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올림픽이후 대변화를 예고하는 4가지 여론은"
보수층, 자영업층, PK지역, 20대 …이들 민심의 향배가 정국의 주요 변수다
평창올림픽 슬로건 ‘하나된 열정, 하나된 우리’를 국가성장 동력으로 바꿔야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본부장] 92개국 선수들의 열띤 경연장이 된 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린다. 개회 직전 많은 국민들이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가능할지 우려해왔다. 국민들의 관심이 낮은 편이었고 남북한 긴장관계로 일부 국가에서 참가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 기우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을 대표단에 포함시켜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 온기를 불어 넣었다. 가장 많은 참가국에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역대급 올림픽으로 평창은 거듭났다. 선수들이 보여주는 투지와 열기는 영하의 날씨를 뜨겁게 달구었다. 윤성빈 선수가 쏘아올린 스켈레톤 금메달은 음력 새해 첫날 모든 국민들에게 값진 선물이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이상화 선수의 투혼은 금메달 이상의 눈부신 감동을 우리 국민들에게 안겨주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이 물의를 일으키며 다른 선수들과 코치진이 쌓아올린 평창의 공든 탑을 흔들어 놓았지만 올림픽 전체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평창올림픽은 전 세계인들의 축제였고 우리 국민들의 성공적인 잔치였다. 그러나 문제는 올림픽이 아니다. 올림픽을 개최하기 직전인 지난 1월말부터 불거진 많은 현안들이 올림픽에 묻혀있다. 결코 사라지지 않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터져 나올 첫 번째 이슈는 안보 문제다. 보수층이 올림픽이후 한반도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완전히 달라진다.

다음으로 20대다. 20대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에 비판적인 인식을 올림픽 직전 보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20대가 ‘가상화폐’ 논란과 올림픽 관련 이슈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 지역적으로 올림픽 이후 가장 주목되는 곳은 PK지역이다. PK지역은 전통적인 보수 정당의 텃밭이었지만 지난 대선 이후 지역 풍향계가 달라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를 중심으로 낙동강 벨트 지역에서 민주당 강세 추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올림픽 개회를 전후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다. 올림픽 이후 달라질 민심으로 주목해야 하는 계층은 자영업층이다. 민간 연구소에서 최소 수십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자신한 평창올림픽이지만 상인들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육성을 약속했던 문 대통령을 줄 곧 지지해 왔던 자영업층이지만 최저임금인상, 부동산규제정책, 미국의 보호무역 등으로 완전히 달라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올림픽 이후 완전히 달라질 첫 번째 민심은 보수층이다. 지난 탄핵국면이후 보수층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대통령 선거에 홍준표 후보를 찍었는지 물어보면 실제 득표율보다 턱없이 모자라는 답이 돌아온다. 이른바 ‘샤이(shy)보수 현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각종 비리 혐의에 몰려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보수층이 결집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건 사실상 어려운 일이었다.

칸타퍼블릭이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11~14일 실시하고 16일 발표한 조사(전국105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2.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이명박 정부의 여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넘는 73.3%는 ‘적폐청산을 위해서 반드시 해야할 수사’라는 의견이었다. 보수성향이 강한 TK지역과 60세 이상도 ‘반드시 해야할 수사’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보수층의 생각은 적폐 청산에 대한 생각과 딴판이다. 같은 조사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고 고위급 인사가 포함된 대규모 대표단을 내려 보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제 사회의 제재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의견이 3명 중 2명 정도인 67.1%로 압도적이었다.

2030세대를 포함한 모든 세대에서 북한의 태도가 근본적인 변화를 한 것으로 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정부의 적폐에 대해선 국민 다수의 공감대를 만들오내지 못하는 것이 현 보수정당의 한계지만 북한의 태도와 관련된 국민 여론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는 별개로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을 유의해서 볼만한 대목이다.

‘평창’올림픽과 ‘평양’올림픽 논란을 만들었던 이번 올림픽도 정치적 평가나 해석을 피해가긴 힘들어 보인다. 역대 올림픽도 스포츠와 정치는 분리하기 힘든 사례가 있었다. 평창올림픽 직전 개최된 러시아 소치 올림픽은 푸틴의 정치적 야심이 빚어낸 결과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7년 IOC총회에서 러시아 소치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개최지로 선정된 결정적 이유는 푸틴이 약속한 막대한 예산이었다.

