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중소형 증권사 격차 커져…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 6조→8조원

초대형IB 도입, 대형 증권사 자기자본 증가세 확대…메리츠, 4배 이상 덩치 커져

‘자기자본 4조원’ 요건 중소형 증권사엔 ‘넘기 힘든 벽’…소형 증권사는 ‘폐업’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 밀집지구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증권업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초대형 IB가 2016년 도입되면서 주요 증권사들이 최근 몇 년 새 초대형 IB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기기 위해 덩치를 키운 반면, 소형 증권사들은 폐업을 면치 못한 곳들도 생겨났다.

◇ 10대 대형-중소형 증권사 격차 갈수록 확대…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 6조→8조원

1일 데일리한국이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인 주요 증권사 22곳의 자기자본 증감 현황을 5년 전과 대비해 살펴본 결과 특히 대형 증권사로 분류되는 상위 10대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증감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요 증권사 22곳은 현재 자기자본 상위 순으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SK증권, KTB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이상 자기자본 상위 순)이다.

자기자본은 증권사 업계 순위로 통용되는 지표로, 자기자본 기준 현재(이하 2019년 9월말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이고, 이들 10대 증권사가 흔히 대형 증권사로 분류된다.

자기자본이 가장 많아 자타공인 증권업계 1위 증권사로 인정받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규모는 현재 8조5523억원으로, 자기자본 규모 2위 NH투자증권(5조2094억원)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10대 대형 증권사 중 가장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대신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8166억원으로 1위 미래에셋대우에 비하면 한참 작지만, 자기자본 규모 순위 10위권 밖의 중소형 증권사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높은 편이다.

실제로 자기자본 규모 상위 11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의 자기자본은 현재 1조2091억원으로, 10위 대신증권(1조8166억원)과 비교해서 6000억원 가까이 더 적다.

이는 현재 10대 대형 증권사와 그 밑의 중소형 증권사 간 규모의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5년전(이하 2014년 9월말 기준)엔 상위 10대 대형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이 가장 적은 증권사와 자기자본 상위 11위 증권사 간 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5년전 10대 대형 증권사 가운데 자기자본이 가장 적은 증권사는 키움증권으로, 당시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9130억원이었다.

그리고 당시 자기자본 상위 11위 증권사는 유안타증권으로, 자기자본 규모는 9016억원이었다.

10대 대형 증권사와 그 밑의 11위권 증권사 간 격차가 100억원 정도 차이로, 현재보다 훨씬 더 적었던 셈이다.

지금 업계 10위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가 약 1억8000억원, 11위 증권사가 1억2000만원으로 50% 가량 차이가 났다면, 5년전엔 10위 증권사 9100억원, 11위 증권사 9000억원으로 사실상 거의 엇비슷한 규모를 보였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증권사들이 급격하게 규모가 커진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대형 증권사보다 사이즈가 늘어나는 것이 더뎠음을 의미한다.

◇ 초대형 IB 도입, 대형 증권사 자기자본 늘리기 ‘혼신’…메리츠 4배-키움·대신, 덩치 두배 키워

최근 몇 년 간 대형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는 적게는 18%에서 많게는 360%까지 불어났다.

덩치가 가장 많이 커진 증권사의 경우 자기자본이 네 배가 늘어났고, 자기자본이 두 배나 늘어난 곳도 3곳에 달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 규모 증가세가 단연 돋보인다.

서울 여의도 메리츠종금증권 본사 IFC 타워 전경. 사진=연합뉴스
메리츠종금증권은 5년전엔 자기자본이 7924억원에 그쳤다. 당시 기준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 규모 순위는 12위로 흔히 대형 증권사의 기준이 되는 10대 증권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2016년 9월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8251억원으로 2년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이어 바로 다음 해인 2017년 9월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2387억원으로 또 다시 불과 1년만에 덩치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6439억원으로, 5년새(2014년 9월, 7924억원) 4.5배(+359.83%)나 불어났다.

이에 따라 자기자본 규모 12위로 상위 10대 대형 증권사 안에 포함되지 못했던 메리츠종금증권의 업계 순위도 수직 상승해 현재 메리츠종금증권의 업계 순위는 6위까지 올라갔다.

하나금융투자도 5년전 1조6142억원이던 자기자본 규모가 2017년 9월 1조9542억원으로 늘었고, 이후 2019년 9월에 3조4396억원으로 2년만에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5년간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 증가율도 113.09%로 두 배 이상 덩치가 커졌다.

