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에서 ‘비번 도용’까지…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최측근 ‘김정기’ 아닌 ‘권광석’?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서울 명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임진영 기자 imyoung@hankooki.com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은행은 국민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금융 기간산업이다. 개인 및 가계 자산을 보호하는 기관이자, 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실핏줄을 하는 곳이 은행이다.

은행은 사기업이지만, 공기업적 특성도 갖고 있다. 수익 창출이 최고의 덕목인 일반 기업에 비해 은행은 수익 추구도 중요하지만 공익적인 가치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 받는다.

특히, 은행은 소비자인 고객들의 금융 자산을 책임지고 있기에 좀 더 엄격한 도덕적 책무와 윤리를 지켜야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은행은 여타 부문에 비해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좀 더 엄격한 '금융 규제'를 받고 있다.

데일리한국은 은행 출입기자의 시각을 통해 취재 중의 은행가 뒷얘기를 [은행가N] 코너를 통해 매주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 ‘DLF’에서 ‘비번 도용’까지 사사건건 부딪히는 금감원 vs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최근 금융감독원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펀드(DLF) 손실 사태로 금감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불완전판매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 조치를 내리면서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가로막은 가운데 우리은행 측은 금감원의 징계 조치를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금감원은 2018년 상반기에 발생한 우리은행의 고객 비밀번호 도용 사태에 대한 징계를 내리기 위해 이를 제재심의위원회(제심위)에 안건을 올리겠다며 우리은행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은 당시 자사 일부 행원들이 비번 도용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스스로 감독 당국인 금감원에 자진 신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12일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당시 우리은행은 2018년 7월 말 자체 감사를 통해 이 사건을 인지했지만 금감원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후 같은 해 10월 경영실태 평가에서 금감원이 IT 관련 자료 일체를 요청하자, 그 자료들 가운데 자체 적발한 비밀번호 변경 건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우리은행이 자신들 해명대로 금감원에 자진 신고 한 것이 아니라, 금감원이 조사하기 시작하니 우리은행이 자체 적발한 건을 보고한 셈으로, 사실상 우리은행이 거짓 해명을 한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금융그룹의 최고 수장인 손 회장의 연임이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현재 우리은행과 금감원간 공방은 점차 서로 간의 ‘망신주기’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은행은 물론이고, 사전에 감독 책임이 있는 금감원도 책임 소재에선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금융당국과 은행이 사사건건 대립하는 상황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은행에 소중한 자산을 맡긴 국민들이라는 사실을 당국과 은행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 ‘김정기’에서 ‘권광석’ …차기 우리은행장 전망 빗나간 ‘뒷배경’은

지난 11일 차기 우리은행장에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가 내정됐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지주 회장과 행장직 분리를 선언한 가운데 차기 우리은행장이 누가 될 지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었습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현재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금융그룹 내부에서 긴밀하게 손발을 맞추고 있는 김정기 우리은행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낙점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차기 우리은행장에 내정된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사진 왼쪽)와 선임이 유력시 됐던 김정기 우리은행 부행장. 사진=우리은행 제공
그러나 예상을 깨고 ‘친정’을 떠나 외부에 몸을 담고 있는 권광석 대표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부름을 받은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손 회장의 연임이 당국의 중징계로 불투명해 진 상황에서 우리금융이 손 회장의 최측근이자 ‘친위대’로 비춰질 수 있는 김정기 부행장을 차기 우리은행 수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또 권 대표가 1963년생으로, 최종 후보 3인 중 62년생의 김정기 부행장이나 61년생의 이동연 우리FIS 대표보다 조금이라도 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답답한 우리은행 상황을 정면 돌파 하고자 하는 우리금융의 의지가 읽혀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금융은 3월초 금융위원회의 정례회의에서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조치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법적 다툼을 통해 연임을 이어가겠다는 행보를 걷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손 회장의 최측근이 아닌 ‘친정’을 떠나 있는 의외의 인물을 행장에 발탁하는 ‘깜짝인사’를 통해서라도 당국과 최대한 마찰을 줄이면서 차기 회장으로써 연임 강행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손태승 회장의 징계 여부 시행에 대해선 금융위의 최종 전결이 떨어지기 전까지 아직 한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데일리한국은 손 회장과 당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지속적으로 유심히 살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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