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 사진 = 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서울시의 택시요금이 800원 인상돼 '기본요금 3800원'으로 굳어지고 정부가 주 52시간제 도입을 계기로 올해 상반기 버스요금 인상까지 예고한 가운데 지하철 요금 인상 문제가 6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하철 요금 인상과 관련해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찬반론이 불거지면서 자칫 젊은 세대와 노인세대간 갈등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10월 재정난을 이유로 내세우며 새해 부터 지하철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50원으로 인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2016년 서울시 지하철 운행 적자 규모는 3850억원에 달한다.

40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 가운데 노인 무임승차가 차지하는 손실액이 2750억원에 달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 하루 평균 노인의 지하철 이용 횟수는 3.5회인 것으로 집계됐다.

'노인복지법 제26조'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경우 대통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송시설·고궁·능원·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요금으로 이용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같은 규정 탓에 공공시설은 대부분 적자를 보기 일쑤이고 당국은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이용요금 인상이라는 간편한 선택지에 눈을 돌린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젊은 세대와 어르신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들어보니 세대간 인식 차이가 확연히 감지됐다.

평소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한다는 김연숙(30·가명·북가좌동)씨는 "직장인들에게 필수적인 교통비 부분에서 요금이 인상된다는 것은 젊은 세대가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노인들의 교통비를 대신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 "라면서 "이는 사실상 국가의 서민 갈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어르신들한테 복지비를 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돈으로 교통비를 내도록 했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복지비로 빠져나가는 세금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접 나에게 피해가 오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불편함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반면에 주채용(88·가명) 어르신은 "나이 65세 이상이 되면 통상적으로 노동력도 없고 돈도 벌기가 어렵다"면서 "노인들이 지하철을 무료로 타는 것에 대해 젊은 세대가 고생한 어른들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라고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주 어르신은 "현재의 노인들은 대한민국을 경제 대국으로 만들기 위해 젊었을 적에 열심히 일했다"면서 "어려운 가정살림에도 자식교육과 생활비 때문에 노후대책을 세우지 못한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이같은 점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젊은세대와 노인세대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구조적으로 보완하자는 제안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은 "사실상 대한민국의 교통요금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주 싼 편"이라고 전제하면서 "전두환 대통령 시절 최초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료화가 제도화됐지만 정작 세상이 바뀌는 과정에도 노인 지하철 무료화는 그대로 유지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젊은 세대의 출퇴근 시간을 피해 노인 무료화를 제한적으로 시행하거나 노인들의 경제력을 세분화해 경제력이 있는 노인들에게는 무료승차권을 지급하지 않는 차별화 방안 등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특히 노인의 기준을 65세 이상에서 70세이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단번에 바꿀 수 없기에 해마다 1년씩 올려서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6.5%(2016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노인 자살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점도 짚어볼만 하다.

다만 무임승차가 폐지된다면, 이동수단이 없어진 노인들의 사회적 단절로 인한 우울증·자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고, 국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인의 기초생활 수급액을 늘리는 등의 대안 마련에 나설 공산이 크다. 결국 세대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임춘식 회장은 "노인들이 젊은세대가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특정 시간을 피하게 되면 어차피 빈 차로 다니는 지하철에 어르신이 타고 다닌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유휴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이 움직이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노인들이 집에 눌러 앉는 것이 아니라 대외활동을 하고 움직임이 있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지하철 운영 적자를 서울시가 메꾸는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회장은 노인들도 무조건 무료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소득수준에 맞는 할인 및 무료, 이용 횟수 제한, 시간제 할인 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한 중년신사의 말은 오랫동안 귓전을 울렸다. 그는 "노인 무임승차 문제는 단순한 세대간 논쟁거리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구성체인 '국민선배'와 '국민후배'라는 인식을 갖고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젊을 때는 항상 그럴줄 알지만 세월이 흐르다보면 어느새 노인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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