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중국은 AI 관련 특허 출원 건수도 이미 미국 보다 많아" "AI기술이 국력 좌우한다"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알파벳(Alphabet) 이사장인 에릭 슈미트는 미국 국방혁신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 안보회의가 주관한 대담에서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이 5년 내에 미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미 국방당국에 경고했다.

슈미트는 이대로 가면 2030년이 되면 중국이 인공지능 기술을 완전히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군수품 입찰내용을 예로 들었다. 군대가 AI시스템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5년 내지 10년 나아가서는 20~30년 후에 공급될 무기 스펙에 AI기술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슈미트는 질책했다. 그는 미국정부가 AI기술을 소홀히 다루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경고하기도 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인공지능은 러시아뿐 아니라 온 인류의 미래다.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도 수반한다. 이 분야에서 지도자가 되는 자는 그가 누구든지 세계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국가안보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기술임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정부는 지난 7월 정부고시로 ‘차세대 인공지능기술 개발 계획’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중국의 정부고지(2017-35호)는 중국이 세계 최강의 기술국인 미국을 추월하는 비법을 자세히 서술한 자료다. AI기술이 바로 중국의 미래역량이라고 판단하고 AI기술 개발을 국가발전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뜻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중국의 AI개발 전략이 바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발표한 세 편의 AI 기술개발 보고서들을 충실히 분석한 중국판 ‘AI 기술개발 실천계획’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AI 기술은 컴퓨터가 스스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간단한 일에서부터 자동차 엔진을 스스로 설계하는 복잡한 일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처리하므로 중국은 AI기술력 덕분에 경제활동은 물론이고 국방력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슈미트가 진단한 것이다.

미국 언론이 더욱 속 터지는 점은 정작 트럼프 정부는 오바마 정부에서 수립한 인공지능 기술 보고서들을 귀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반면 중국정부는 자신들의 미래전략 수립의 기본계획으로 오바마 정부의 정책보고서들을 깊이 분석해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향후 적어도 5년간, 그리고 시진핑 정부도 역시 향후 5년간 각기 다른 지향점을 향해 AI기술을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미·중 양국간 위상 변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정책은 미국정부가 다짐했던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첫번째 인공 지능 연구 및 개발에 대한 장기 투자를 크게 늘려라. 두번째는 민간기술 부문과 정부(국방)기술 부문 간의 인공 지능에 대한 협력을 촉진하라.

세번째는 최고의 AI 인재를 흡수할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라. 그리고 네번째는 AI의 잠재적인 위험 및 사회적 혼란을 완화하기 위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미국 전략을 그대로 복사해 세부정책들을 중국에 맞게 세심히 다듬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시진핑 정부는 미국 오바마 정부의 현명한 인공지능 전략을 열심히 학습해 대담한 미래전략체계로 만들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 오바마 정부는 모든 컴퓨터 과학 및 인공지능 개발을 지원하는 연방정부기금이 민간 기업인 구글의 연구자금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차기정부에서는 AI기술개발지원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기존 AI연구개발 예산마저도 10% 감축해 버렸다. 반면 중국정부는 AI기술개발에 모든 정부 역량을 집중한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중국의 모든 정부기구 및 산하기관은 모든 업무처리에 인공지능을 반드시 활용하라고 정부고시로 명령을 내려버렸다.

물론 미국의 민간 기업들이 상업적으로 활발한 기술 개발활동하고 있으므로 전반적으론 기술경쟁력이 월등히 높다고 보지만 기초기술과 군사안보부문에서의 미국 정부의 노력이 축소되고 기술개발 자금이 줄어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술을 선도할 역량이 축소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중국의 제19차 당전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국가전략중심을 ‘혁신’에 뒀다. 중국을 ‘과학기술 초강대국’ 특히 ‘우주 초강대국’, ‘사이버 초강대국’으로 발전시킬 것을 천명했다. 그의 발언은 재임 기간 중에 인터넷, 빅 데이터, 나노기술, 생명기술,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해 기술 초강대국이 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국의 기업들은 민간기술과 군사기술의 구분을 크게 구분해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민간기술이 군사기술에 기여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으로. 민군겸용기술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에 발족한 북경 칭화대학의 인공지능 연구실은 민군 융합기술연구소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중국내에는 바이두(Baidu), 알리바바, 텐센트, iFLYTEK 등 민간 기업에 인공지능기술개발을 주도하는 고급기술자들이 많다. 중국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 수준은 분야에 따라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실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들이 중국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게 되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먼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다.

