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중앙선관위는 인공지능 활용해 혼탁한 선거를 통제할 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후보가 승리를 한 것에 대해서 심각한 논란이 있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편향된 정보를 퍼트린 결과 예상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측은 가짜뉴스를 퍼트려 트럼프를 도왔다고 페이스 북을 고소하기까지 했다. 페이스 북 측은 그런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트럼프는 CBS에 출연해 "페이스 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의 숫자 면에서 나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소비한 돈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친구나 가족에게조차 공개적으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채 조용히 트럼프에 투표를 했다. 이젠 정치는 심리전이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교묘히 유권자들을 유인하는 전략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건강한 음식, 즐거운 밤의 휴식, 그리고 병에 걸리지 않을 만큼의 의료 서비스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론 비싸고 맛있는 음식, 호화호텔에서의 하룻밤 숙박, 멋진 휴양지 온천장에서의 전신 맛사지 서비스를 갈구한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한 국가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더 나은 도로, 학교 및 놀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금은 다른 사람들이 부담했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훌륭한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후보자의 외모나 말솜씨를 보고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신과의 친소관계를 기준으로 조금이라도 가까운 후보에게 투표하곤 한다.

선거 유세를 다니면서 가장 중요한 반응측정방법은 유권자와 손을 잡아보면 안다고 한다. 한번 손잡은 후보자는 투표소 안에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잘못된 정보나 판단력으로 인해 자신에게 유리하고 필요한 사람보다 막연하게나마 자신과 가깝다고 느끼는 후보자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성격특성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개인 별로 개방성, 논쟁성, 외향성, 공정성, 그리고 신경증성이 구분돼 측정된다고 한다. 심리 분석가들은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사람들의 필요와 두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메시지에 어떻게 반응 할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프로파일을 만들려면 개인적인 사생활 영역까지 침투해야 하므로 데이터 수집이 어려웠다. 이것이 표출되는 곳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이다, 캠브리지 대학교 심리측정연구소 연구원들은 페이스북에 앱을 출시해서 사용자가 스스로 자신의 심리테스트를 해서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은 무심코 이 앱의 주문대로 자신의 느낌을 체크했고 재미있는 결과를 얻었지만 내면적으론 자신의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분석되는 데이터를 제공한지를 몰랐다. 페이스북은 이 심리프로파일을 근거로 친구들을 묶어줬고 서로 비슷한 의견들을 나누게 만들어 줬다. 페이스북이 열려있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담벼락에 쌓이는 정보는 모두 자신이 선호하는 정보들일 가능성이 높다. ‘좋아요’를 누르는 건 바로 자신의 심리적 성향을 노출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소셜미디어에서 측정된 심리적 성향은 바로 광고주들에게 전달된다.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노출되는 광고의 마이크로 타겟팅 대상이 된다. 타겟팅과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시점에서나 가장 효과적인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매일같이 조정하게 된다.

트럼프 선거 진영을 지원한 캠브리지애얼리티카(Cambridge Analytica)라는 회사는 트럼프 캠페인을 위해 20개 이상의 맞춤 앱들을 제작했다. 그리고 특정 심리학 프로필에서 모든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표시하지 않는 메시지들을 타겟팅으로 삼도록 미세 조정했다.

그후 그 사람들에 맞는 비디오나 가짜 뉴스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빅 데이터를 기계학습해서 설득이 가능한 유권자들을 선별해 낼 수 있었고 이들을 타켓팅 해서 차별화된 정보를 제공했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에겐 힐러리 클린턴이 흑인을 포식자로 여기는 비디오를 보여 줬다. 소셜미디어에서의 행동이나 소비패턴 그리고 친구 관계 등을 기초로 실시간으로 설득 대상이 될 유권자를 골라낼 수가 있다. 유권자들의 인터넷 발자취는 심리프로파일을 작성하는데 결정적 근거가 됐다. 다만, 이 접근 방식의 문제점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선거운동의 은밀한 성격과 전파된 정치 메시지의 편파성에 있다.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 푸틴이 네 번째 연임을 목표로 출마한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푸틴은 러시아 기술회사인 얀덱스(Yandex)가 개발한 AI소프트웨어와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 4만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애플의 시리(Siri)와같은 인공지능 비서 앱인 알리사(Alisa)를 내년도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알리사는 유권자들에게 합리적인 결정을 통해 러시아를 유토피아정치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얀덱스의 광고를 보면 알리사는 24시간동안 일해도 지치지 않으며 인간의 뇌보다 7배나 빠르게 정보처리를 한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알리사의 논리적인 의사결정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능력을 시험하는 페이스 북 라이브방송에서 그녀의 스탈린 시절의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을 해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얀덱스는 앨리사의 가치관을 계속 개선시켜 가겠다고 약속을 했다. 러시아 대통령에 출마하려면 31만5000명의 지지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은 지지자의 수가 부족하다. 푸틴 이외에도 리얼리티쇼 진행자인 크세니아 소브체크(Ksenia Sobchak)나 성장당의 보리스 티토프(Boris Titov)등이 나섰지만 푸틴의 승리가 뻔하게 점쳐지기 때문에 무력감을 달래기 위해 알리사를 등장시킨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유권자들이 선거에 신중하지 못하고 점차 정치가 희극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컴퓨터 유세는 막지 못할만큼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가 매우 혼탁해 질 수도 있다.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정에서도 극심하게 의견이 갈라지는 현상을 목격했다. 페이스 북이나 카톡 방에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친구를 끊고 끼리끼리 모여 서로 정치적 의견을 부풀렸다.

장기간 편파적인 정보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성인군자라도 판단력이 흐려진다. 인터넷 사이트엔 수없이 많은 거짓 정보나 오류가 존재한다. 이들 중에서 유리한 정보들만을 색출해서 타겟 집단에 퍼 날라서 여론을 조작하는 일들이 쉬워졌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에는 극심한 정치선전들이 소셜미디어를 뒤덮을 것으로 본다. 바라건대 각 당의 정책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또 누구에게 투표하면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분석해주는 공정한 앱이 등장하길 바란다.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가짜뉴스는 자연히 표식이 들어나도록 해주는 기술도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오용하는 건 비난해야 하지만 제대로 활용하면 오히려 민주주의를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거짓정보를 감식해 내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과도하게 상대방을 비방하는 캠페인은 자동적으로 색출해서 선거법으로 다스리는 방법도 있다. 중앙선관위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혼탁한 선거를 통제할 대책을 미리 세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를 거쳐 미래기술전략연구원을 운영하면서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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