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국 제재, 스마트폰 넘어 세계 AP 점유율 변화 초래

퀄컴 제치고 미디어텍 최초로 점유율 1위, 삼성전자는 3위

미디어텍의 5G 통합칩 ‘디멘시티 1000’. 사진=미디어텍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대만의 미디어텍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올해 3분기 미국의 퀄컴을 누르고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AP는 말 그대로 '퀄컴 천하'였는데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퀄컴은 세계 시장의 3분의1 가량을 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떻게 된 일일까요.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디어텍의 AP 점유율은 31%입니다(출하량 기준). 지난해 3분기 26%의 점유율에서 무려 5%포인트(p) 상승, 1위에 오른 것인데요. 미디어텍이 관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기간 퀄컴의 점유율은 29%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3분기 31% 점유율에서 3%p 하락했는데요. 미디어텍의 부상으로 2위로 밀려났습니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AP 점유율도 뒷걸음쳤습니다. 지난해 3분기 16% 점유율에서 올해 3분기 12%로 떨어진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애플, 하이실리콘과 공동 3위를 차지했습니다.

미디어텍의 활약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기 시작했는데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화웨이에 집중되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미디어텍의 AP를 대체재로 활용하는 상황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3분기 화웨이의 공백을 오포, 비보, 샤오미가 메꾼 것이 미디어텍에 호재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샤오미는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통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요. 이 기간 애플을 제치고 출하량 기준 3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전체 생산량의 약 80%가 제조사개발생산(ODM)입니다. 중저가폰이 대다수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미디어텍 역시 중저가 AP가 주력입니다. 올해 3분기 샤오미 스마트폰에 들어간 미디어텍의 AP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3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과적으로 미디어텍 AP 점유율 상승의 큰 원인이 된 것입니다.

미디어텍은 올해 AP 점유율 확대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야심을 보여왔는데요.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예상보다 빨리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디어텍은 원가절감을 고민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내년은 제조사들이 올해보다 ODM 비중을 더 확대하는 것이 유력한데요. 제조사들이 값싼 제품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인도 등 신흥시장에 공을 들일수록 상황은 미디어텍에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디어텍은 5G 시장을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외신을 통해 올해 미디어텍이 최대 5000만개의 5G 통합칩을 출하한다는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5G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2억대 중반에서 내년 6억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삼성전자도 가격경쟁력이 높은 AP 개발을 서둘러야할 것 같습니다.

☞스마트라이프는 ICT 산업과 관련된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코너입니다. 4차산업혁명시대 부상할 기술과 트렌드를 분석하며, 알면서도 모르는 ICT 이슈에 대해 다룹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