분리 독립을 외치는 자치공화국의 움직임을 무마하기 위해 푸틴은 국제적인 이벤트가 필요했고 그루지아에서 가까운 소치는 최적의 장소였다. 각종 테러가 올림픽 직전 발생할 정도로 소치 분위기가 혼란스러웠지만 개최지가 번복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치올림픽에 참석한 각국 정상은 평창올림픽의 두 배나 되었다.

지리적으로 유럽에 위치한 소치와 대륙의 동쪽 끝에 위치한 평창을 비교할 수 없지만 한반도 안보 불안이 올림픽의 흥행에 끼치는 정치적 영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올림픽은 막을 내리지만 잠자고 있던 보수층에 의해 올림픽 이후 안보 민심은 완전히 달라진다.

올림픽 이후 완전히 달라질 또 하나의 민심은 자영업층이다. 국세청의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 창업자의 16%만 10년 내 살아남는다고 한다. 10곳 중 2곳조차 체 살아남지 못하는 현실이다. 평균 생존기간은 2년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단연 최고 수준에 속한다. 식당, 모텔, 노래방 등 대표적인 자영업종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에게 올림픽 같은 국제적인 이벤트는 매출 확대에 기대를 가지는 호재로 여겨진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민간 경제 연구원들은 올림픽의 직간접적인 효과로 최소 수십조 원을 예상했다. 그러나 올림픽 내내 평창인근의 재래시장과 치킨집을 제외하고 대박이 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해 방중 당시 대규모 올림픽 관광단을 약속했던 시진핑 주석은 고작 상무위원급 대표단을 보내 한국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미국은 부통령이 참석하고 일본은 총리가 참석한데 비하면 중국의 푸대접은 무례에 가깝다. 적반하장격으로 중국의 사드 경제 보복은 소리없이 계속되고 있다. 면세점, 화장품을 비롯해 한국 제품의 중국내 경쟁력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북한에 압박과 제재를 가하면서 동시에 한국에 대한 통상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올림픽이 한창인데도 불구하고 GM은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하고 나섰다.

왜 하필이면 올림픽 기간 중일까. 우연치고는 매우 고약해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예고하고 나섰다. 사실상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GM 공장이 철수하고 포스코가 흔들리면 지역 경제는 곧바로 구멍이 나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자영업층과 소상공인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처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관련 당사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단순한 엄살이 아니라 생존을 다투는 지경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칸타퍼블릭의 같은 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어본 결과 ‘고용감소 및 영세사업자가 어려워지는 부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55.6%로 과반을 넘었다.

이해 당사자인 자영업층은 부정적 인식이 62.3%로 압도적이었다. 가계 살림을 책임지는 가정주부층도 65.7%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남편은 자영업을,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양쪽의 이해관계를 모두 살펴야 하는 가정주부층마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 부정적인 여론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자영업층과 가정주부층은 경제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며 대통령과 집권 여당을 지지해왔다. 그러나 올림픽이후 경제적인 이유로 결집하는 자영업층을 다독거리지 못한다면 여론이 확 달라질 가능성은 점차 높아진다.

올림픽이후 확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세 번째 민심은 PK지역이다. 부산, 울산, 경남 이른바 부울경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의 텃밭이었다. 굳이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 영남권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세력의 핵심이 되어온 지역이다.

그러나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를 한 묶음으로 분석하는 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그동안 TK와 PK는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가졌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87년 직선제 개헌이후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TK는 노태우를 지지했지만 PK는 김영삼을 지지했다. 김영삼 집권동안 자민련으로 갈아타고 다시 DJP연대를 결행한 것도 TK였다. 물론 칼로 무를 베듯이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정치적 성격을 여러 차례 보여 왔다.

