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들 비해서 상대적으로 여성 비율은 높아

은행 평균 여성 직원 비율 50.8%…전체 임원 중 여성 임원 비율 8.3%

씨티銀-SC제일銀, 여성임원 각 4명…외국계 시중은행 여성 임원 ‘多’

서울 종각에 위치한 SC제일은행 본점 전경. 사진=SC제일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은행권은 건설이나 조선, 자동차 등 여타 제조 대기업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실제로 전체 은행권 직원 10만명 중에 여성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5만명을 넘어서서 국내 대기업 중에선 보기 힘든 ‘여초’ 업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처럼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이 과반수 이상인 은행권에서도 정작 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10%에도 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은행 업종에서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유리천장’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은행권 전체 임원진 241명 중 여성 20명…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여성 임원 1~2명

10일 14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씨티·SC제일·농협·기업·광주·경남·부산·대구·전북·제주은행)들의 2018년 경영공시 보고서 분석 결과 이들 은행권 전체 직원 수(이하 정규직 기준)는 총 10만249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여성 은행 직원 수는 5만2096명으로 은행권 여성 직원 비율은 과반수를 넘어선 50.8%로 집계돼 은행권은 우리나라 대기업 업권에선 보기 드문 ‘여초’ 업종인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처럼 정규직 직원 가운데서도 여성 직원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여초’ 업종인 은행권에서도 정작 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 중 여성 비율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이들 14개 은행 임원진 가운데 외부 인력으로 분류되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제외하고 ‘업무 집행 책임자’로써 실제 은행 업무를 맡고 있는 임원은 총 241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임원 241명 중 여성 임원은 20명에 불과했다. 전체 직원 중에선 50.8%에 달했던 여성 직원 비율이 임원급으로 올라가면 8.3%로 급감해 10%에도 채 못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특히 흔히 상위 4대 시중은행으로 불리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모두 여성임원이 각 은행 당 1~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들의 임원진은 각 은행 당 20명대에 달한다.

이들 4개 은행들의 여성 직원 비율은 모두 50% 안팎에 달했지만, 정작 여성 임원 비율은 모두 10%에 미달했다.

4대 주요 은행 중 그나마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곳은 국민은행이었다. 국민은행은 전체 임원진 20명 가운데 2명이 여성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10%를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전체 임원진 22명 가운데 2명이 여성으로 여성 임원 비율 9.1%를 나타냈다.

우리은행은 전체 임원 25명 중 여성이 2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8.0%를 기록했고, 하나은행은 전체 임원진은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29명에 달했지만, 이중 여성은 단 1명 뿐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3.5%에 불과해 4대 은행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전체 직원 중 1만2584명 중 여성은 7407명으로, 정작 여성 직원 비율은 4개 은행 중 가장 높은 58.5%에 달해 4대 은행 가운데서도 임원과 직원 간 여성 비율 격차가 가장 큰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전경. 사진=KEB하나은행 제공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채용과 진급에 있어서 양성 평등을 지향하고 있고, 따라서 임원 등 고위직 승진에 있어서 여성이라고 해서 불리하거나 차별 등으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며 “다만, 아무래도 여성 직원들의 경우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자진 퇴사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명했다.

◇ 외국계 씨티-SC제일銀 여성 임원 각 4명… 여성 임원 비율도 33%와 17%로 높아

이에 반해 14개 국내 은행 가운데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외국계 시중은행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으로 나타났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여성 임원이 각 4명으로 1~2명에 그친 타 은행 대비 여성 임원 수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은 타 은행 대비 더욱 높았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전체 임원진 12명 중 여성 임원이 4명으로 전체 임원 3명 중 1명이 여성이었다. 여성 임원 비율은 33.3%에 달해 타 은행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여성 임원 비율을 보였다.

또 다른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은 여성 임원 숫자는 씨티은행과 같은 4명이었지만, 임원진 숫자가 씨티은행의 두 배나 되는 24명인 까닭에 여성 임원 비율은 씨티은행의 절반인 16.7%에 그쳤다.

