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드루킹’ 스캔들이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분석해 보니..."

이슈의 확장성-방향성-결정력 3가지가 매우 중요…인터넷 댓글이 선거 후보자들을 벌벌 떨게 만들어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누군가는 만들고 누군가는 뿌리고 누군가는 캐낸다.’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 속 배우의 대사다. 2014년에 개봉된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에 등장하는 말이다. 관객 100만을 조금 넘겨 흥행작이라고 볼수는 없지만 영화는 흥행 성적 이상으로 우리 사회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곤 한다.

누구나 한번 이상은 접해보았을 가능성이 높은 증권가 찌라시를 소재로 다루고 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한 유명 배우와 관련된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사건이 벌어지고 배우의 매니저는 찌라시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온몸을 바쳐 현실 속으로 뛰어든다. 근거도 없고 실체조차 없는 찌라시의 한 줄 내용 때문에 세상은 달라지고 관련된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고 만다. 마치 영화 속의 소재로 그칠 것만 같은 이야기지만 어느새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정부의 주요 기관이 댓글 조작을 주도한 사실이 관련 수사로 속속 밝혀졌고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포털 공간을 통해 전파되는 댓글은 다수의 생각을 지배하고 또 다른 여론으로 만들어진다. 새롭게 만들어진 여론이 권력 창출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주었다면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인터넷에서 정치적인 생각과 태도를 함께 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모임이 불법적으로 댓글 조작을 일삼아온 것으로 알려지며 이 이슈는 정치권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바야흐로 ‘드루킹’ 논란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드루킹’이란 필명으로 인터넷 모임을 주도했던 인물은 전격 체포돼 구속된 상태다. 그러나 이 모임의 활동이 베일을 벗으면서 정치적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파워 블로거로 활동했던 ‘드루킹’이 회원들을 모집하고 이들을 통해 일방적인 댓글을 양산했던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특정인을 또는 특정인과 관련된 이슈를 인터넷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려놓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경악할 노릇이다. 현실이 아니라 영화라고 믿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트루킹’ 논란이 불거지기 직전만 하더라고 정치권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었다. 금융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김기식 전 의원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의원 재직 시절의 불미스러운 행적이 발목을 잡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김 전 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며 정치적 총공세를 가했다. 결국 공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넘어갔다.

김 전 원장은 국회의원 임기 중에 자신과 관련된 연구소에 ‘셀프 기부’한 사실이 선관위 회의 결과 문제가 되지 사의를 표명하며 김기식발 정치권 공방은 일단락되었다. 국회 운영의 발목을 잡았던 이슈가 사라진만큼 국회 정상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드루킹 논란’이 수면 위에 부상하면서 국회의 정상 복귀는 더욱 어려워 보인다.

역사적인 이벤트가 될 남북정상회담이 목전에 와있지만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는 ‘드루킹’ 논란인듯 싶다. 호사가들은 스캔들이나 게이트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논란에 더욱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그만큼 ‘드루킹’ 논란이 금방 잦아들 이슈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60일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줄 변수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결과는 ‘드루킹’ 논란에 좌지우지 되는 것일까. 과연 이번 지방선거는 ‘드루킹’ 논란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까.

일반적으로 이슈는 세 가지 기준으로 그 영향 정도를 평가해 볼 수 있다. 이슈가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확장되는지 이슈의 확장성이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이슈의 방향성이다. 특정 이슈가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살펴보게 된다.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에 따라 관련된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할 분석 기준이 이슈의 결정력이다.

제 아무리 확장성과 방향성이 있는 이슈지만 관련된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수준이라면 결정력은 제한적인 영향 범위 내에 머무를수 밖에 없다. ‘드루킹’ 논란은 지방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먼저 ‘드루킹’ 이슈의 확장성을 짚어보자. 앞으로 ‘드루킹’ 이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쉽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슈 확장성의 밑바탕은 흥미 즉 재미에 달려있다.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는 이슈이거나 흥미를 유발하지만 소재가 다양하지 못한 이슈는 더 이상 확장되기 힘들다.

