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서둘지 않을 것…법무부 장관 외에 개각 예정하지 않아”

민주당 “21대 총선 이후 대선 준비 들어가야”…대선주자급 당 합류 종용

‘일본통’ 이낙연 총리 역할 여전히 남아…법무부 개각과 별도로 거취 정해질 듯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개각이 연말연초 국정의 최대 변수로 등장할 것인가.

지난달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퇴한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정국 변수였다. 야당으로서는 21대 총선(2020년 4월 15일)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뺏어올 절호의 찬스가 찾아온 순간이기도 했다. 총선 패배는 정부·여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면 대전환을 위한 개각 카드를 엄중히 검토할 만한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우선 공석인 법무부 장관 인선은 개각에 당연히 포함될 수순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면 전환’이 아닌 ‘국정 전환’으로 개각에 임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진행 중인 조국 사태 이외에 또 다른 변수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치적 판단이 엿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기자들을 만나 ‘조국 후임 인선’ 질문에 대해 “우선은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법무부 장관 외에는 달리 개각을 예정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러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개각이 정국에 상당한 변수와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대목을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 과제 중 핵심인 검찰개혁의 주무 부처인 법무부 이외에 개각의 폭을 넓힐 경우 개혁 정책이 자칫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내심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문 대통령이 그만큼 검찰개혁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검찰개혁은 실질적인 성과와 결과가 중요해졌다”면서 “국회에서 입법으로서의 뒷받침이 더 막중해진 상황”이라며 새로운 법무부 장관 임명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할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그럼에도 대통령 임기 반환점(11월 9일)을 눈 앞에 둔 문재인정부의 현 처지에서 개각설은 끊임없이 연말 정가를 달굴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현 내각 진용으로 핵심 국정과제를 다루고 있는 경제·외교·교육 등의 분야의 성과 창출에 주력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이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고 1기 장관들의 업무 수행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재인정부 들어서 여권의 대표적인 대선주자로 거론되며 총선 차출 대상으로 꼽히는 점도 개각과 맞물려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아울러 현역의원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장관직을 수행하며 인지도와 함께 정치적 중량감도 늘어난 만큼 총선과 맞물려 자연스레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야당을 위협할 수 있는, 험지에 내놓을 만한 ‘필승 카드’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적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이 끝난 이후에는 2년 뒤에 치러질 대선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선거 없이 대선주자급으로 성장하긴 어렵다”며 중폭 개각을 통한 국무위원들의 총선 대열 합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여당이 총선 준비에 급하다지만, 정부로서는 역시 난제 중의 난제인 한일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낙연 총리가 쉽사리 직을 내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한일간 갈등의 골이 깊다는 점과 맥이 닿아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이 총리에게 직접 친서를 손에 쥐어 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게 한 것도 어려운 한일관계의 소통 징검다리를 놓기 위해선 이 총리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출신으로,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국회 한·일의원연맹의 수석 부회장과 간사장 등을 맡는 등 일본의 관료 및 정치인들과 접촉 경험이 풍부한 ‘일본통’ 정치인이다.

따라서 여러 정황상 이 총리가 포함된 중폭 개각의 경우,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으로 밀릴 공산이 커 보인다. 여기에 다른 부처까지 흔들어 청문회 정국을 키울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도 개각은 법무부 원포인트 형태가 유력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중폭 개각을 할 경우에는 자칫 정부 전체에 조국 사태의 책임을 묻는 듯한 형식이 취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법무부와 별도로 개각을 진행하는 포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개각 마지노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선거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시한은 2020년 1월 16일이다. 법무부 원포인트이든 총리를 위시한 중폭이든 개각은 총선 90일 전으로부터 머지 않은 시간 내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금으로부터 길어봐야 두달여의 시간밖에는 남아있지 않다는 의미다. 임명권자 문 대통령의 몫인 개각 시간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고스란히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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