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 8년 만에 다시 읽어보니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이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9일 조 장관을 임명한 뒤 20여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야당의 임명 철회와 파면, 사퇴 요구는 더욱 불붙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검찰개혁의 길을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자체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검찰개혁 의욕을 한층 불태우며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은 왜 꼭 조 장관이어야만 할까.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의 손을 부여잡고 놓지 않는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문 대통령은 대선 재수생이다. 그는 첫 대통령 선거 도전 때인 18대 대선을 1년여 앞둔 2011년 11월,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펴낸 바 있다. 보통 책의 서두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개괄적인 내용 가운데서도 핵심적인 부분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즉 이 책의 앞부분은 문 대통령이 평소에 검찰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가장 정확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검찰을 생각한다’ 첫 페이지에는 ‘검찰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통치와 법률을 연계시켜 통치를 정당화 시킬 수 있는 실력과 지혜를 갖춘 유일한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김인회 교수와 공동저자로 쓴 책으로서 이 문장이 오로지 문 대통령만의 생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의 자서전인 ‘운명’을 통해서도 똑같은 문장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어필한 바 있다. 즉 ‘검찰의 대한민국 지배’는 문 대통령의 ‘체화’된 생각인 셈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검찰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정치권력에 의한 민주적 통제와 건전한 비판, 외부적 견제가 작동돼야 하는데 이를 검찰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법무부의 수장이 검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확고한 검찰개혁 철학이다. 아울러 검찰개혁은 법무부 장관이 가능한 한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 임기 5년 내내 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조 장관의 핵심적인 임명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조 장관이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이유는 그의 개혁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학계와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십수년 간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 개혁의 당위성을 외쳐왔다. 특히 그는 시민사회와 언론을 넘나들며 ‘검찰개혁 전도사’ 역할을 자처해왔고, 본업인 법학과 교수로서도 ‘검찰개혁 도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왔다.

심지어 조 장관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와도 같은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임 직후에는 경계해야 할 ‘입속의 혀’ 같은 측근들의 예를 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개혁 방안을 언론을 통해 간언(諫言)하기도 했다. 덕분에 문 대통령은 조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당시 “개혁성이 강한 인사일수록 인사청문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의 개혁성을 높이 평가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개혁의 시발점은 검찰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실시했던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서 현장을 함께 했는데, 그는 후일 “목불인견(目不忍見)이었다”고 탄식한 바 있다. 검찰의 민낯을 대면한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의 의지를 다진 계기가 되기도 했던 일종의 ‘사건’이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패착은 검찰개혁을 못한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 배경에는 “검찰의 구조적 문제가 한 몫 했다”라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검찰개혁을 외쳤던 이유이기도 하다. 조 장관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초대 민정수석으로 지명된 데는 이러한 일들이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있다고 보는게 맞을 듯 싶다.

결국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 비로소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의 손을 놓지 않는 이유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연유에서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정부 검찰 개혁의 토대를 닦은 뒤,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 변신해 정권 5년 내 검찰개혁의 마무리를 지을 적임자로서의 역할을 다한다는 얘기다. 2019년의 ‘조국 사태’는 문 대통령이 2011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역설한 검찰개혁 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시나리오로, 어느덧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11월 10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조 장관이 문 대통령과 함께 정권의 마지막 날인 2022년 5월 9일까지 임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검찰개혁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자체 판단할 경우, 적절한 시기에 직을 내려놓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경우 조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한 일종의 ‘원포인트 장관’이 되는 셈이다. 이는 검찰개혁이 문재인정부의 운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운명 공동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부정 평가와 조 장관의 부적합 의견 수치가 거의 일치하는 동조화 현상이 발견될 정도”라고 진단했다.

배 소장은 이어 “문 대통령은 개혁 리더십 유형이어서 경제와 북한 문제는 대통령의 성과로 연결되기가 궁극적으로 어렵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인한 학습효과로 인해 검찰개혁을 국정 과제의 최상위 순위에 올려놓고 있는데, 이는 문 대통령과 조 장관, 검찰개혁이 동일 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배 소장은 “조 장관을 면직하는 경우에는 문 대통령의 핵심지지층인 3040 세대와, 호남, 화이트칼라 지지층의 급속한 이탈이 예상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사퇴시키더라도 30%대 중반까지 지지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배소장은 특히 “사실상 문 대통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호한 상황일 것"이라면서 “특정인에 의존하는 국정 운영을 하다가 ‘개혁의 역설’(개혁 주체의 비개혁적 행위로 개혁을 못하는 상태)’에 빠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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