지난 대선에서 부산은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가 아닌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몇차례 시도했지만 넘어서지 못했던 낙동강 벨트를 문 대통령은 극복한 셈이다. 취임이후 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의 숨은 일등공신이 부울경 지역이었다. TK는 점차 보수결집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모두 TK출신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TK지역의 문 정부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졌다. 여기에 올림픽 직전 불거진 대북 안보 이슈는 수면 밑에 가라앉았던 TK의 보수 성향을 끌어내고 결집시켰다. 칸타퍼블릭의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체적으로 67.4%로 매우 높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긍정 54.4%, 부정 40.1로 다른 지역과 달랐다. TK의 변화는 신년 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PK지역은 TK와는 달리 올림픽 직전까지 대통령을 견고하게 지지해왔다. 그렇지만 각종 현안 이슈를 이유로 PK 민심이 변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PK지역의 대통령 지지율은 58.8%로 전체보다 약 10%포인트 낮다. 부정평가 역시 34.5%로 이전보다 올라가는 추세다.

안보 이슈와 경제 현안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역 상권에 영향을 주는 경제 정책에 대한 인식이 매우 비판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전체 수치보다 약 10%포인트 더 높았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 및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요청’에 대해서 ‘국제 사회 제재나 비난을 피하기 위원 전술’이라는 의견이 72.3%로 TK지역과 함께 가장 높은 70%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TK만큼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와는 다른 민심으로 PK는 변해가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가 부산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올림픽 이후 달라질 마지막 민심은 20대다. 정치 또는 선거관련 분석을 할 때 20대와 30대를 2030세대라 하여 한 묶음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왕왕 있어왔지만 엄연히 다른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더 발끈한 반응을 보였던 연령대가 20대였다. 20대는 대부분의 성장기를 21세기에 보낸 밀레니엄 세대다.

IMF외환위기와 정치적 격동기를 경험했던 30대와는 구분된다. 안보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30대는 미국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는 편이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과 미선 두 소녀의 사건은 30대들의 기억에 또렷하게 남아있다. 30대의 안보관은 매우 진보적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배치 반대’ 의견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 연령대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2016년 1월 17~19일 실시하고 20일 발표한 조사(전국1012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20%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DD)한반도 배치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어본 결과 절반이 넘는 51%가 찬성하고 40%는 반대였다.

그런데 30대는 59%가 사드 배치 반대로 모든 연령대에서 반대가 가장 높았다. 30대에서 사드 배치 찬성은 33%였다. 20대의 사드 배치 인식은 사뭇 달랐다. 42%가 찬성이고 46%가 반대로 표본오차를 감안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이라는 국가를 바라보는 인식에 20대와 30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대를 ‘신안보세대’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20대지만 대북 이슈를 중심으로 30대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20대의 모습이다.

국내 정치를 바라보는 인식에 있어서도 20대는 30대 그리고 40대와 달라 보인다. 칸타퍼블릭 조사에서 오는 6월 지방 선거 후보 선택 기준을 물어보았다. ‘후보자의 소속정당보다 지역 살릴 인물 적합도’가 가장 많이 선택받는 기준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 치열하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전 정부 적폐 청산 대 현재 정권 실정 심판’은 각각 17.5%와 13.6%였다.

연령대별 결과도 전체 값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20대의 응답은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다. ‘적폐 청산을 위해 이전 정권 심판’이 21.3%인데 ‘현 정권의 실정 심판’이 19.4%로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30대와 40대에서 ‘현 정권의 실정 심판’이 한자리 수에 머무르는 것과 차이가 크다.

지난 1월 중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으로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는 결과가 있었다(리얼미터). 가상 화폐 정책에 대한 20대의 분노가 반영된 결과였다. 대통령 선거에서 적폐 청산을 기준으로 문 대통령을 선택했던 20대였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20대의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기준은 가시적인 성과 또는 실질적인 개혁 과제의 진행으로 바뀌고 있다. 지나치게 북한 문제에 매몰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20대는 선뜻 호의적인 반응을 보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청년 일자리 정책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1월 청년 실업률은 역대 최고수준이다. 체감 실업률은 20%를 넘는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의 일자리 공약을 도맡아 추진하던 전직 국회의원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를 내놓은 상태다. 올림픽 직전 틀어졌던 20대의 민심은 올림픽 이후 자신들과 관련된 정책에 대한 평가로 더욱 달라질 운명에 서 있다.

