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TV토론 통해 대통령을 미리 감별해내는 3가지 비결"

"무당층의 표심 잡기, 정치적 성향없는 무이념층 공략, ‘무인층’ 사로잡기 3대 포인트"

"대통령이 국민 걱정하는 나라 아닌 국민이 대통령에 대해 마음 졸이는 시대 사라져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대선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공식선거운동 기간 동안 피 말리는 후보들의 치열한 각축전은 선거전날인 5월8일까지 이어질 것이다.

불과 수십만 표 차이로 후보자의 희비가 엇갈리는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가능한 많은 유권자들과 접촉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대통령 후보들이 모든 유권자들과 만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최대한 많은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줄수 있는 TV토론이라는 무대는 매우 중요하다. 수십 년 전인 1987년과 1992년 선거때는 대선 후보자들의 유세에 구름 관중이 몰렸다. YS와 DJ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앞 다퉈 후보자들을 연호하며 세력을 만들었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선거 후보자들은 TV나 인터넷 공간에서 유권자들과 만나는데 익숙해졌다. TV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도덕성을 따져보게 된다. 다른 후보들과 함께 하는 토론에서 돋보인다면 아직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스윙보터: Swing Voter)에게 적지 않는 영향을 준다.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존 에프 케네디 후보는 경륜 있고 안정적인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와 맞닥뜨렸다.

경력만 놓고 본다면 닉슨 후보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정부에서 부통령을 성공적으로 역임했던 대어급 후보였다. 팽팽한 두 후보의 경쟁은 경합주에서 더욱 치열했다. TV토론은 두 후보의 승부를 가르는 일종의 ‘스모킹 건(결정적인 변수 또는 증거)’이었다. 케네디는 TV화면 앞에 자리잡은 미국 국민들에게 잘 생기고 건강하며 자신감에 찬 이미지를 마음껏 뽐냈다.

그러나 상대 후보인 닉슨의 모습은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분장까지 거부한 닉슨의 외모는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보였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케네디는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TV토론회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케네디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 역시 TV토론에서 상대 후보를 압도했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몇 차례의 토론 중 선거 초반에 있었던 토론에서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TV토론에서 클린턴 후보의 발목을 잡았던 이메일 스캔들은 시종일관 트럼프 후보의 공격을 받았고 토론회가 끝나는 순간까지 충분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토론회는 앞서가는 후보에게 약이 아닌 독이 되기도 하고 뒤지고 있는 후보에게 기회의 땅이 되기도 한다.

제 19대 대통령을 뽑는 공식 선거 운동의 막이 올랐다. 몇차례 진행될 TV토론의 챔피언은 과연 누가 될까. TV토론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TV토론이 어떤 유권자층에 영향을 주고 지지율에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미 특정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TV토론은 고작 참고자료에 불과하거나 자신이 지지하고 있는 후보를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는다.

그러나 아직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않은 이른바 부동층에게는 TV토론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후보를 지지해야 할지 토론을 지켜본 후 결정하기 때문이다. 아직 후보에 대한 투표 여부가 불확실한 유권자층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고(무당층), 특정한 정치 이념이 없고(무이념층), 기존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는 층(후보 무선택층)이다.

1차 TV토론(4월 13일)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비율이 1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중앙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5~16일 실시하고 16일 발표한 조사(전국2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2%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3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지난 1차 TV토론회(13일)를 시청하거나 뉴스 또는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응답자 3명 중 2명 가까운 수준인 63.7%가 ‘시청 혹은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른 해에 비해 이번 대통령 선거의 TV토론회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결과다. 1차 TV토론회를 접한 유권자 중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10.6%가 ‘지지후보를 바꿀 생각이 들었다’고 응답했다.

TV토론 접촉비율과 지지후보 변경 의향

아직 사전 투표일과 본 투표일이 보름이상 남은 시점을 감안하면 높은 비율이다. 그것도 후보자 등록 이전 시점인 1차 TV토론회 결과만으로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남아 있는 4차례의 TV토론을 통해서 미칠 영향은 기대 이상으로 전망된다.

19일 KBS 2차 TV토론회의 열기는 스탠딩 토론으로 1차보다 높았던 만큼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는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분석된다.

