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수입구조·접근성 장점…대안언론 원하는 보수층 흡수

여당, ‘가짜뉴스와의 전쟁’선포…“정부개입 신중해야” 의견도

지난해 4월 26일 자유한국당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게시된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의 홍보영상. '오늘도 할 말은 한다'는 설명과 함께 홍 후보를 청량음료처럼 시원하게 발언한다는 의미로 '홍카콜라'라고 표현했다. 사진='오른소리' 방송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최근 “박정희는 천재적 정치인”이라고 발언해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그의 유튜브 방송 ‘이언주TV’는 지난 8월 개설한지 약 2개월 만에 구독자 2만명을 넘어섰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언론은 ‘사실 보도’가 아닌 ‘경향성 보도’라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어, 우리(보수)는 대(對)국민소통 수단으로 ‘유튜브라도 해야 되지 않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TV홍카콜라(청량음료와 같은 시원한 발언을 한다는 뜻)’라는 이름의 유튜브 방송을 시작(도메인 등록)한다고 예고했다.

지난달 16일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한국당 소속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본격적으로 (개인 유튜브 방송을) 한 건 두 달이 안 됐는데, 구독자 수가 너무 빨리 늘어서 놀랐다”며 “일반 방송에서는 볼만한 게 없어서인 것 같다. 지금 공중파 방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변인·선동매체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뉴미디어 시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심상치 않다. 특히 50~60대 중장년층과 적극적인 보수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유튜브(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 열풍이 그 중심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태극기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이들의 소셜 미디어 커뮤니티에는 보수·우파 성향의 유튜브 영상 링크가 매일 올라온다. 이들을 겨냥한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수십만에 육박한다.

일각에선 뉴미디어의 중심축이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팟캐스트(오디오·비디오 파일형태로 뉴스·드라마 등의 콘텐츠를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 등에서 활약했던 진보성향 언론인들 일부가 정권교체 후 지상파 방송에 입성해 역할과 무대가 바뀌었을 뿐이라는 의견도 있다.

우파 논객으로 불리는 전·현직 정치인과 방송인·정치평론가 등이 유튜브에서 적지 않은 구독자를 확보하게 된 이유는 우선 직관적인 수입구조와 간단한 사용법 등이 꼽힌다.

일단 영상에 붙는 광고 수입은 계정 운영자와 공유된다. 보수 유튜브 방송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정규재TV(1일 현재 28만명)’의 경우 유튜브 통계 사이트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월 광고 수입이 2000만원 전후로 추정된다.

방송 제작 여건도 간단하다. 전문 스튜디오가 아니더라도 어떤 장소에서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구독자 입장에선 방송 계정을 클릭하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새로운 영상이 게시될 때마다 알 수 있어,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도 접근이 수월하다. 심지어 유튜브는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에 기본 어플로 탑재돼 있어 별도의 다운로드 과정 조차 필요없다.

이 같은 의견에 현재 구독자 600~700명을 상대로 개인 유튜브 방송을 진행 중인 한국당의 한 관계자도 3일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고 사용법이 편리하기 때문에 유튜브로 몰리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 경우 정치 얘기가 아닌 먹방(먹는방송) 등 일상을 담은 방송이지만, 구독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용 방법과 접근 경로가) 편하다’는 장점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며 “즐겨보는 정치 관련 콘텐츠는 ‘김성태TV’ ‘이언주TV’ ‘오른소리(한국당 공식 유튜브)’ 등”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에 게시된 '정규재 영상칼럼'. 이 영상의 조회수는 1일 현재 10만회를 넘어섰다. 사진='펜앤드마이크 정규재TV' 방송화면 캡처

‘지상파의 정치적 편향성(기울어진 운동장)’이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있다. 제도권 언론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친정부 성향의 뉴스가 증가한다는 의구심을 전제로 한 주장이다.

물론 기존 미디어에서 소외된 보수·우파 방송인들의 여론 배출 창구가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문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증명되지 않은 ‘가짜뉴스’들도 적잖이 뒤섞인 채 유통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투신한 다음날인 지난 7월 24일 유튜브에는 “노 전 의원의 (아파트 복도 창문에서) 점프는 불가능하다”며 '타살'을 주장하는 영상이 게시됐다. 이 동영상은 순식간에 3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파만파로 확산됐고, 추천시스템을 통해 인기 섹션에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점을 의식한 듯 여권은 이미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지난 8월 24일 방송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에는 ‘1인 방송’도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 범위에 포함시켜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게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공간에서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것을 정부와 국회가 강력한, 반드시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박 최고위원은 “가짜뉴스는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유통시키는 시장의 책임자들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입법을 통해 반드시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일부 구독자들은 ‘보수·우파 유튜브의 갑작스런 인기’때문이라며 ‘정부비판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유튜브 시장 제패'를 선언한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전국구에서 BJ TV로' 채널 개설 영상. 사진='BJ TV' 캡처
링 위에서 정면승부를 예고한 경우도 있다.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전국구에서 BJ TV로’라는 유튜브 채널 개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그는 “보수 진영이 유튜브를 제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BJ TV’로 유튜브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 진출했다”고 밝혔다. 이 영상의 조회수는 1일 현재 4만회를 넘어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같은 흐름에 대해 “제도권 언론의 뉴스를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 중 일부가 ‘대안 언론’으로 유튜브를 선택한 것 같다”며 “가짜뉴스의 경우 제도권 언론에서 추가 취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에도 훗날 ‘가짜’로 판명된 뉴스들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 정부가 직접 규제하지는 않았다”며 “가짜뉴스가 사라져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사실 여부를 곧바로 결정하기 어려운 뉴스도 있어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은 신중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이른바 ‘냉면 발언’을 예로 들며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얘기가 다른데, 이럴 경우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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