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수 신한은행 6명, 국민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각 5명

신한·우리·기업은행 여성 이사 '전무'… 제일은행은 4명중 2명 여성

교수출신16명·CEO 7명 순… 우리은행 평균 66세·국민은행 60세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최근 새 우리은행장에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 대표가 선임된 가운데 권 행장을 선택한 우리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예상을 깬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권 대표의 우리은행장 선임에 대해 일각에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회장직 연임을 위한 ‘의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우리은행 측은 권 대표의 행장 선임은 사외이사 5명의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24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 임추위는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좌장 역할을 하는 가운데, 나머지 임추위원들은 모두 우리은행 사외이사 5명이 맡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이번 권 행장 선임은 임추위를 구성한 사외이사들의 논의 끝에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임추위원으로 활동 중인 우리은행의 5명 사외이사들 중에선 교수 출신이 많다.

가장 연장자인 노성태 이사는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를 지냈고, 박상용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와 김준호 중앙대 교수 등 3명 이사들의 주요 약력이 교수 출신이다.

정찬영 이사는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포스코기술투자 사장을 지낸 CEO 출신이고, 박수만 이사는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거쳐 현재는 박수만 법률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는 법조계 출신 인사다.

그간 사외이사들은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이른바 회사의 주요 안건을 통과하는데 있어서 ‘일방적’인 찬성표만을 던지는 일명 ‘거수기’ 역할만을 해왔다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통계적으로도 살펴보면, 주요 은행들의 이사회나 주총에서 사외이사들이 회사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 ‘투명경영’이 은행권 안팎에서도 화두로 떠오르면서 행장의 의중 못지 않게 사외이사들의 발언권 또한 세졌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여타 산업에 비해 정부의 규제가 엄격한 은행 산업인 만큼, 은행들도 당국과 원활한 관계 형성을 위해 ‘힘 있는’ 사외이사들 영입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이들 사외이사들 역시 은행 내부에서 발언권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은행 고위 임원은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고, 은행에서도 어렵게 모신 사외이사들이 흔히 예상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행장의 ‘예스맨’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며 “은행에서도 사외이사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사외이사들도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한국은 은행 내 각종 주요 안건은 물론이고, 행장 선임에 있어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은행권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8대 은행 사외이사 37명 중 여성 6명…열명 중 네명이 ‘교수 출신’, 서울대 졸업자 ‘최다’

대형 시중은행 네 곳(신한·국민·우리·하나)과 특수은행과 국책은행 가운데 개인금융을 취급하는 대표은행인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그리고 국내서 영업 중인 외국계 은행 두 곳(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8대 주요 은행의 2019년 3분기 영업보고서 분석 결과 이들 은행의 사외이사는 총 37명으로 집계됐다.

사외이사 수는 역시 4대 시중은행이 가장 많았다. 4대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이 6명으로 사외이사 수가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동일하게 각 5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특수은행과 국책은행인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은 사외이사 수가 4명이고, 대표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도 역시 동일하게 4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들 8대 은행 사외이사 37명 가운데 여성 이사는 총 6명으로 전체의 16,2%를 차지했다.

신한은행(6명)과 우리은행(5명), 기업은행(4명) 등 3곳은 여성 이사가 아예 전무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사외이사 5명 가운데 1명씩 여성 이사를 두고 있었다.

농협은행과 씨티은행은 각 4명의 사외이사 중에서 1명이 여성이고, SC제일은행은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인 2명이 여성이었다.

8대 은행 사외이사들의 평균 나이는 64세로 나타났다. 각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 사외이사들의 평균 나이가 66세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평균 나이는 60세로 가장 낮았다.

사외이사들의 주요 약력을 살펴보면 교수 출신이 전체 37명 가운데 16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43.2%)을 차지했다. 이어 각종 기업체의 CEO를 역임한 이사가 7명(18.9%)이었다.

법무법인 대표 등 법조계 출신 인사가 3명(8.1%)이고,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옛 재무부, 재정경제부 등)와 같은 금융관료 출신도 3명(8.1%)를 차지했다.

한국은행 고위임원을 지낸 이사는 2명(5.4%)이다. 이 밖에 금융감독원 고위 임원 출신 인사는 1명(2.7%)이었다.

이어 타 은행장, 청와대 비서관, 경찰 고위직을 역임한 이사가 각 1명(2.7%)이었다.

특히 이 중에서 청와대와 경찰 출신 인사는 현 문재인 정부의 ‘원조격’인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와 경찰 고위직으로 일한 경력이 있어 현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읽히기도 한다.

하나은행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황덕남(여) 이사는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역시 참여정부 당시 해안경찰청장을 역임한 이승재 이사는 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또, 기업은행의 김정훈 이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운영위원이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으로 현 정부 친화적 인사이자, 노동계 측에 잔뼈가 굵은 인물으로 분류된다.

이에 더해 기업은행은 2013년까지 농협은행장을 지낸 신충식 전 행장을 사외이사로 선택했다.

설립 당시부터 재일교포 지분이 높았고, 현재도 일본계 자본이 상당수 들어와 있는 신한은행은 8대 은행 중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이자, 일본인인 사외이사 1명을 두고 있다.

한국오사카청년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후쿠다 히로시’가 그 주인공으로 여전히 신한은행이 일본계 자본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음이 드러난다.

이에 반해 정작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사외이사 전원이 한국인이다.

한편, 8대 주요은행의 사외이사 37명의 출신 대학(학부 및 학사 기준)은 서울대 졸업자가 16명(4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려대 출신이 6명(16.2%)으로 두 번째를 차지했고, 연세대 출신이 3명(8.1%)으로 뒤를 이었다.

성균관대와 서강대, 이화여대를 나온 사외이사는 각 2명(5.4%)이었고, 중앙대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동국대가 각 1명(2.7%)의 사외이사를 배출했다.

외국대학 출신으로는 신한은행의 일본인 사외이사인 후쿠다 히로시가 나온 니혼대학 출신이 단 1명(2.7%) 뿐이었다.

해외대학 출신이 다수인 CEO와 달리, 회사 밖 각계각층의 대외적인 인맥을 통해 회사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의 특성 상 은행권 사외이사도 국내 '학맥'이 형성돼 있는 한국 소재 명문대학 출신자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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