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폭락 배경과 전망 데이터로 분석해보니..."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제 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표류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빠른 속도로 국정 운영을 해 나가고 있다. 여러 가지 심각한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정국을 넘어 국무총리 자리에 올랐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제 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총리 임명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국정 견제 능력이 있는 야당의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았다. 각 정당이 처한 위상은 정당지지율 지표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를 넘거나 50%안팎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제 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0%대 초반 또는 10%선 조차 넘지 못하는 결과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의석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지지율로는 부끄러운 수치다. 자유한국당의 추락은 특정 정당의 기반 붕괴를 넘어 보수 정당의 존재감 상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전대미문의 탄핵 국면이 보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간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이후 자유한국당이 보여준 모습은 전통적 보수층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보수층 유권자마저 자유한국당의 변화없는 태도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23~25일 실시하고 26일 발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2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는데 보수층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7%에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의 보수층 지지율인 23%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층 결집을 노렸지만 막상 선거가 끝나고 난 후 자유한국당의 보수층 기반은 와해되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간다면 자유한국당은 다음 선거가 없더라도 정당의 영향력은 유명무실해 진다.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제 1 야당으로서의 견제력 역시 사실상 발휘되기 힘들어진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의 지지율은 불과 2여년 전만 하더라도 40대 중후반을 넘나들었다. 그러나 지지층, 정책, 정당의 구심점이 되는 인물이 무너지면서 자유한국당의 기반도 덩달아 붕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자유한국당은 정치적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떤 조치가 자유한국당 심폐소생의 ‘신의 한 수’가 될까.

우선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국정 농단에 대한 분명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 한다. 반성을 해야 할 부분은 국민 앞에 솔직히 참회해야하고 국정 농단과 관련된 책임이 있다면 한 점 남김없이 감당해야 한다. 다음으로 정당의 생명은 정책 능력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양질의 분유와 유아식을 통해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듯 정당의 존재 이유는 국민과 나라를 바로 세우고 발전시켜 나갈 역량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헛발질만 기다린다면 정치적인 미숙아 수준에 그치고 만다. 모든 당의 에너지를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외교, 안보, 경제, 사회 정책을 개발하고 정책 내용에서 보수적 가치를 분명히 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이다. 정당은 사람이 모인 집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에 차기 대선 후보감으로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박원순 시장 등으로 넘쳐난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으로 시선을 돌리면 친박, 비박 다툼으로 희망을 줄 인물이 눈에 들어오기는커녕 짜증 섞인 반응으로 되돌아온다. 과거의 청산, 미래의 혁신, 인물다운 인물이 없다면 표류하는 보수 표심이 정박할 곳은 없어지고 만다.

자유한국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선 과거 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 다수가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보수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보수 정당의 이념은 헌법 수호다. 그래서 보수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아닌가. 헌법에 의해 만들어진 국회에서 탄핵 소추되고 헌법기관인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결과다. 국가의 헌법 질서를 부인한다면 보수 정당이 설 곳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시시비비는 법과 원칙에 의해 가려지면 된다. 정치적으로 공방을 벌여 헌법 질서를 부인해 버린다면 보수층의 마음은 돌아오지 않는다. 보수층의 마음조차 되돌리지 못하는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할리 없고 집권을 꿈꾸기도 어렵다.

1974년 8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탄핵에 몰려 사임을 결정한다. 그러나 불과 얼마되지 않아 닉슨에 의해 지명되어 부통령 자리에서 대통령으로 올라선 포드(공화당)가 닉슨의 사면을 단행한다. 미국 전역에서는 닉슨 사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았고 급기야 포드 대통령은 재선을 노린 선거에서 지미 카터에게 일격을 당하고 만다. 레이건 대통령이 보수의 영광을 되찾아 오기까지 미국의 보수 진영이 겪었던 마음고생은 말로 다 못할 정도였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리서치앤리서치를 비롯한 조사기관들이 방송3사와 함께 실시한 심층출구조사의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분명하다. 5월 9일 실시된 방송3사 심층출구조사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투표 영향을 물어본 결과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최순실 게이트’가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이 투표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견이 38.1%였고 ‘박 전 대통령의 불법적 국정 운영’이 37.5%였다. 즉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에 대한 분명한 정당의 입장이 없다면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에 호의적 투표 의향을 가질리 만무하다. 투표에 영향을 주었던 다른 사건들도 모두 지난 정부의 파행적인 국정 운영과 관련되어 있다. ‘세월호 7시간 행적’이 7.3%였고 ‘정유라 부정 입학’이 0.7%였다.

대통령 선거 투표영향 요인_심층출구조사

사실상 이번 선거는 자유한국당에게 가시밭길이 예정된 선거 구도였다. 선거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의 표류가 불가피했다고 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최단기간내 과거의 정리가 필요하다. 특히 심층출구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투표자 10명 중 4명은 최순실의 국정논단에 영향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정리는 별개로 하더라도 최순실과 그 외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해서조차 강도 높은 척결 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은 보수 유권자들의 더 큰 실망으로 이어졌다.

과거가 청산되었다면 다음으로 자유한국당이 살아남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은 미래다. 언제까지 계파의 부스러기를 주워 담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까. 공당이라면 특정인과 친소 관계를 따져 오분육열되는 당의 처참한 광경에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불과 2년여 전만 하더라고 당의 존립을 놓고 표류하던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아니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었다. 지금은 대통령이 된 문재인 당시 의원은 좌초하는 당을 향해 ‘불임정당, 무능력 정당’이라고 쏘아붙였다.