이슈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4월 18일을 기준으로 구글 트렌드에 드루킹, 문재인, 남북정상회담 3가지 키워드를 입력하고 비교해보았다. 약 일주일간을 비교 분석해본 결과 ‘드루킹’에 대한 관심이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의 관심과 비교할 때 압도적인 수준이다. 4월 17일 오전 9시 시점만 비교해 보아도 ‘드루킹’은 100번, ‘문재인’은 11번, 남북정상회담은 2번에 그친다.

지지율 70%를 넘나드는 문 대통령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 결과는 ‘드루킹’에 보이는 관심보다 훨씬 밑돈다. 공중파를 중심으로 각종 방송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내지만 대중들의 인터넷 관심 주제는 ‘드루킹’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점에서 대중들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모임의 탄생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드루킹’이란 필명을 사용하는 인물의 탁월한 분석력과 문장력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이유다.

정치 또는 경제 관련 정책에 대해서 ‘드루킹’은 설득력 있는 해석 능력과 자기 주장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진 ‘국정원 댓글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충격의 강도는 매우 셌지만 특별히 추가적인 이야기꺼리와 잘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드루킹’ 논란은 숨겨진 모임의 숨겨진 이야기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관심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사고는 앞으로 반복돼서는 안 되는 참사였다. 세월호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구원파 유병언 관련 보도와 주변 이야기는 인기 일일드라마처럼 취급되어졌다. 수사와 보도의 기본 목적은 ‘세월호 사고 책임자’를 찾는 것이었지만 어느새 특정 종교의 교파와 관련된 내용으로 이어졌다. 하나씩 하나씩 기사가 흘러나오면서 대중의 관심은 날로 커져갔다. 심지어 유병언의 도주 상황에 ‘○○엄마’라는 인물까지 등장하며 한 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했다.

‘드루킹’ 논란은 실제 인물에 대한 관심부터가 매우 높다. 마치 2007년과 2008년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궈 놓았던 ‘미네르바 사건’의 미네르바를 연상시킨다. 당장의 수준뿐 아니라 앞으로의 관심 정도를 알아 볼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서 ‘드루킹’에 대한 관심은 전혀 식지 않고 있다.

온 국민을 넘어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27일의 남북정상회담이후까지 ‘드루킹’을 향한 관심이 살아있다면 그 크기는 알 수 없지만 지방선거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은 이슈의 방향성이다. 아무리 큰 이슈라도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가 중요하다. 태평양에서 발생한 지진이 어느 방향으로 쓰나미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국가별로 대응이 달라진다. 1960년에 발생한 칠레 대지진은 진앙지와 전혀 상관없는 방향인 일본쪽으로 해일을 만들어냈다.

이슈는 방향성이 대응의 주체를 다르게 만든다. 지난 정부의 문화계 인사 블랙 리스트나 국정원 특활비 이슈는 분명 박근혜와 이명박 전 정권에 불똥을 튀게 했다. 두 전직 대통령뿐 아니라 정부의 요직에 있었던 인사들마저 줄줄이 구속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면에 이슈가 흘러가는 반대편에 위치한 진보 진영은 정권을 창출했다. 더욱이 지방 선거를 코앞에 두고 대통령과 여당 모두 지지율 고공행진 중이다.

‘드루킹’ 논란의 방향은 어디쪽으로 직진하고 있는가. 빅데이터 분석 도구 및 사이트인 소셜 메트릭스 인사이트에 ‘드루킹’이란 검색어를 입력해 연관성을 분석해 보았다. 18일을 기준으로 가장 관련성이 높은 인물은 김경수 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그는 경남지사직에 도전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문재인, 안희정, 최성 후보와 함께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관련 인물로 분석된다.

