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지난달 2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을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경제 상황 악화와 국적 항공사들의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과 한진칼 2대 주주인 사모펀드 케이씨지아이(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함께 항공업계의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내주 초부터 입찰안내서를 배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안내서에는 매각 일정과 거래 구조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과 CS증권은 9월 초에 예비입찰을 진행하고 적격예비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추린다. 이후 매수자 측의 아시아나항공 실사 등을 거쳐 10~11월쯤 본입찰을 진행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A350-900.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누가 아시아나항공 인수할까 현재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향을 내비친 기업은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2대주주 사모펀드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재계와 항공업계에서는 애경그룹과 KCGI가 매각가만 1조5000억원 안팎인 ‘대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이 많다. 애경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제주항공이 2분기 연결기준으로 27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악화를 겪고 있고, KCGI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펀드 자금 조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유력 후보로 SK, 한화 등이 거론돼왔으나,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들 기업이 섣불리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눈을 돌릴 여력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SK의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3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급감했다.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꼽히는 한화케미칼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09% 감소한 975억원에 그쳤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은 자기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도 벅찬 상황”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해도, 현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어를 인수하겠다고 나설만한 기업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에어서울 항공기. 사진=에어서울 제공
◇아시아나항공 매각 가능할까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국내 대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의 실적 악화도 우려되고 있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여객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데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등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일본 노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여기에 환율 상승 등 대외적인 여건도 좋지 않아 국적 항공사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국적 항공사를 덮친 위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매물로서의 아시아나항공의 매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오히려 항공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경제 상황과 항공업계의 불확실성 증대 등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국내 주요 경제지표를 보면 한국이 장기 불황에 진입했다고 판단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SK, 한화 등을 포함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와중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허희영 교수는 “국적 항공사들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뿐 아니라 최근 일본 제품 불매 운동으로 인한 일본 노선 수익 악화까지 겪고 있다”며 “당초 누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지가 아시아나항공 매각의 관전 포인트였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사 여부 자체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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