급기야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서너 달 앞둔 시점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비문 세력이 당을 떠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까지 맞았다.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있는 법이다. 첫 번째 위기 극복은 김종인 전 대표의 영입이었다. 숱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정권 탄생의 일등 공신인 김 전 대표를 총선 사령탑으로 추대했다. 김 전 대표 카드는 쓰러져가던 더불어민주당의 절대 반지가 되었다. 100석조차 힘들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123석으로 제 1당의 반열에 올랐다.

이 와중에 새누리당은 ‘옥새들고 나르샤’로 상징되는 역대 최악의 공천 파동을 겪으며 헤어나지 못할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민주당의 두 번째 위기 극복 카드는 정책 개발이었다. 다른 정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민주당 경선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경선 참여 규모와 당내 경선 토론회에 대한 시청률과 기사 조회수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와 안보 그리고 복지 및 공공 개혁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캠프 자문진을 바탕으로한 정책 개발은 능력있는 수권가능한 정당의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자유한국당이 나아갈 방향 역시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내년엔 지방 선거가 있고 2020년엔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헛발질만 기다려서는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없다. 국민들로부터 재평가를 받고 바닥까지 내려온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정당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리서치앤리서치를 비롯한 조사기관이 방송 3사와 실시한 대통령 선거 심층출구조사를 들여다보면 자유한국당의 미래 해법은 더욱 뚜렷하게 다가온다. 차기 정부에서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할 국정 현안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53.2%로 압도적이었다. ‘정치개혁’은 13%였고 ‘북핵과 남북관계’는 10.5%에 그쳤다.

차기정부 최우선 과제_심층출구조사

우리 국민들은 지난 보수 정권 9년간 살림살이가 별로 나아지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성하고 개선해야할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4대강’이었고 ‘탄핵’으로 귀결되지 않았는가. 국민을 대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150명 이상(18대와 19대 국회 모두 집권 여당이 과반이상 당선)의 집권 여당의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가.

수십조원의 예산이 일찌감치 인공지능과 자율자동차 그리고 청년 창업자를 위한 스타트업 등에 사용되었다면 국민들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고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은 얼마나 향상 되었을까. 만시지탄이다. 자유한국당이 계속해서 과거에 묶여 있다면 지지율 반전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다. 무능력한 정당에서 미래의 정책 개발 능력과 리더십을 갖춘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생사의 결과는 더욱 자명해진다.

자유한국당의 운명을 결정할 마지막 변수는 사람이다. 정당은 같은 생각을 가진 정치적 결사체이다. 집권을 목표로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유권자들을 유랑민으로 만들어버린 결정적 책임은 보수 정당에 있다. 상상조차 하기 힘든 대통령의 탄핵 상황이었지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당내 인사는 전무했다.

외부 인사라 보수층을 대변하는 인물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불과 몇주 동안의 방랑 끝에 출사표를 접었다. 오죽했으면 보수 유권자들이 안희정 지사쪽으로 결집했겠는가. 지지할 후보를 찾다가 겨우 마음의 닻을 내린 인물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다. 그러나 총체적 국가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 대행이 출마한다는 건 현실화되기 어려운 결정이다.

보수 유권자들의 유랑은 계속되었고 공식 선거 운동에 접어들어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사이에서 오락가락 마음을 잡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지 한달여가 다되어가지만 수렁에 빠진 자유한국당을 건져낼 영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미 카터에게 일격을 당한 미국 공화당을 일으켜 세운 장본인은 로널드 레이건 이었다. 하버드 대학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온 수재도 아니었고 화려한 관료 생활을 경험하지도 않았다.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나오지도 않은 일개 무명 배우 출신에 불과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첫 번째 부인 제인 와이먼과 이별하는 아픔까지 겪었다. 그러나 레이건의 열정과 신념은 천하제일이었다. 미국 영화인조합장을 맡으며 자신의 정치력을 시험했고 미국 최대 인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우뚝 섰다. 캘리포니아 출신에다 천재 소리까지 들었던 닉슨도 밟아보지 못한 주지사의 자리였다.

레이건의 업적은 미국의 보수 유권자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이었다. 얼마나 매력적인 지도자 였기에 아직도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은 참배객들로 넘쳐난다고 한다. 1980년 있었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무려 489명을 레이건이 가져갔다.

레이건 대 지미카터 선거결과

미 역사상 유래를 찾기힘든 압승이었다. 매력적인 보수 로널드 레이건 이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국민들에게 진보나 중도 그리고 보수 이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실상 보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보수가 많고 진보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진보가 허다하다.

국민들이 갈망하는 지도자는 어려움에 처한 국민을 위로하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국민들을 희망과 행복의 길로 인도해주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보수 정당은 지지층도 잃고 정책도 잃고 지도자마저 잃어 버렸다. 과거에만 머물러 있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는 어떤 기회의 정류장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당하게 된다.

변화를 당했음에도 인식하지 못하다면 절망뿐이다. 우리 역사의 흐름에서 권력의 중심에 서기도 했고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보수 정당이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유한국당의 생사는 이제 오로지 3가지에 달렸다. 최우선적으로 국정 농단의 역사에 종언을 고해야 한다. 그리고 능력 있고 겸손한 정책 정당의 모습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선택지가 확대된 이유는 절대 강자가 앞으로는 없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정략적인 꼼수나 정치권의 기득권 부스러기에 집착해서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기 힘들어진다. 과거의 청산과 미래로의 혁신, 지도자의 탄생이 변화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 보수의 가치를 오롯이 곧추 세우고 미래를 향한 혜안으로 국민들의 관심과 호감을 불러 모을 매력적인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평소에는 한없이 잘난 인물들이 정작 당이 위기에 처하자 수줍은 색시마냥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모습은 꼴불견이다.

막연히 보수 정당에 대한 부활을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다.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남용된다는 정치 명언처럼 성공하는 문재인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제 1야당의 견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땅에서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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