옷을 구입하는지 묻자 중앙점에서 만난 야마모토 아라타(山本 道ㆍ35)는 다소 재미있는 답을 내놨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똑같은 가격에 살 수 있는데 굳이 무겁게 짐을 가져올 필요가 있나요?"라고 반문한 뒤 "양말부터 속옷, 가방까지 필요한 건 모두 유니클로에서 구입해 일본에 돌아갈 때 가져갈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아라타 말대로 유니클로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똑같은 옷을 똑같은 가격에 판매할까요? 최근 일본 오키나와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정재윤(36)씨의 말입니다. "라운딩 때 입을 옷을 넉넉히 챙겨가지 않아 티셔츠를 사기 위해 옷 매장을 찾아다니다 유니클로 매장에 들어가게 됐어요. 평소 유니클로에서 옷을 잘 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일본 유니클로에서 산 거니 한국에서보다 1만원이라도 싸겠지'라는 생각에 1,980엔짜리 티셔츠를 샀죠.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오키나와 유니클로에서 산 옷이 한국에선 얼마에 팔리고 있을까' 궁금해 회사 근처에 있는 유니클로를 찾았는데 일본에서 산 티셔츠를 1만9,900원에 팔고 있더라고요. 일본과 한국 매장에서 파는 옷의 가격이 똑같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습니다."

유니클로 홍보팀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유니클로 매장에서 옷을 사는 건 자국 브랜드라 익숙한 데다 일본 매장과 비슷한 가격에 쉽게 사 입을 수 있을 만한 옷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이 더운 줄 알고 얇은 옷만 챙겨왔는데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지는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외국인들은 보통 우리 매장을 찾습니다. 옷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필요한 것들을 쉽게 구매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인뿐 아니라 동남아인도 이런 이유에서 유니클로를 많이 방문합니다."

전 세계 유니클로 매장에서 비슷한 가격으로 옷을 판다는 건 글로벌 브랜드인 나이키의 제품을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똑같은 값에 살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나이키 직구'라는 말이 포털사이트 검색어에까지 오른 걸 보면 나이키 가격이 나라마다 다른 건 분명합니다. 유니클로가 어떤 브랜드에서도 쉽게 보지 못한 경영정책을 내세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다른 유니클로 홍보팀 관계자는 말합니다. "유니클로는 전 세계 매장에 공통적으로 상품 가격을 매기는 기준이 있습니다. 일본이 헤드쿼터(본부)이긴 하지만 소재 가격이나 생산 가격 등을 따져서 동일한 기준을 가지고 가격을 책정합니다. 나라마다 운반ㆍ물류 비용이 다르기 때문에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곳을 가든 가격이 비슷합니다. 가격이나 판매하는 물건이나 공통 기준을 매깁니다."

유니클로의 독특한 경영정책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전 세계 정규직 직원들의 월급을 똑같이 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 일하든 한국에서 일하든 같은 직급의 직원에겐 동일한 월급을 준다는 거죠. 당시 야나이 다다시 일본 유니클로 회장은 "나라별로 임금 차이가 많이 난다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어느 곳에서든 같은 일을 한다면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다다시 회장의 이 같은 경영 정책은 각국 고급 인재를 확보해 해외 점포수를 빠르게 늘리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다시 회장의 경영 정책이 통한 때문일까요? 유니클로는 1,000개(지난해 4월)인 매장을 불과 1년 2개월 만에 1,467개로 늘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유니클로와는 사뭇 다른 회사도 있습니다. 내수를 통해 해외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하게 해준 자국민에게 되레 비싼 값에 물건을 파는 삼성전자가 그 중 하나입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에서 갤럭시탭S를 한국보다 최대 12만원 이상 싼 값에 판매해 네티즌들의 원성을 샀습니다. 물론 삼성전자도 사정은 있겠죠. 중국 모바일 기기의 수요가 중저가 제품에 몰려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단 것도 여러 사정 중 하나로 보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 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는 삼성전자인 만큼 한국 소비자들로선 가격차별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자국 소비자들을 더 우대하진 못할망정 되레 역차별하는 경영 정책은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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