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미얀마 현지 실적 베트남·인도네시나·캄보디아에 비해 크게 뒤처져

미얀마 실적 1위 하나銀 올 상반기 순이익 6억원…국민銀 1억여원 '적자전환'

공산 독재 국가 전통 깊은 미얀마, 동남아 타 국가 대비 개방 늦고 규제 심해

지난 3일 오후 미얀마 수도 네피도 시내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윈 민 미얀마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을 순방 중인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문 대통령과 함께 경제사절단으로 참여, 현지 순방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함께 동남아 순방에 참여한 은행장들은 전체 순방 일정 가운데 태국과 라오스는 방문하지 않고, 미얀마 순방 일정에 한해서만 일부 참여하는 등 특히 미얀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찾는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동남아 3국가 중에서 국내 은행이 진출해 있는 국가는 미얀마 뿐이기 때문이다. 태국과 라오스는 아직 국내 은행들이 진출하지 않은 동남아 미개척 국가인 셈이다.

3국 순방 일정에서 태국과 라오스를 제외하고, 미얀마에만 행장들이 방문하는데 대해 은행권은 각 개별 은행장들의 바쁜 일정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주요 은행장들이 동남아 순방에 참석하면서도 자신들이 점포를 내지 않은 미진출 국가에 대해선 외면, 미진출 국가 개척에 국내 은행들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군다나 은행장들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순방에 참여하는 미얀마에서도 정작 국내 은행들의 실적은 타 동남아 국가 대비 저조한 상황이다.

◇ 상반기 미얀마서 하나은행 순익 16억원, 우리은행 6억 순익

5일 은행권 등에 따르면 현재 동남아 국가에 법인을 개설하고 현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국내은행은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특수은행인 농협은행, 그리고 지방은행 가운데 전북은행과 대구은행 2곳 등 총 8곳이다.

이들 8개 은행들은 현재 동남아 국가 중에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 등 총 5개국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이번 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함께 하는 시중은행장들은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국민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 4명이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김도진 행장도 함께 하고 있다.

현재 미얀마에 법인을 개설하고 진출해 있는 국내 은행들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국민은행 5곳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진옥동 행장이 동남아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지만 미얀마엔 아직 법인을 차리진 않았다.

농협은행은 미얀마엔 진출해 있지만 정작 이대훈 행장은 국내 지방농협 현장 방문 경영 일정 소화를 이유로 이번 동남아 순방길에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5개 은행 가운데 올 상반기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린 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상반기에 미얀마에서 15억6200만원의 순익을 올렸다. 지난해 상반기 8억8300만원의 순익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실적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는 소액 대출을 주로 하는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어 거의 100%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이 이뤄진다”며 “따라서 금융서비스가 아직 자리잡지 않은 미얀마 현지인들의 수요와 잘 들어맞아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하나은행의 미얀마에서의 실적은 같은 은행이 타 동남아 국가에서 거둔 실적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편이다.

하나은행은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2개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올 상반기 하나은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순이익 186억1400만원을 냈다. 미얀마 대비 10배 이상 많은 실적을 인도네시아에서 거둔 셈이다.

4일 미얀마 양곤 소재 미얀마은행협회를 방문한 지성규 하나은행장(사진 오른쪽 두 번째)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오른쪽 세 번째) 등 국내 은행장들과 주요 관계자들이 ‘금융지식 공유 프로그램 운영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은행연합회 제공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얀마 법인은 은행이 아닌 마이크로파이낸스”라며 “반면, 인도네시아 법인은 은행업이 주 업무인 만큼, 실적의 크기 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당행이 진출한 지 오래된 반면, 미얀마는 현지에서 영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아직 (인도네시아와) 비교할 만한 위치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Bank KEB Hana’는 1990년 11월 5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설립돼 근 30년 가까운 업력을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미얀마 법인인 ‘하나 마이크로파이낸스’는 2014년 8월 7일 설립돼 이제 막 현지 영업을 시작한지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 우리은행, 상반기 미얀마서 순익 6억원… 인니서 244억원, 베트남서 82억원 순익