TV토론회는 단순히 화려한 언변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얼마나 부동층에게 또는 후보에 대한 투표 의향이 약한 유권자층을 움직여 자기 지지층으로 만드는지에 TV토론의 승패가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미 있었던 TV토론과 앞으로 있을 TV토론을 지켜보면서 토론의 챔피언을 어떻게 감별할까. 다음 세 가지를 살펴보면 승자의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난다.

우선 TV토론의 챔피언은 무당층의 표심을 두드려야 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부동층 성격이 강하다. 특정 정당에 대한 충성심이 발휘되지 않는 유권자층이기 때문에 각 당의 선거 캠페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정당에 대한 호불호가 없기 때문에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에 더 집중한다.

중앙일보 여론조사팀이 실시한 조사에서도 ‘TV토론 시청이후 지지했던 후보를 바꿀 생각이 있었는지’ 물어본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9.9%에 그쳤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도 각각 6.7%와 9.7%로 한자리수 변화에 그쳤다.

그렇지만 무당층에서는 12.9%나 됐다. 토론회가 거듭되면 무당층은 특정 정당의 지지층에 비해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에게는 TV토론이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최선의 기회가 된다. TV토론이후 실시된 선거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보는 전체 유권자들의 평가와는 미묘하게 엇갈렸다.

TV토론회 직후 누가 가장 토론을 잘 했는지 물어본 결과 유승민 후보, 문재인 후보, 안철수, 심상정, 홍준표 후보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당층에서의 평가와는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유 후보는 전체 25%였지만 무당층에서는 21.1%였고 문 후보는 전체 22.3%였지만 무당층에서는 15.6%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지지층을 중심으로한 좋은 평가가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집중 공략 대상인 무당층의 평가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안 후보는 전체 16.5%였고 무당층에서는 13.6%로 나타났다.

TV토론 평가 순위 전체 vs 무당층

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TV토론을 통한 무당층 공략이 필요한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낮은 대선 후보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유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토론에 대한 호평이 두드러진다. 지난 대선까지는 형식에 얽매인 TV토론으로 후보자들의 속살을 들여다보기가 어려웠다.

2시간 내내 서서 TV토론에 응하는 ‘2차 스탠딩 토론’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만큼 무당층의 후보 지지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감지된다. 무당층의 표심을 울린 후보자야말로 진정한 TV토론의 챔피언이다.

무당층 다음으로 후보자들과 국민들이 TV토론후 눈여겨 보아야 하는 유권자층은 어떤 정치적 성향도 가지고 있지 않는 '무(無)이념층'이다. 대체로 유권자의 10%이상, 많게는 20%가까이 되는 계층이다. 박빙의 선거에서 무이념층의 표심은 결정적인 한방으로 작동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보수, 중도 또는 진보라고 정의내리지 않는다.

이 계층은 일반적인 유권자의 표심과도 다른 양상이다. 보수적이지도, 진보적이지도 그렇다고 중도라고도 스스로를 설명하지 않는다. 이들이야말로 선입견 없이 TV토론을 지켜보고 판단을 내린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TV토론에만 의존하지도 않는다.

무당층이 TV토론을 지켜보며 정책과 민생쪽에 집중한다면 무이념층은 토론을 지켜보며 안전과 안정쪽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정치적인 이념 성향으로 사회가 나누어지고 갈라지는 상황에 대한 혐오가 매우 크다.

그래서 가급적 이념적 색깔이 적게 나타나는 후보를 선호하게 된다. TV토론을 보며 후보자의 신념과 소신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경우 무이념층의 반응은 더 민감하게 작동한다. 무이념층은 그래서 TV토론은 한두번 보더라도 여전히 후보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무이념층의 TV토론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랐다.

전체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유승민 후보가 무이념층에서는 8.2%에 그쳤다. 반면에 두 유력 후보인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는 각각 16.8%와 26.9%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유 후보와 TV토론 쌍두마차로 평가받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무이념층에서는 5.6%의 성적표를 집어 들었다.

무이념층 유권자층에서는 강한 이념을 드러낼수록 평가는 속수무책으로 나빠진다. 일반 유권자 평가와 비교할 때 확연히 다른 평가 태도를 보여준다. 후보자를 선택하지 못한 경우가 거의 40%나 된다.

TV토론 평가 순위 전체 vs 무이념층

거의 마지막 TV토론까지 지켜봐야 최종적으로 투표할 후보를 결정한다는 점에서도 표심을 잡기가 힘든 유권자층이다. 무이념층을 분석해보면 TV토론이 단순히 좋은 평가에 그쳐서는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토론내내 ‘안전과 안정’에 대해 선명한 메시지를 남긴다면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무이념층의 표심을 단숨에 사로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몇 차례의 TV토론회 이후 무이념층의 표심을 압도하는 후보야말로 진정한 TV토론의 챔피언이다.