미국에는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페이스북, 아이비엠 등 세계적인 기업과 대학에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종사하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들도 많다. 중국기업들은 중국기업의 연구자들을 미국 대학이나 실리콘 밸리 기업들로 진출 시키고 미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계 학자들을 중국 대학으로 빨아들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계 학자들이 양국 간을 오가면서 미국의 기술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현재도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상위 10명의 AI전문가들 중 반절은 국적이 미국인이다.

슈미트가 미국 정책에 우려하는 부분은 기초기술 투자에 소홀하다는 점이고 이민정책의 제한으로 인해 해외 인재들이 미국에 정착하기 힘들어 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슈미트는 이렇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인공지능 인재가 해외에 있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연구개발 거점을 설치해야 하는가?”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컴퓨터 과학자들을 배출하고 있으며, 나는 그들이 알파벳과 구글에서 일하기를 바란다" 알파벳이 안고 있는 인재수급의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말이다.

물론 링크드인(LinkedIn)에 등록된 AI영역 기술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 85만 명으로 중국의 5만 명보다 월등히 많다. 하지만 중국 연구자들이 최근 발표한 논문 수는 미국을 능가하여 1위에 올랐으며 논문 피인용 수를 분석한 닛케이(Nikkei) 아시아판(11월 2일자) 기사에 따르면 세계 10대 연구기관 순위에 중국 과학아카데미(3위)와 칭화대학교(9위) 등 두 기관이 포함돼 있다.

세계 100대 기관 중에는 중국에서 15개 기관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 전역에 AI연구역량이 고루 퍼져있음을 나타낸다. 반면에 기타 아시아 국가 중에선 싱가포르 3개, 홍콩 2개, 말레이시아 2, 일본(동경대 64위)과 한국(고려대 97위)이 각각 1개 기관씩 포함되어 있다. 중국은 AI 관련 특허 출원 건수도 미국을 따라 잡았다.

AI 알고리즘은 대부분이 공개소스이며 많은 데이터와 개발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더 많은 연구자를 고용하고 더 많은 기계를 구입하고 가공할 수 있게 해주는 AI 제품이 개발된다.

중국이 미국보다 유리한 점은 모바일 인구 규모면에서 월등히 크다는 점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중국인은 모바일 결재액이 미국의 50배이상 많으며 음식배달 주문이 10배나 많다고 한다. 모바일 데이터 발생량이 비교가 안 된다. 이제 중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제출해야만 한다.

정부도 AI관련 연구지원금이 대폭 증가했고 IT 기업들과 벤처기업들도 대학의 연구력을 활용하기 위해 연구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당연히 재능 있는 인재들이 중국내에서 연구 활동을 하므로 정부정책, 연구자금, 고급인력, 기업들의 실용화 열정 등 AI 기술발달의 여건이 모두 갖춰져 있는 상태다. 머지않아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역량을 갖추겠다는 꿈을 품는 것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다.

일본도 지난해 ‘일본재흥전략’의 후속조치로 최근에 ‘인공지능전략회의’란 범부처기구를 설립하면서 AI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화학연구소(RIKEN) 산하에 연구기관들 간 연계활동과 산업체 간 연계활동을 잇는 정부전략을 수립하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는’ 2030년까지의 AI산업화 로드맵을 수립했다.

국내에선 AI기술개발과 관련해서 드러날 만한 특별한 활동이 없다. 선진국들에서 개발된 상품들을 모방하거나 도입한 기술들이 보일 뿐이다. 주변국들에 비하면 국내 기술역량도 미천해 보인다. 특히 정부의 AI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는 거론하기도 부끄럽다. 더불어 민주당이 집권했지만 지난 정부에서 수립했던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을 그대로 내밀고 가만히 있다.

작년에 알파고 충격을 모면하려는 듯 부랴부랴 정부가 나서 민간 기업들의 출자를 유도해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을 세웠지만 그마저도 최근엔 연구용역회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AI 중심의 미래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존재조차 없다.

■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를 거쳐 미래기술전략연구원을 운영하면서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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