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비박계 신당의 3가지 길과 운명 보인다"

새누리당 분당후 지지율? 더불어민주당 30.3%, 비박계 신당 18.7%

친박계 새누리당 13.2%,국민의당 10.5%, 정의당 4.7%로 전망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일본은 없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 대해 우리는 많은 것을 제대로 모른다. 일본을 알아야 일본이 자행한 만행의 과거사 트라우마 극복이 가능하다. 일본은 여전히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비단 과거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많은 부분에서 우리와 닮아 있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서로 다른 구석을 곳곳에서 찾게 된다. 일본은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우리 나라와 달리 의원내각제를 통치구조로 선택하고 있다.

그런 일본이 2차 대전 후 안정적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는 '자민당의 존재'를 꼽을 수 있다. 자유민주당은 전후 일본에서 오랫동안 정권을 차지해 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까소네, 고이즈미 전 총리 등이 자민당 출신이다.

다수당의 총리가 국가 통수권을 쥐는 의원내각제에서 다수당이 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최근까지 철옹성 같은 자민당의 벽을 넘은 정당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의 부상은 일본 정치 판도를 흔들어 놓았다.

자민당 소속이었던 의원들과 야권 세력과의 결합으로 탄생한 일본 민주당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자민당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일본 정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07년 7월 29일 제 21회 참의원 선거로 60석을 획득하면서 비자민당 세력이 참의원 제 1당이 되는 위업을 달성했다. 2009년 8월 30일 중의원 선거에서 480명 의원 정수 중 308석을 휩쓸면서 정권 교체를 일궈냈다.

1996년에 당이 만들어진 후 10년도 더 지난 후에야 가까스로 정권을 가져온 셈이다. 하지만 자민당을 밀어내고 여당이 되는 일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기존 정치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 세력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으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우리보다 인구가 많고 국토도 넓은 일본이지만 집권에 성공한 정당의 수만 따지고 보면 몇 개 정당에 그칠 정도로 변화의 벽은 높기만 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인해 정치권은 전대미문의 지각 변동을 앞두고 있다. 특히 사상 초유의 집권 여당 분당사태를 촉발시킨 친박계와 비박계의 분열은 가히 점입가경이다. 급기야 비박계 신당 출현이 임박한 모양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반(反)박근혜 정당이 27일 새누리당 탈당을 신호탄으로 계개봉박두 일보 직전이다.

보수 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비박계 신당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있다. 친박계 원내대표의 선출로 갈등이 확산되면서 비박계는 루비콘강을 건너가는 중이다. 루비콘강 너머는 황량한 벌판일까 아니면 기름진 옥토일까.

비박계신당의 성공 또는 실패 여부를 3P 관점에서 분석해본다. 우선 정당 지지율(Party Preference)이다. 건국 이래 최대의 국기 문란,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집권여당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최저 지지율(한국갤럽 역대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 기준)인 4%로 국회에서 탄핵 가결됐다.

물론 지지율이 역대 최저였다는 것이 탄핵 사유는 아니다. 최순실로 대표되는 국정 농단 세력에 대한 공모 또는 방조 등의 사유가 직접적이다.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 달렸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국민 여론에 달렸다.

날개 없이 추락하던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국회에서의 박 대통령 탄핵 가결 무렵 한자리 수를 기록하다가 최근 들어 15% 내외의 저조한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 탄핵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0%대에 육박하는 지지율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희비가 교차하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지지율 폭락에 그치지 않고 분당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앞두고 있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과 새누리당 골수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다른 유권자층에서는 거의 '공공의 적'이 된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 선출에서 정우택 의원을 밀어 당선시키는 등 탄핵 국면에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비박계의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가 친박계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분당은 현실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쪼개어질 경우 비박계신당의 지지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리얼미터가 국민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1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유무선RDD 및 무선스마트폰앱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10.3%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정당 구조가 바뀔 경우, 어느 정당을 지지할지’ 물어본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30.3%로 가장 높았고 제 2당은 ‘김무성/유승민 중심의 비박계 정당’이라는 의견이 18.7%로 나타났다.