하나은행에 이어 상반기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둔 곳은 우리은행이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은 미얀마에서 순이익 5억87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미얀마에서 1억8700만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를 냈지만 올해 상반기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는 상업은행보다 저축은행 개념으로 접근했고, 특히 현지 직원들이 영업 터전을 개척하다 보니 진출 초기 지출 비용이 적지 않게 소모돼 지난해 상반기에는 적자가 났다”며 “어느 정도 현지화를 위한 기반이 구축되면서 올해 상반기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4일 오후 미얀마 양곤 시내 롯데호텔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미얀마 상공회의소연합회 간 해외 진출 기업 지원을 위한 상호협력 체계 구축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손태승 우리은행장(사진 왼쪽)과 우쪼민윈 미얀마 상공회의소연합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다만 우리은행 역시 동남아에 진출한 국가들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 등 5개국 가운데 미얀마에서 거둔 실적이 타 동남아 국가에서 거둔 실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이번 상반기 우리은행은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5개 국가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244억48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은행이 미얀마에서 거둔 실적의 40배가 넘는 금액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베트남에서 81억6500만원, 캄보디아에서 79억1100만원의 순익을 내며 상반기 미얀마에서 올린 실적 대비 13배 이상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우리은행이 진출해 있는 동남아 5개 국가 가운데 미얀마보다 순이익이 낮은 곳은 필리핀(1억6100만원) 한 곳 뿐이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미얀마는 공산 독재 국가라는 전통이 길었던 만큼, 해외 금융사에 대한 개방이 동남아 타 국가들보다도 좀 더 늦고 규제도 심한 편”이라며 “이에 비해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캄보디아는 미얀마보다는 해외 금융사가 영업하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어서 실적도 더 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 중 미얀마에서 올 상반기 세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둔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상반기 미얀마서 1억75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 1억90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에 비하면 실적이 소폭 하락했다.

4일 오후 미얀마 양곤 시내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기공식 및 비즈니스 포럼'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 맨 오른쪽), 김도진 기업은행장(오른쪽 세 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행의 미얀마 진출은 지점 형태로 나와서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리서치를 위한 사무소를 개설한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얼마나 거두고, 실적 증감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농협은행이 상반기 미얀마에서 1억51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농협은행은 미얀마에서 1억원 적자를 기록한 만큼, 흑자 전환에 성공한 셈이다.

◇ 국민은행, 미얀마 진출 5개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1억4800만원 ‘적자’

이처럼 미얀마에 진출한 5개 국내 은행 가운데 4곳이 흑자를 거둔데 반해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유일하게 1억48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2억76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가 올해는 손실을 보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미얀마에서 6개 지점을 새로 개설했고, 올해도 5개 지점을 새로 개설하는 등 영업망을 확장하고, 초기 현지 네트워크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비용 소모가 많았고, 이것이 재무 상에 마이너스로 계산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는 지난해 미얀마에서 흑자를 거둔 것과 같이 영업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영업을 확장하다보니 임차 비용과 현지인 고용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많고, 이러한 지출로 인해서 재무재표 상엔 적자가 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은행은 미얀마 외에도 동남아 국가 가운데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는데 이 지역에서 19억7300만원의 순이익을 내며 미얀마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캄보디아의 경우 은행업을 하고 있어 예금 등 거액의 금융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에 반해 미얀마 현지 법인은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으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300만~500만원 정도의 소액 대출 위주로 업무가 이뤄지다 보니 전체적인 실적 크기가 차이가 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캄보디아 법인은 2009년에 설립된 반면, 미얀마 법인은 2017년에 설립됐다”며 “10년의 업력을 지닌 캄보디아에 비해 미얀마는 영업을 시작한 지 이제 2년여에 불과한 후발지역”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법인의 지점 수는 13곳으로, 지점 6곳을 갖춘 캄보디아 법인이나 5곳의 지점을 둔 중국 법인보다 지점 수가 많다”며 “그만큼 미얀마는 당행의 해외 사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4일 미얀마 경제 수도 양곤에서 열린 ‘미얀마 송출근로자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허인 국민은행장(사진 오른쪽 다섯 번째)과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한편, 미얀마에 아직 법인을 내지 않은 신한은행은 동남아에선 베트남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3개 국가에 법인을 개설한 상태다.

신한은행은 올해 상반기 베트남에서 568억3500만원의 순이익을 냈고, 캄보디아에서 캄보디아 45억1400만원, 인도네시아서 37억42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다른 은행을 실적 측면에서 압도했다.

동남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 8곳 가운데 지방은행인 전북은행과 대구은행은 동일하게 캄보디아 한 국가에만 진출해 있다.

올 상반기 전북은행은 캄보디아에서 100억1100만원, 대구은행은 51억56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 역시 국내 은행들이 미얀마에서 거둔 실적보다 높은 순이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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