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첫 갈등서 1년 가까운 세월 흘러…중구는 안 변하고 그대로”

“중구청과 중구의회 등 갈등으로 2020년 예산 제대로 받기도 힘들듯”

서양호 중구청장. 사진=중구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서울시 중구청과 중구의회, 중구청 공무원 등 '중구'라는 동일한 지역에서 고락을 함께 하며 한솥밥을 먹는 이들이 1년여간 갈등의 골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구민들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구민 복지를 위해 나서야할 구청이라는 조직이 오히려 구민들의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2월 중구청과 중구의회가 인사권의 문제로 갈등이 빚어진지 8개월여 만에 서양호 중구청장과 조영훈 중구의장이 극적인 화해로 맞손을 잡았다.

이후 10월14일 열린 중구의회 1차 본회의에서 서양호 중구청장을 비롯한 국·과장들도 모두 9개월만에 참석하며 문제의 실마리가 풀리는듯 했다. 이에 두 기관이 그동안의 갈등을 풀고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협력하는 원활한 구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5일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중구지부가 중구청장 등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화해의 분위기에 다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노조측은 서양호 중구청장을 포함해 4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중구지부장은 25일 “부당 징계, 노조탄압 등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며 “향후 징계 결정에 따른 소청을 제기하고, 부당노동행위로 중구청장을 제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고발은 지난 2월부터 이어져온 중구청과 중구의회라는 양 기관의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서양호 중구청장이 중구 전체 공무원의 80%에 이르는 인원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인사이동을 단행했고, 조영훈 중구의회 의장이 이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면서 중구청과 중구의회가 정면대결하는 양상으로 번져 10개월째 갈등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서양호 구청장을 조영훈 의장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구청 소속 국·과장들도 중구의회 임시회 불참은 물론 중구의회에 제출해야 할 서류 조차 제출하지 않고 묵살하면서 두 기관의 갈등은 더욱 평행선을 달리게 됐다는 것이 구청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후 서 구청장과 조 의장이 민주당의 중재로 잠시나마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소속 구의원들이 서 구청장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화해의 몸짓도 무위로 돌아가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측은 “서양호 구청장이 노조탄압을 자행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위를 벌인바 있다.

지난 15일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중구지부가 고발장 제출했다. 사진=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중구청은 지난 8월26일부터 30일까지 이어온 단체피킷시위 및 9월3일부터 6일까지 서울시청광장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가한 중구청 공무원들을 ‘성실의무위반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 등을 결의하며 정면대응했다.

하지만 중구지부는 이번 중구의 징계위원회가 정당하게 비판하는 직원에 대해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중구지부 관계자는 “관할 경찰서에 사전 옥외집회신고를 했고, 시위 닷새 전 중구청에 ‘청사 내 피켓시위 협조요청’ 공문도 냈다”면서 “시위 진행 도중 어떠한 제재나 경고도 없었던 평화시위이자 적법한 시위였는데 징계는 과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참조할 때 이번 시위참가자들의 경우 근로조건 범위에서 벗어난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특히 구청 안에서 시위를 했기에 성실의무 위반 및 품위유지 의무라는 경징계가 결정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7일 중구의회 의원들이 서양호 중구청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중구의회
서양호 구청장이 공무원 노동조합 중부지부와 중구의회 자유한국당 의원의 고발 등 2건의 고발사건에 얽매이게 되다보니 구정(區政)에도 적잖은 악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같은 갈등의 최대 피해자가 다름아닌 중구 주민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중구는 지난 3월 49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정기회에도 301개 사업에 걸쳐 223억원의 추경예산 심의를 중구의회 임시회에 제출했으나 중구의회는 안건 상정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구의회측은 이에 대해 "서양호 구청장 탓"이라며 "예산안을 처리하고 싶어도 구청장이 구의회를 고의로 무력화시켜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구 의회의 한 관계자는 “순조롭게 의사진행을 할 수 있는 인력이나 여건이 되지 않아 임시회가 열리지 못했던 것”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마포구의회 모 의원은 “중구청의 예산 편성의 옳고 그름을 떠나 소통이 없는 상태로 구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한다면 많은 부분에서 예산이 삭감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중구청의 이번 예산편성도 불협화음이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서양호 구청장과 공무원, 중구의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결자해지'를 강조했다. 한 전문가는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는데 중구는 아무런 변화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의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고 계속 이어진다면 이제 중구청과 중구 의회는 구민뿐 아니라 국민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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