18일을 기준점으로 직전 한달동안 ‘드루킹’ 연관어로 ‘김경수’ 또는 ‘김경수 의원’이 10만건을 넘었다. 문재인 대통령 관련은 2만건이 넘었고 ‘드루킹’ 연관어로 ‘민주당’은 3만 5000건에 육박했다. 주요 포털인 ‘네이버’와의 관련성도 2만건이 넘는다. ‘드루킹’ 활동의 주요 공간이 대한민국의 대표 포털인 ‘네이버’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선거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선거와 관련된 이슈는 방향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후보들의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지지율 측면에서 높은 대통령의 지지율과 여당의 압도적인 지표상의 우위는 소속 후보들에게 천군만마다.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하더라도 영남지역은 보수의 텃밭이었다. 특히 부산과 경남은 과거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보수 정권을 연달아 탄생시키면서 콘크리트 지지층의 핵심으로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지난 지방 선거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2014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서병수 당시 의원은 오거돈 전 장관과 초박빙의 애간장 녹이는 승부수를 펼쳤다. 지역의 전통적인 보수성을 감안하면 수월한 승리가 예상되었으나 바닥 민심은 달랐던 것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는 부산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달라진 민심으로 받아들여졌다.

부산과 인접하고 있는 경남 지역의 민심 변화도 놀랍다. 홍준표 대표가 보궐 선거를 포함해 재선된 곳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가 압도적 우위를 보이진 못했다. 문재인 후보를 가까스로 이긴 곳이 자신이 도지사로 몸담았던 경남인 것이다.

수세에 몰려있는 자유한국당은 영남지역 지방선거 판세에 ‘드루킹’이 상황을 ‘반전’시킬 절호의 계기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특히 빅데이터 분석을 할 때 ‘드루킹’과 가장 연관성이 높은 인물이 경남도지사 출사표를 던진 김경수 의원이다. 흔히들 정치적 소재보다는 지역의 구체적인 개발 이슈가 선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알려지기도 어렵고 잘 보도가 되지 않는 점을 따져본다면 ‘드루킹’ 논란은 경남도지사 선거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급부상했다. 김경수 의원 스스로 정해둔 출마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몇 시간의 진통 끝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만으로도 후보자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들여다보아야할 기준은 이슈의 결정력이다. 호나우도나 메시같은 선수는 기본적인 기술도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골 결정력이다. 아무리 우리 시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라도 치열한 승부를 매듭지어줄 골 결정력이 없다면 최고 선수 칭호를 받기에는 다소 미흡해 보인다. 이슈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슈이고 연관성이 깊지만 결정적인 영향력이 없다면 그 파괴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드루킹’ 논란이 경남 지역을 포함해 전체 유권자들의 가장 결정적인 투표 기준이 될까. 후보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조건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단정내리기 어렵다. 후보자를 선택하는 결정적인 기준과 이슈의 높은 관심도는 반드시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전의 히트를 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아시아의 별에서 세계의 별로 거듭난 송중기와 송혜교 커플의 핑크빛 열애 소식은 높은 관심도를 보이는 사건이다. 단지 한국의 관심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인들의 관심사로 연결됐다.

하지만 미국 정치나 한국 정치에 영향을 주는 이슈인지 따져보면 그렇지가 않다. ‘드루킹 프레임’으로만 선거를 가져갈 경우 모든 유권자들의 마음이 선뜻 바뀔 것으로 예단하는 건 무리한 전망으로 보인다. ‘드루킹’ 의혹이 본격 반영된 시점의 조사 결과는 아니지만 경남도민들의 투표 기준은 정치권의 판단과 달라 보인다.

중앙일보 조사팀이 중앙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3~14일 실시하고 16일 발표한 조사(경남도민800명 통신사 제공 가상번호 및 유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5%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23.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판도를 가를만한 최대 쟁점’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최저 임금과 부동산 등 경제문제’가 47.5%로 절반에 육박했다. 그 뒤를 이어 지방선거의 판도를 가를 쟁점으로 ‘남북정상회담’, ‘전직 대통령 검찰 수사 및 재판’, ‘개헌’ 순 이었다.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투 운동’은 고작 2.4%에 그쳤다.