하지만 SC제일은행의 여성 임원 비율(16.7%)도 같은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을 제외하면 타 국내 은행보다 단연 앞서는 수치다. 은행권에서 여성 임원 비율이 세 번째로 높은 국민은행도 여성 임원 비율은 10%(전체 임원 20명중 여성 임원 2명)에 불과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채용과 진급에 있어서 성별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기업문화를 두고 있다”며 “또한, SC제일은행은 내년까지 관리자 급(지점장·부장 이상)에서 여성 인재를 30%까지 올리는 것을 전사적인 차원에서 주요 목표로 하고 있을 정도로 여성 인재 개발에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다동 한국씨티은행 본점 전경. 사진=연합뉴스
특수은행인 농협은행의 경우 전체 임원진 14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1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7.1%였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전체 임원진 17명 중 여성 임원 1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 5.9%를 기록, 4대 은행과 비슷한 여성 임원 숫자와 비율을 보여줬다.

조사 대상 14개 은행 중 4대 시중은행과 외국계 시중은행 2곳, 특수은행인 농협은행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등 8곳을 제외한 나머지 지방은행 6곳은 여성 임원이 더욱 적었다.

6개 지방은행 중에서 여성 임원이 아예 단 한명도 없는 은행이 대구은행과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 3곳이었고, 나머지 지방은행 3곳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 부산은행도 여성 임원이 각 은행 당 1명에 불과했다.

광주은행의 경우 전체 임원진 12명 중 여성 임원이 1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이 8.3%였고, 경남은행은 전체 임원진 16명 가운데 여성 임원이 1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 6.3%, 부산은행은 임원진 12명 가운데 여성이 1명으로 여성 임원 비율 5.3%를 기록했다.

◇ 전문가, “은행권 여성 유리천장은 사회 구조적 문제…‘워라밸’ 개선 등 CEO의 결단 필요”

이처럼 여성 직원 비율이 타 업권 대비 비교적 높고,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여초’ 업권인 은행권에서도 타 업권과 마찬가지로 여성 임원이 극히 적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은행권에서 채용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채용 후 승진이나 고과에서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회구조적인 차별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성들이 직장으로써 선호하는 업종으로 꼽히는 은행권에서도 여성 임원이 적다는 사실은 결국 위로 올라갈수록 남성 직원들을 우대하는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적인 현상이 은행권 기업 문화에도 남아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은행권에서도 결국 임원으로 승진하는데 중요한 요직 업무는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여성은 핵심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로 지난해 터진 은행권 채용 비리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은행들이 애당초 신입사원들을 뽑을 때부터 여성을 차별해 왔다”고 비판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은행권이 원칙론적으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해 은행권에서 터진 채용 비리 사건들을 볼 때 이런 원칙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미지수”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처럼 엄연히 아직도 은행권에서도 여성 직원들에 대한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CEO, 즉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들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전경. 사진=KB국민은행 제공
노상헌 교수는 “관리자 밑의 일반 직급에서는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여성 인재가 타 업종에 비해 숫자상으로 많이 존재할지 몰라도, 결국 여성이 가정을 이루게 되면 출산과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 돌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사회 관습 상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책임이라는 뿌리 깊은 전통을 은행권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출산과 육아를 주로 맡고 있는 여성 직원들이 그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회사에서 소외시키는 등의 차별은 타파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는 단순히 여성 직원 윗 직급이 상사들이 아닌 최고경영자, 즉 CEO급의 은행장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노상헌 교수는 “회사에서는 맡겨진 직급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가정에선 주로 가사일을 맡고 있는 대다수 기혼 여성 직원들을 위해서 CEO급, 즉 행장들이 은행권의 ‘워라밸’을 개선하도록 힘써야 한다”며 “은행권 워라밸이 개선되면 능력 있는 여성 직원이 가사일에 매몰돼 ‘일을 못 한다고’ 남성 직원들과 비교해서 차별 받는 악습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배진경 대표는 “육아 휴직 후 복직하는 여성 직원들에게 고과 점수를 낮게 주거나 승진에서 배제시키는 등의 ‘경력 단절’ 현상이 은행권에서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며 “출산 및 육아 과정에서 있어서 여성 직원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인 차원에서 악습을 철폐하려는 노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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