‘서청원/최경환 중심의 친박계정당’은 13.2%였고 국민의당 10.5%, 정의당 4.7%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분당할 경우 비박계신당이 친박계 정당보다 오차범위내 근소하게 앞서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그 차이는 미미하고 통계적으로도 오차범위내 수준에 머무른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다른 조사에서는 비박계 신당과 친박계 정당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기는 하다.

조사결과 첫 번째 드러난 문제는 비박계 신당의 파괴력이 크지 않다는데 있다. 보수층이 나누어지게 되고 탄핵 국면에서 지지율 1위 정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정당 지지율의 근간은 지역 기반과 세대 기반에 있다. 이념적 기반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고 지나친 이념 코드는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번 조사 결과 비박계 신당이 압도적 1위를 하는 지역은 전무했다. 보수색이 짙은 영남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친박계정당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구경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24.5%, 친박계정당 24.6% 였고 비박계신당은 17.7%였다. 부산울산경남 이른바 PK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26.6%, 친박계정당 16.4%, 비박계신당은 18.5%였다(그림1).

그림1. 새누리당 분당시 지역별 정당 지지율(단위%). 리얼미터·국민일보가 2016년 12월 17일 전국 1003명 대상 유무선자동응답 및 스마트폰앱을 통해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0.3%. 자세한 조사방식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

부산을 지역구로 하는 전직 당대표가 비박계신당을 주도하고 있지만 지지율은 신통치 않다. 지지율의 다른 한축은 세대 기반이다. 어느 연령대에서도 비박계 신당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고무적이라면 기존 새누리당과 비교할 때 비박계 신당의 연령대 지지 폭이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넓어진 점이다. 20대에서 더불어민주당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국민의 당보다 오히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30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40대인데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따뜻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친박계 정당보다는 경쟁력에서 비교우위에 있기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을 능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으며, 국민의당 지지층을 완전 흡수하기에도 미흡했다.

일본 민주당이 그러했듯 ‘집 밖으로 나온 보수정당’은 아직 완전한 집을 갖추기엔 역부족이다. 반(反)박근혜 정서만으로는 지지율을 추가로 끌어올리는데 힘이 부쳐 보인다. 비박계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주력지역과 세대 타깃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당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차기 대선 후보(Presidential Candidate)다. 당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집합이다. 사람들의 집합에는 중심이 되는 인물 즉 구심점이 필요하다. 일본 민주당이 철옹성 자민당을 무너뜨리는데 인물의 힘이 컸다.

일본의 정치적 양심이라고 불린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가 바로 민주당 출신이다. 일본 정치 개혁의 한 축이었던 오자와 이치로가 있고 여당과의 정책적인 대결을 강조했던 준수한 외모의 마에하라 세이지도 민주당 출신이다. 이들이 포진하고 있었기에 정권교체가 가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연 비박계 신당은 2010년대 초반 일본 민주당만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신병기가 숨어 있는 것일까.

더불어민주당은 직전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유력 대선 후보가 즐비하다. 반면에 비박계 신당은 고작해야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정도다.

그나마 김 전 대표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원외의 잠룡으로 합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회룡 제주지사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아직 한자리수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중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어본 결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5%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16.8%,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7.4%였다. ‘한국을 위해 한 몸 불사르겠다.’고 대선 출마를 천명한 반 총장은 아직 귀국 후 선택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비박계 신당에서 현재 가장 앞서가는 대선후보는 유 전 원내대표다. 반 총장이 비박계 신당에 확실하게 합류한다는 보장이 없다면 비박계신당의 고민은 깊어진다. 왜냐하면 당의 간판이 될 유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장래에 대해서는 다수가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대통령 선거일은 턱 밑에 바짝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거의 모든 지역과 세대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반 총장에게 밀린다. 특히 지지율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은 62%로 압도적이다. 7.7%의 유 전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지지층 내에서는 반 총장의 그림자에도 미치지 못했다(그림2). 심지어 비박계신당 지지층조차 반 총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더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2. 새누리당 차기 대선후보. 리얼미터·국민일보가 2016년 12월 17일 전국 1003명 대상 유무선자동응답 및 스마트폰앱을 통해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0.3%. 자세한 조사방식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

