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정전 사태에 반도체 공장들 대거 멈춰

1분기 전세계 자동차 생산 차질 규모 100만대 넘을듯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부터 현지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뿐 아니라 NXP, 인피니언 등의 공장이 멈춰섰는데요.

한파로 인한 전력 부족 사태로 전력회사 '오스틴 에너지'가 지역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 전력 공급 중단을 통보한 데 따른 것입니다. 업계에선 이로 인해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NXP는 차량용 반도체 선두기업으로, 이곳에서만 2개의 팹이 멈췄습니다. 모두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생산하는 곳입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가운데 가장 모자란 품목은 MCU로 알려져있는데요. 반도체 품귀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오스틴 공장에서 차량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 등을 양산해왔습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연구원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의 리드타임은 최근 26~38주 이상으로 길어졌습니다. 주문 후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칩을 받기까지 최소 반년 이상이 걸리는 셈입니다. 차량용 반도체의 리드타임은 통상 12~16주 내외였습니다.

인피니언, 르네사스 등은 반도체 설계 뿐 아니라 생산도 직접 하는 기업인데요. 이들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이었지만 고정비를 줄이기 위해 앞서 '팹라이트'로 전향했습니다. 팹에 투자를 줄이는 전략을 취한 것인데요. 결과적으로 레거시 공정에서 이들의 자체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 또한 줄어든 겁니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완성차 판매가 부진했던 것도 반도체 수급 상황에 악영향을 줬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보고 카메이커들이 부품 주문을 크게 줄였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파운드리 기업들은 관련 생산라인을 IT용 등으로 전환했습니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 오스틴 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선 지난해 PC나 스마트폰 시장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고 분석합니다. 예상 수요보다 성장률이 높게 나타난 것인데요. 올해 시장도 나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파운드리 입장에선 수익성이 높은 IT용에서 좀처럼 돈이 되지 않는 자동차용으로 다시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폭스바겐, 도요타, GM 등 완성차 기업은 공장 가동 중단 혹은 생산량 하향조정에 나서고 있는데요. 2월초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자동차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올해 1분기 전세계 자동차 생산이 67만대 이상 차질을 빚을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 사태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생산 차질을 빚게 될 자동차는 1분기에만 100만대를 넘길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최근 TSMC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최우선 순위를 둬 최대한 시간을 단축시켜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해 TSMC의 전체 매출에서 자동차용 칩이 차지하는 비중이 3.3% 수준에 불과했던 점을 볼 때 여러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도체 기업이 완성차 업체를 위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는 한동안 뜨거운 감자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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