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자율주행 차량은 한마디로 바퀴달린 데이터 센터다"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필자는 인공지능이 작곡한 피아노 소품의 선율을 감상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이바 테크놀로지(AIVA Tech.)가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가 아이바(AIVA)의 솜씨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아이바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작곡가 지위를 부여받은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작곡시스템이다.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등 유명 작곡가가 작곡한 고전 작품들을 신경망 학습으로 학습한 후에 독자적인 음악 작품을 계속 생산해내고 있다. 새로운 곡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작곡가'라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작곡가들을 흉내내면서 작품을 학습하므로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학습할수록 작곡 실력도 더욱 늘고 풍부해지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게임용 삽입곡을 작곡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사진공유사이트인 핀트레스트(Pinterest)는 사진 속의 이미지를 인식하는 학습방법으로, GPU가속 딥러닝을 사용한 결과 이미지들 간의 유사성을 식별해 내는 기술을 개발했고 사진 속에 등장하는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를 선택해 바로 구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허타보안(Herta Security)은 GPU를 이용해 공항, 경기장, 기차역 등 많은 인파가 몰리는 지역에서도 고성능 비디오 감시를 통해 실시간으로 행인들의 얼굴을 구분해 내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대상 인물이 안경이나 모자를 착용해도 또 얼굴 각도나 조명이 변해도 사람을 구분해 내는 기술로, 추후 사건의 범인이나 용의자 추적에 매우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아나 길잃고 헤매는 치매 노인들을 찾는데도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디즈니 연구소는 스포츠데이터 공급업체인 STAT와 공동으로 코치와 팀에게 모든 게임 상황에서 방어적인 작전을 알려주는 딥러닝 인공지능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선수와 공 위치를 게임데이터로 입력해 주면 상대방의 전형적인 게임방식을 분석해 낸다는 얘기다.

상대 선수들을 대신해 유령선수를 도입, 효과적인 방어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량적인 분석 데이터를 제시해주기도 한다. 경기실황 비디오를 몇 시간만 학습하면 가상의 모방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때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작전을 정량적으로 연구해 제공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 마이클 볼링 교수는 딥스택(DeepStack)이라 부르는 포커 게임용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포커 게임은 참가선수들이 모두 각기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어 게임하는 동안에 서로 다른 관점으로 경쟁한다는 점에서 불완전 정보의 전형적 게임이다.

이 연구팀은 하나의 포커게임을 수백만 개의 작은 포커게임으로 잘라서 각 하부 게임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에 대한 직관을 끄집어내고 이를 다시 뭉쳐 전체 게임에서 이기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한다.

무제한 텍사스 홀덤(Texas Holdum)방식의 게임을 포커선수와 마찬가지로 평균 3초 만에 결정을 해내며 3,000번 게임을 해서 11명 중 10명을 패배시키는 놀라운 승률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 달 전에 카네기 멜론 대학이 프로 포커선수들을 상대로 승리한 리브라투스(Libratus)가 3종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동시에 가동시킨 것에 비하면 딥스택은 단일 칩(엔비디아 GTX 1080 GPU)을 사용해서 승리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트랙티가(Tractica) 연구소에 의하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창출한 수익이 2020년까지 368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1만9,000여 기업들이 각자의 비즈니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딥러닝학습을 도입해 예전에는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하나둘 풀어내고 있다. 이미 딥러닝은 자율주행차를 가능케 했고 스마트 개인비서, 스마트 웹서비스 역시 현실로 만들어냈다. 기회는 모든 비즈니스에 열려 있다. 인공지능과 딥러닝은 모든 산업들에 걸쳐 혁심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클라우드 컴퓨터에 속해있는 인공지능 학습 및 분석기능을 카메라, 드론, 자동차 등 현장의 전자장비 속으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완전한 자율주행 차량이 가능해 지려면 자동차 안에는 지금의 PC 수백대분의 컴퓨터 처리 능력이 필요하다. 자율운전 차량에는 200개 이상의 CPU가 장착되는데 한마디로 바퀴 달린 데이터 센터가 되는 셈이다.

자율운전 차량이 1 킬로미터 주행하면 약 6.5GB 정도의 데이터가 발생하는데 이를 모두 클라우드에 보내서 즉각적으로 처리하기엔 데이터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만약 시간당 100 킬로미터로 주행하는 차라면 1초 동안 약 28미터를 진행한다. 또한 도시의 보안카메라 대수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10억대 정도로 증가할 전망이며 카메라들의 해상도가 4K로 향상된다고 본다. 촬영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분석하고 데이터를 저장하면 데이터 통신 대역폭, 데이터 전송 지연현상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또한 로봇이 실용화되면 데이터 지연현상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로봇이 움직이면서 촬영한 시야 데이터를 클라우드 컴퓨터에서 해석해서 판단결과를 로봇에게 전해오는 방식으론 로봇이 빠르게 동작할 수 없다. 로봇 몸체 내에서 시야데이터를 해석해서 바로 반응해야만 로봇이 제대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결국 중앙에 능력이 집중된 클라우드 컴퓨팅 대신에 네트워크 가장자리(Edge)인 현장에 강력한 슈퍼 컴퓨터급 엣지(Edge) 컴퓨터가 필요해진다. 가장 앞서나가는 칩메이커론 엔비디아가 있다.

엔비디아는 딥러닝 전용칩으로 강력한 GPU를 생산하며 네트워크 가장자리에 위치한 카메라, 드론, 자율자동차 등에서 딥런닝 방식의 데이터 학습기능을 처리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 기능을 현장장비 속으로 가져오면 네트워크 말단에 위치한 장비가 지능장비가 된다. 도시를 감시하는 CCTV 카메라가 스스로 영상을 분석해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 주며 공장의 작업로봇이 시각판단능력을 갖추면서 움직이는 작업로봇시대를 활짝 열게 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인공지능 덕분에 더욱 진화하는 시대가 이미 펼쳐진 셈이다.

■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미래탐험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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