어떤 외부 변수에도 흔들림 없는 인물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유 전 원내대표가 지지율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비박계신당은 뿌리째 흔들리고 만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친박계정당보다 더 당내 경선 흥행이 요구되는 비박계 신당은 얼마나 경쟁력 있는 차기 대선 잠룡을 참여시킬 수 있을지가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비박계신당의 셈법은 다른 정당보다 복잡해진다.

반 총장이 보수성향의 유권자층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선 후보로 꼽히지만 비박계신당 지지층과 코드가 맞을 지는 의문이다. 조사결과 반 총장은 오히려 친박계정당과 지지율상 더 궁합이 맞는 모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하고도 긴밀한 관계로 비쳐졌던 반 총장은 호남, 충청, 대구경북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후보로 입증된다. 수도권, 3040대 보수 유권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서는 비박계신당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그렇다면 반 총장 이외 인물 중 유 전 원내대표와 비박계신당에서 쌍두마차를 이뤄나갈 차기 대선 후보의 합류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충분조건이다. 조기 대선을 실시할 경우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빠른 시일 내 정해지지 않는다면 대선이후 존립자체를 장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비박계정당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변수는 정책 차별성(Policy Differentiation)이다. 정책은 이념을 포함한다. 단지 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그리고 탄핵에 찬성한 결과로 분당을 결정해선 곤란하다. 유 전 원내대표가 기치를 내건 ‘따뜻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는 듣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묘한 설득력은 있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가 설명하는 그 ‘보수’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손에 잡히도록 이해하긴 힘들다. 형이상학적인 내용은 형이하학을 일상으로 삼고 있는 국민들에게, 일반유권자들에겐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다.

정치 이념적 위치를 가장 진보적인 0부터 가장 보수적인 10까지로 할 때 ‘따뜻한 보수, 합리적인 보수’가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정책적 입장은 이념적 성향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사드 배치, 국정 교과서와 관련된 응답자들의 입장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뚜렷하게 갈린다.

이번 조사에서 정치 성향별로 지지하는 정당을 분석한 결과 보수층에서 ‘서청원, 최경환 중심의 친박계정당’의 지지율은 30.8%였고 ‘김무성, 유승민 중심의 비박계신당’은 27.3%로 보수층에서 경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박계 신당은 중도층과 진보층에서도 유의미한 지지율이 나왔다. 친박계 정당보다는 지지율이 높고 국민의당 지지율과는 대동소이했다.

그림3. 정치 성향별 새누리당 차기 대선 후보. 리얼미터·국민일보가 2016년 12월 17일 전국 1003명 대상 유무선자동응답 및 스마트폰앱을 통해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 10.3%. 자세한 조사방식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

비박계신당의 특성은 보수적 정당이지만 동시에 진보와 중도층에서는 국민의당과 경쟁하게 되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정당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정책적 차별성(Policy Differentiation)은 매우 중요해진다.

비박계신당은 과연 어떤 정당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복잡해진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내세울 것인가. 국정교과서에 대해서는, 누리 예산에 대해서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말이다.

자칫 정책적 차별성이 모호해지면 비박계신당 지지층은 도로 친박계정당(새누리당)으로, 더불어민주당으로, 국민의당으로 헤쳐모여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치 성향에 따른 경쟁구도를 정리하면 비박계신당은 보수층에서는 친박계정당과 경쟁하고 중도와 진보층에서는 국민의당과 경쟁하는 모양새다.