마지막으로 TV토론의 승자를 감별하는 지표는 토론회를 통해서도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지지후보 응답 유보층’이다. 이른바 무인층으로 명명해본다. TV토론에 대한 평가자체를 유보하는 계층이다. 아직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는 본격적인 부동층(스윙 보터)이다.

무당층과 무이념층이 민생과 안정에 관심이 높은 계층이라면 부동층은 기존 후보들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이 존재하는 그룹이다. 이상적인 대통령상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투표할 후보가 없고 TV토론에 대한 기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무인층은 투표에 대한 적극성이 다른 유권자 계층에 비해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75.8%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20대와 30대의 투표 적극성이 높기 때문에 지난 대선과 비슷한 수준의 높은 투표율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지만 투표할 후보가 없다면 투표소로 가는 적극적 의지는 꺾이기 마련이다.

TV토론의 신비한 마력은 이때 작용한다. 중앙일보에서 부동층 중 투표의향이 없는 유권자층에서는 TV토론을 보았다는 응답이 35.8%에 그쳤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마당에 TV토론에 대한 흥미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유권자 수 또한 실제 선거에서는 적지 않은 규모에 이른다. 결국 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고 나오는 힘은 TV토론회에 달렸다. 전체 유권자 중 약 10% 가까운 비중인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층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들로부터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TV토론의 기능이 절대적이다. 후보자들은 '불통'으로 무너진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신뢰를 보내주어야 후보자를 선택하지 못하는 ‘무인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반전이 가능하다.

이들이 후보자들로부터 존중받고 후보자들과 소통하는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접전 양상인 대선 구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에 대한 혐오가 크기 때문에 TV토론에서 정치 혁신과 국정 비전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선거 의지마저 꺾인 투표할 후보가 없는 ‘무인층’의 마음을 끌어안는 후보야말로 진정한 TV토론의 챔피언이다.

장미 대선의 주인공은 과연 누가될까. 쫓기듯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이기 때문인지 국민들은 마음마저 불안하다. 어떤 대통령 후보가 난국의 상황을 극복하고 국민 행복 그리고 국가 발전의 시대를 열어줄까. 19일 밤에 생방송으로 진행된 2차 TV토론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심지어 토론의 형식에 대해 후보자들이 서서 진행하는 스탠딩 방식이냐 아니냐로 지지층들 사이에서도 그리고 후보자들 사이에서도 한바탕 홍역을 치렀을 정도다.

TV토론회의 형식이 뭐 그렇게 중요할까. 그보다 백배이상 더 중요한 조건은 토론의 내용이다. 준비되지 않은 그래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 불안하고 초조하게 하는 후보는 가려져야 한다. 필터링 되고 걸러지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하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 마음 졸이는 시대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

TV토론은 학예발표회가 아니다. 천진난만한 생각을 실험하고 국민들을 헛된 공약의 '포로'로 만들어버리는 허망한 자리 역시 아니다. 화려한 언변과 능수능란한 몸짓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울리고 감동시켜야 하는 귀중한 자리다. 지지층들로부터만 사랑받는 대통령은 더 이상 난세의 영웅이 될 자격이 없다.

정치에 넌더리가 나고 국정 운영에 분통터진 그래서 정치와 선거가 더욱 싫어진 무당층(지지할 정당이 없는 유권자층), 무념층(특정 정치 이념이 없는 유권자층), 무인층(투표할 후보가 없는 유권자층)의 마음을 TV토론에서 끌어안는 후보가 TV토론의 최종 승리자다.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3차례의 TV토론회에서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평가는 힐러리 클린턴의 압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선거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참패였다. 늘 지지를 받아왔던 민주당 지지층들로부터는 호평을 받았지만 숨어있는 유권자층인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무당층, 보수적이지도 진보적이지도 그렇다고 중도적이지도 않은 무념층, 클린턴도 싫고 트럼프도 싫은 무인층으로부터는 선택받지 못한 결과였다.

TV토론을 보고 후보자를 선택하겠다는 유권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TV토론의 승자야말로 대통령 선거의 최종 승자다. 대통령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TV토론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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