관심도를 떠나 선거에 미치는 결정력은 경제 이슈가 가장 컸다.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 하지 않았는가. 먹고 사는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이슈가 투표 기준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드루킹’ 이슈가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투표 기준의 정점에 올라선 ‘경제적인 고려’를 끌어내릴만한 명분은 축적되지 않았다.

‘드루킹’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TV토론에서 ‘내가 MB의 아바타입니까’라는 질문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루킹’ 논란이 곧장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날개를 달아줄 이슈는 아니다. 왜냐하면 서울 시장 자리는 1000만명이 넘는 서울시민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해줄지 방안을 내놓는 자리이지 ‘드루킹’ 논란의 반사이익이 투표를 좌지우지하는 환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 빌 클린턴이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었다면 미국 역사에 첫 부부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26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은 시골에서 갓 올라온 풋내기에 불과했다. 상대는 현직 대통령인 조지 H. 부시 (아버지)대통령 이었다.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대통령에다 전설적인 지도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정부에서 8년간이나 부통령을 한 인물이었다.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간을 합하면 백악관 경력만 12년째인 절대 강자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고전을 예상했지만 클린턴은 달랐다. 우선 새로운 민주당(New Democrat)을 표방했다. 그리고 본인을 비롯해 주변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미국 국민들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했다.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 클린턴 후보가 얻은 답은 ‘국민들은 필요로 하는 인물은 전쟁 영웅이 아니라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지도자’였다. 이 분석을 통해 나온 슬로건이 바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였다. 클린턴은 마침내 승리해 미국의 대통령에 올랐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88년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을 때 엄청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구사했다. 지금처럼 SNS가 보편화된 세상은 아니었지만 TV와 라디오 등의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 상대 후보를 비방하고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방법을 총동원했다. 재선 도전 길목에서 만난 클린턴 후보에게도 네거티브 전략이 먹힐 것으로 오판했다. 그러나 이슈의 결정력이 없었다. 미국 국민들의 관심은 경제를 잘 하는 사람이었는데 부시 대통령은 경쟁 상대인 클린턴을 깎아내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으므로 오히려 유권자들의 실망감은 역설적으로 더 커졌다.

특정한 이슈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원하는 선거 결과를 만들어 내도록 의도적으로 조정하거나 선거의 유일한 프레임으로 가져간다면 유권자들의 반응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기 십상이다. ‘드루킹’ 논란은 지방선거에 약인가 독인가. 우리 사회의 치부가 드러난 점은 ‘독’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음습한 공간에 숨겨져 있기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선 약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드루킹’이라는 이슈의 특성을 종합해 분석하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해석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이슈의 확장성, 이슈의 방향성, 이슈의 결정력으로 본다면 말이다. 이슈의 확장성으로 볼 때 ‘드루킹’ 논란은 단기간내 끝날 성격은 결코 아니다. 관련 이슈에 대해 흥미가 높고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슈의 방향성도 확인이 가능하다.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면 김경수 의원을 중심으로 주로 여당과 관련이 높다. 이 조직은 인지도가 높은 유시민 작가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강연을 초청하는 등 지금의 여당쪽 인맥을 파고 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라는 사실상 경공모(경제공진화모임)와 같은 조직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문대통령의 응원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내용이 뉴스 보도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슈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이슈의 결정력이다. 과연 지방선거의 투표 기준에 ‘드루킹’ 논란이 결정적인가 그리고 그 결정력이 압도적인가 하는 부분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드루킹’ 논란을 보면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 속의 대사 한 줄이 머릿속을 맴돈다. "찌라시를 통해 흙탕물이 튀면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이 되지." 인터넷 댓글이 선거 후보자들을 벌벌 떨게 만들고 있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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