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경제부 황대영 기자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최근 다시 리니지를 시작했다. 74레벨 캐릭터를 불과 2주일 만에 80레벨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참 많이도 변했다. 과거에는 1년 이상 걸릴 레벨업 동선을 짧게 압축시켰다. 실제 사용자도 압축됐는지 각각의 던전은 한산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리니지는 지난 2007년 누적 매출 1조원, 2013년 2조원, 2016년 3조원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PC온라인 게임 사상 유례없는 금자탑을 세웠다. 후속작인 리니지2, 모바일 게임 리니지M까지 리니지 브랜드 모두 성공을 거두며 현재의 엔씨소프트를 만드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냈다.

문화놀이처럼 여겨지는 게임은 현대인의 일상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양에서는 바둑과 장기, 서양에서는 체스다. 이런 게임들은 순수한 실력을 바탕으로 PvP(사용자간 대결)를 주 모토로, 수백 년간 명맥을 이어오며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권위있는 대회까지 열리고 있다. 바둑이나 체스에 비해 연륜은 훨씬 짧지만 리니지는 게임업계에서는 하나의 추억이자 작은 신화로 통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눈에 보이지 않은 무형의 자산을 품고 있는 셈이다.

과거로 돌아가 보면 리니지는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PC방에서 양대 산맥을 이룬 게임이다. 당시에는 15세 이상 이용가로 분류돼 하교 시간만 되면 몰려드는 미래의 린저씨(리니지+아저씨 합성어)들의 놀이터가 됐다. 5검 3셋, 6검 4셋, 7검 5셋, 8검 6셋, 9검 7셋 등 가이드북과 함께하는 리니지는 탈선이 아닌 하나의 문화놀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의 리니지는 그 궤를 벗어났다.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게임 콘텐츠에 기업의 논리가 더해져 사행성이 가미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리니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능력치가 결정됐다면, 현재는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았느냐에 따라 서열이 정해진다.

리니지는 룸티스의 귀걸이, 스냅퍼의 반지, 용의 티셔츠, 휘장, 문장, 장신구 강화, 마법인형 등 게임 밸런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들이 BM(비즈니스모델)으로 분류돼 있다. 또 PC방 전용 프로모션 픽시의 금빛 깃털, 경험치를 더욱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드래곤의 다이아몬드까지 현재의 리니지는 돈을 쓰지 않으면 모든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만약에 바둑과 체스, 장기가 돈을 사용한 만큼 승부에 영향을 주는 혜택을 주었으면 현재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는 왕후장상(王侯將相)부터 민초에 이르기까지 단지 수를 읽는 능력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공정한 룰'로 수백 년간 사람들의 뇌리 속에 간직돼 있기 때문이다.

리니지가 사회적 공기(公器)는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20주년 미디어 간담회에서 리니지 리마스터를 발표했을 때,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과거 말하는 섬에서 단검, 가죽 재킷, 양초 2개를 가지고 시작해 공포스러운 셸로브를 피할 때 그 긴장감과 미지의 영역에 대한 설렘까지 가슴 한 켠에 간직된 추억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아직까지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월 이용권 2만9700원은 20년째 그대로다. 20주년 간담회에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직접 현장을 찾아 리니지 서비스 초기 장맛비로부터 서버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 일화를 공개했다. 앞서 김 대표는 리니지 내 글루디오 던전 7층에 본인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로 찾으며 사용자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리니지와 관련된 지인을 만났다. 그는 아직까지 리니지를 하고 있냐는 질문과 함께 과거 리니지를 즐기면서 얽힌 비화를 밤새도록 털어놨다. 그에게 리니지는 좋은 기억만 남아있는 셈이다. 새롭게 다가오는 리니지 리마스터가 초심을 그대로 간직한 채 추억을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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