비박계신당의 등장으로 가장 큰 위협을 당하는 쪽은 아이러니하게도 친박계 정당이라기 보다는 국민의당이다. 실제 분당될 경우, 정당지지율을 가정한 조사결과로는 국민의당은 외연이 확대되기보다는 비박계 신당과 지지층이 중첩되는 현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비박계신당과 국민의당의 합당 또는 통합적 연대는 가능한 것인가. 일반적으로 그리고 상식적으로 합당 주체는 힘의 크기가 비슷해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분당을 가정한 조사에서 ‘김무성/유승민 중심의 비박계 정당’은 국민의당을 비록 표본오차 범위내이지만 앞선 것으로 나온다.

핵심 지역 기반도 상이하다. 비박계신당이 주로 영남권을 주목한다면 국민의당은 호남이 기반이다. 지역에 대한 이해 관계가 갈린다. 사드 배치와 국정교과서 관련 반응 또한 두 정당 사이의 온도 차가 발생한다.

두 정당이 완전하게 정책적 일치를 이루지 않는다면 합당이나 통합 연대 효과는 극히 미미해진다. 비박계 신당은 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노동복지 등 주요 국가정책에 대한 비박계 신당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일본 민주당은 일본정치를 독식해온 자민당 정권을 교체하라는 부름을 국민으로부터 받아 탄생한 정당이었다. 1998년 8월 일본에서 실시한 조사결과 민주당은 자민당 지지율을 뛰어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본 국민들은 민주당에 바로 정권을 넘겨주는 과감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민주당은 10년 넘게 걸려 2009년에야 총선거에서 자민당을 꺾고 일본 정치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러나 동일본 대지진 수습과정에서 무능한 리더십이 노출됐고,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민주당은 2012년 12월 중의원 총선에서 다?야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번 잃어버린 유권자들의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 법이다. 급기야 올해는 유신당과의 합당 및 신당 창당을 결의하고 당명마저 민진당으로 바꾸고 말았다. 민주당의 행보가 우리 정치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자유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으로 탄생한 정당이 민주당이다.

탄핵 정국에 대한 당내 갈등 과정에서 비박계 신당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5년 연말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당내 불통과 친노 강화 현상을 성토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출했다. 그러나 친노를 비판하는 것과 국민의당이 보여줘야 하는 매력은 엄연히 구분된다. 하나의 당을 만드는 과정은 분노에 의해서가 아니라 차분하고 냉철한 이성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비박계신당은 3P(Party Preference, Presidential Candidate, Policy Differentiation)를 제대로 갖추어야 새로운 보수정당, 따뜻한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먼저 견고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추가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역기반과 세대 기반이 있어야 한다.

구심점이 되는 인물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주영 전 의원, 박근혜 대통령, 이인제 전 의원 등은 자신을 중심으로 당도 만들지 않았는가.

이탈리아 의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성운동’ 정당은 기존 정치권과는 차별화된 정책공약으로 많은 이탈리아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터넷, 상수도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약으로 기존 정당과 명백하게 차별화된다.

내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집권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이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대중 접촉을 통해 정당의 지지율을 높이고 대선 후보 급에 맞먹는 참신한 인사들을 다수 중용했다. 이탈리아 첫 여성 로마시장이 된 비르지니아 라지도 오성운동 정당 소속이다.

내세우는 공약은 비록 이탈리아 국민이 아니더라도 쉽게 공감하게 된다. 국회의원 임금을 일반 노동자 임금 수준으로 삭감하고 국회의원을 2선까지만 허용하자고 주장한다.

전 국민 인터넷 무료사용과 근로시간을 20시간으로 단축하자고 선언한다. 솔깃한 내용들이다. 비박계신당이 사랑받는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는 분당이 아니라 새로운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결연한 창당 의지가 우선돼야 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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