2014년 1조6142억원이던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2017년 1조9542억원으로 늘어났고 2년이 지난 현재는 3조4396억원으로 5년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나며 113.0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의 증가세도 돋보인다.

2014년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9130억원으로, 1조원에 못 미쳤지만 2년 뒤인 2016년에 1조1432억원으로 1조원을 넘긴 후 다음 해인 2017년에 1조3924억원으로 다시 자기자본을 대폭 늘렸다.

이어 2019년엔 1조9929억원으로 자기자본을 5년 만에 두 배 이상 끌어올리면서 ‘자기자본 2조 클럽’ 가입을 눈 앞에 뒀다.

이처럼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늘리기 경쟁에 돌입한 것은 2016년 출범한 초대형 IB의 도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들은 증권 본연의 금융 업무 외에도 발행어음을 통해 대출 영업을 통한 수익도 창출 가능하다.

금융당국에선 이 초대형 IB 인가 기준을 ‘자기자본 4조원’으로 내걸었는데 2014년 당시엔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는 증권사가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뿐이었다.

서울 중구 미래에셋대우 본사 센터원 빌딩 전경. 사진=미래에셋대우 제공
이에 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인가를 따내기 위해 자기자본 증자에 나섰고, 그 결과 2017년엔 이미 자기자본 4조원 벽을 넘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에 이어 삼성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도 자기자본 4조원을 넘겼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이른바 ‘증권사 TOP5’가 초대형 IB 인가를 따냈다.

◇ 여섯 번째 초대형 IB 요건 ‘자기자본 4조원’ 중소형 증권사엔 ‘넘기 힘든 벽’…소형 증권사는 ‘폐업’까지

상위 5대 증권사에 이어 여섯 번째 초대형 IB 후보로는 지난해 9월말 기준 이미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자기자본 3조6000억대의 메리츠종금증권과 3조4000억원대의 하나금융투자가 거론된다.

메리츠종금증권과 하나금융투자도 수익 호조와 지속적인 증자를 통해 올해는 초대형 IB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 벽을 넘길 것이 유력시 되는 만큼, 2020년엔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가는 증권사가 상위 5대 증권사에 3곳이 추가돼 총 8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들 대형 증권사 8곳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은 초대형 IB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의 벽이 아직 높은 상황이다.

자기자본 기준 9위에 위치한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조9929억원으로 자기자본이 3~4조원대에서 최대 8조원 이상인 ‘TOP8 증권사’와는 격차가 크다.

업계 9위 키움증권은 최근 5년 새 덩치를 두 배 이상 불렸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아직도 자기자본은 2조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업계 10위 대신증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2014년 1조6200억원이던 자기자본이 5년이 흐른 2019년에도 1조8166억원으로 5년 동안 12.14% 증가하는데 그쳤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NH투자증권 제공
대형 증권사들이 최근 5년 새 많게는 2배에서 4배까지 자기자본을 늘린데 비하면 더딘 증가율이다.

10위권 밖 중형 증권사의 경우는 더욱 자기자본 4조원 벽이 높아 보인다.

실제로 2014년에 자기자본 9343억원으로 업계 순위 9위를 차지하고 있던 신영증권은 2019년 자기자본 1조1123억원으로 5년새 자기자본이 채 200억원도 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신영증권은 업계 순위도 9위에서 13위로 하락해 증권사 TOP10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 밖에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 최근 5년 새 자기자본 1조원을 넘긴 곳은 유안타증권(9016억원→1조2091억원)과 한화투자증권(7748억원→1조1246억원) 정도다.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인 주요 증권사 중에서도 최근 5년 새 자기자본 증가율이 두 배를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교보증권이 5년간 55.93%(6090억원→9496억원) 자기자본이 1.5배 정도 늘었고, IBK투자증권이 71.47% 증가해(3889억원→6669억원) 자기자본을 두 배 가량 끌어올렸다.

자기자본이 50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소형 증권사의 상환은 더욱 심각해 최근 5년새 과 한맥투자증권, 비오에스증권, 비엔지증권 등 3개사가 폐업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주문 실수로 인한 462억원대의 손실과 이어진 소송으로 인해 파산했고, 비오에스증권과 비엔지증권 등도 실적 부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처럼 최근 증권업계에서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격차가 심화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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