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성과와 전망…직원·노조와 소통 강화, 현장방문 '스킨십 경영'

강남 재건축 수주 약하고 국내외 경기 안 좋아 실적 반등 여전히 불투명

수주 더 줄어들면 최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 못하는 상황

김형 대우건설 사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18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했다.

현대건설 출신으로 삼성물산 시빌사업부장 등을 거쳐 외부에서 온 김 사장은 지난 6월 11일 취임한 후 국내 현장을 방문하고 대우건설 직원들과 종종 술자리를 갖는 등 ‘스킨십 경영’에 나서며 직원들과 거리 좁히기에 힘쓰고 있다. 또 대우건설 노동조합과도 정기 간담회를 갖는 등 소통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 사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다.

이에 더해 김 사장은 대우건설의 현안인 경영 정상화와 회사 재매각을 성공적으로 조기에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국내 건설시장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축 등으로 수주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해외시장 개선 속도도 더딘 만큼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형 사장이 앞으로 ‘덩치가 큰’ 대우건설의 인력 효율화 작업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다만 최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만약 경기가 나아지지 않아 대우건설의 수주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면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성’으로 불리는 대우건설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김형 사장은 지난 6월 26일 울산 에스오일(S-OIL) 잔사유고도화처리시설 등 국내 주택·건축현장을 잇달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또 김 사장은 취임 후 현재까지 수차례에 걸쳐 직원들과 점심식사나 술자리를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김 사장은 노조와의 교류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김 사장은 노조와 정기적인 간담회를 갖고, 경영의 문제점을 비롯해 직원들의 애로사항, 건의사항 등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다.

이영래 대우건설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달에 한번씩 사장과 노조의 간담회를, 분기마다 사장과 노조 간부를 포함한 한마음노사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간담회에서는 회사 경영의 문제점 등 전반적인 사항을 비롯해 노조의 건의사항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형 사장이 간담회를 꼬박꼬박 챙기며 노조와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형 사장은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공력을 쏟아붓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 7월 해외 첫 출장지로 알제리를 다녀왔다. 이는 대우건설이 이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많은데다 인근 모로코 현장에서 부실이 발생한 전력이 있어 우선적으로 챙겨봐야 할 필요성이 있고 ‘텃밭’인 아프리카 시장에서 사업 확대를 모색하기 위해 김 사장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게 건설업계의 관측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알제리에서 RDPP 플랜트, 엘하라쉬 하천복원사업, 부그줄신도시 청사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김형 사장이 회사 경영 정상화와 재매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실적 개선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김형 사장 역시 취임식에서 “수익성 개선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실적이 부진하다. 대우건설은 올해 상반기 매출 5조6167억, 영업이익 3437억으로 전년 대비 각각 2.38% 26.38% 줄었다. 당기순이익(1981억)도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3225억)에 비해 38.58% 감소했다.

향후 대우건설의 실적 개선 전망도 불투명해 대우건설 매각에 ‘호재’가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크게 보면 건축과 토목인데 주택의 경우 정부가 규제를 심하게 하고 있다"며 "특히 주택의 강점을 지닌 건설사의 경우 강남 재건축 수주를 많이 했는데 대우건설은 이에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주택사업과 SOC도 축소되고 있고 국내경기가 좋지 않다"면서 "여기에 해외 건설시장도 침체돼 있어 대우건설의 실적 호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대우건설에는 ‘핵심 경쟁력'이 없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아 실적 개선이 만만치 않은데 대우건설 매각에 호재로 작용할만한 것이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회사를 슬림화하면서 더 타이트하게 정돈해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김형 사장이 인력 효율화 작업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김형 사장이 취임 후 해외부실을 막기 위해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쏟고 있으며 양질의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좀 더 있으면 실적 개선 등의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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