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희 변호사(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장서희 변호사] 영화 ‘쇼생크 탈출’은 아내와 그녀의 애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 채 종신형을 받고 쇼생크 교도소에 투옥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희망에 의지해 끝내 구원을 얻는 과정을 그려낸다.

앤디를 가혹한 불행에 빠지게 만든 사람들은 여럿이다. 아내를 살해한 진범, 오심을 야기한 검사와 판사, 죄수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노튼 교도소장과 간수들, 그리고 앤디가 사랑했으나 허망하게 죽고 말았던 그의 아내와 젊은 죄수 토미까지.

이 가운데 가장 악랄하며 그래서 가장 처절한 응징을 받은 인물은 바로 노튼 소장이다. 그는 쇼생크 내에 폭력, 살인, 강간 등 온갖 범죄를 방치함으로써 죄수들의 인권을 짓밟았으며 심지어는 범죄를 교사하기도 했다.

노튼 소장이 벌인 가장 잔혹한 범죄는 앤디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었던 토미를 살해한 사건일 것이다. 살인의 동기는 비자금 관리를 맡아 불법적으로 돈을 불려주던 앤디가 자유를 얻는 것을 두려워한 까닭이다. 그렇게 노튼 소장의 탐욕이 토미를 죽였고 앤디를 감옥 속에 매몰했으며 그로 인해 앤디는 끝 모르게 절망했다.

최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크나큰 충격과 절망에 빠져 있다. 공직에 종사한다는 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개발 예정 토지를 사들이는 사전 투기 행각을 벌인 것이다. 단순히 토지 매수 뿐 아니라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후 LH로부터의 보상에 있어 유리한 각종 편법들을 총동원했다. 공익을 위해 축적된 업무 지식을 개인의 불법 투기에 십분 활용한 것이다.

이들의 투기 행각은 도덕적 지탄을 넘어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 범죄 행위이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득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범죄로 인하여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하고 있다(제 86조). 또한 한국주택공사법과 공공주택법에서도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 또는 내부정보 이용 행위를 거듭 금지하고 있다.

이들 법에서 정한 징역형이란 일반인들에게는 공포스러운 형벌이겠으나, 이미 돈을 위해 직업 양심마저 내팽겨친 저들에게는 크나큰 부를 위해 충분히 감수할 만한 대가일 지도 모른다.

저들에게 징역보다 더한 위하를 줄 수 있는 것은 재산상의 불이익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해서 미공개 중요정보를 특정증권의 매매 등에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것 외에도 그 행위로 얻은 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아울러 미공개정보로 얻은 이득이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다.

투자의 공정성과 공익을 위해서 민간 법인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이처럼 내부정보 이용행위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에 몸담아 국토를 다루는 업무를 하는 직원이 국가 정보를 이용해 부당하게 부를 얻는 범죄 행위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이 정한 것 이상으로 막대한 재산상의 불이익과 엄한 형을 부과해야 마땅할 것이다.

쇼생크 탈출의 노튼 소장도 공직을 이용해서 불법한 이득을 취득해왔다. 살인은 그의 악랄함에 정점을 찍는 상징적 사건일 뿐이다. 불가항력의 지위로 앤디를 통해 부당하게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난가능성을 짊어지고 있었다.

범죄의 온상지가 된 LH의 피의자들이 이 악랄한 범죄자와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로지 경제적 이득에 눈이 멀어 공직을 이용해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 그들의 탐욕스러운 부패행위는 영화에서 철저히 응징당한 노튼 소장의 추악함과 전혀 다르지 않다.

■ 장서희 변호사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를 졸업한 뒤 중앙대 영화학과에서 학사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률사무소 이헌의 대표 변호사다. 영화를 전공한 법률가로, 저서로는 '필름 느와르 리더'와 '할리우드 독점전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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