세계 최대의 겨울철 스포츠 축제인 동계 올림픽은 막을 내린다. 평창올림픽은 우리 국민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 올림픽 초반 북한의 참가로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데탕트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한편으론 북한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으로 미국과의 관계는 다소 소원해진 상황으로 보이기도 했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주변국들의 시선은 모두 달랐다.

미국은 펜스 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 대북 강경 기조를 이어갔다. 개막의 꽃이 된 김여정처럼 폐막식의 하이라이트는 트럼프 대酉웰영인 이방카가 가져가는 모양새다. 아무리 이방카를 극진하게 대접한다손 치더라도 미국의 대북 인식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다수의 미국인들은 북한을 치명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의회 신년연설에 탈북자를 초대하지 않았는가. 일본과는 위안부 합의가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 임기내내 불편한 관계가 예상된다. 아베총리는 올림픽 개회식이 임박해서까지 한국 방문을 머뭇거렸다.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일본 언론들은 심지어 평창올림픽의 성과를 폄하하고 비아냥거리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아베 총리의 방문은 형식적이었고 더 가까워지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읽어내긴 어려웠다. 중국은 평창올림픽에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다음 동계 올림픽 개최지가 중국 베이징임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은 평창을 찾지 않았다. 한정 상무위원을 보낸 건 사실상 외교적 결례에 가까워 보인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을 통해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린 국가는 북한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허다하다.

남북관계가 대결에서 협력으로 발전하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이다. 그러나 북한 핵과 미사일이라는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반쪽자리 관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반도 국제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자국의 국기조차 들지 못했다. 왜냐하면 지난 올림픽에서 많은 선수들의 대규모 도핑 사건으로 IOC의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평창을 찾을 리 만무했다.

모든 관심은 올해 실시되는 자신의 대통령 선거에 가 있음이 틀림없다. 올림픽 이후의 국제 정치는 더욱 복잡하게 꼬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대북 압박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지 궁금해지고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방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의 변화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관심은 국내 정치의 변화다. 올림픽은 단순히 스포츠 경연을 넘어 정치적인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고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평가는 올림픽 기간 속에 숨어있는 설 명절 민심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올림픽 이후 확 달라질 민심의 예비 후보로 보수층, 자영업층, 부산울산경남, 20대를 꼽았다. 이들이 보여주는 민심의 변화는 다른 지역과 다른 세대가 영향을 받는 범람효과(Spill-over Effect)로 이어진다. 올림픽이 끝나고 올림픽 열기가 걷히고 나면 정치권은 지방선거 대응 태세로 빠른 시간에 전환해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통합정당이 된 바른미래당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도 관전 포인트다. 민심이 흔들리는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에 있다. 보수층들은 안보 불안, 자영업층은 경제 불안, 부산울산경남은 지역 상권 관련 불안이다. 20대는 일자리 불안이다. 불안감을 단번에 없애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뢰를 가지고 정책을 지켜보게 만드는 책임과 의무는 정부에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극히 당연시 되어 왔던 ‘한반도기 입장’과 ‘남북 단일팀 구성’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큰 20대의 반발이 가장 크게 영향을 주었다. 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자영업층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의 보호무역 입장에다 GM 공장 철수 소식 등으로 가장 어수선한 분위기를 맞고 있는 이들이 자영업층이나 소상공인들이다.

올림픽 이후 민심이 확 달라질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다. 한때 중국, 인도와 함께 급성장하는 시장인 브릭스(BRICS)로 불렸던 브라질은 지금 경제난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올림픽 개최로 경제 성장 효과가 나타나기는 커녕 감당하기 힘든 부채로 수렁에 빠져있다. 리우 올림픽 개최로 브라질 정부가 진 빚이 60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급상승하던 국가 경쟁력이 올림픽에 속절없이 발목 잡힌 모습이다.

올림픽은 사실상 끝났다. 올림픽이 산적한 현안들을 자동으로 해결해 주진 못한다. 나라 안팎으로 놓여있는 올림픽 이후의 현실이 문 대통령 앞에 기다리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정면 승부는 이제부터다. ‘하나된 열정, 하나된 우리’라는 평창올림픽 슬로건을 이제부터 국가 성장 동력으로 바꿀 때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기자소개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한국 뉴스스탠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8/02/23 08:00:26 수정시간 : 2018/02/23 08:00:26
AD

오늘의 핫 이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